<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
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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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
시인 아내의 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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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마워>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 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어 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에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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