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긴 원고료
김규학
부산으로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4시 6분 동대구역 출발 KTX 열차표를 끊어놨으니 시간 맞춰 나오라,”는 박방희 선생님의 전화를 받을 때부터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긍정적인 밥"
시집 한 권 팔아 받은 인세 삼백 원으로 굵은 소금 한 됫박만 살 수 있어도 함민복 시인은 푸른 바다처럼 마음 상할 까닭이 없다고 하였는데 졸시 두 편 투고한 값으로 나는 이미 김장김치와 예원 선생님의 동시 서예작품까지 덤으로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초 긍정적인 밥의 대우를 받았을 터인데, 또 뭐 좀 더 받을 거 없나 두리번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서 광안리까지 기어이 가고야 말았다. (원고료를 받으러 오라고 해도 한두 번쯤은 정중히 거절하고 세 번째쯤에 가서 마지못해 가는 흉내를 내야 하는데…….)
방파제 횟집에 들어서자 발행인이신 감로 홍종관 선생님과 편집주간이신 배익천 선생님 그리고 예원 박미숙 선생님께서 예의 그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인사를 마치고 제24회 열린 한마당 잔치판이 벌어질 3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이미 시와 동화 발행인이신 강정규 선생님과 문이림 선생님(동화 눈 위의 발자국 필진) 내외분, 아동문예 발행인이신 박종현 선생님과 안종완 선생님(시인) 내외분, 최규순 선생님 내외분 그리고 큰 누님 같은 소중애 선생님, 멋쟁이 이규희 선생님, 친동생처럼 유난히도 나를 예쁘게 봐 주시는 송재찬 선생님, 김남길 선생님, 신정민 선생님 등등 여러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계셨다. 이윽고 언제 봐도 소녀 같은 정두리 선생님 입장하시고, 울산에서 박영식 선생님, 임석 시조시인 광주에서 박정식 선생님, 윤삼현 선생님 당도하시자 본격적인 잔치가 시작되었다.
배익천 선생님은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나한테 이번 열린 한마당 후기를 쓰라고 하시면서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손사래를 치며 내가 몇 번 난색을 보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전기(傳記)를 쓸만한 나이도 아닐뿐더러 이루어 놓은 업적 또한 없는 것을 아셨을까?)
그 어떤 곳에서도 먹어볼 수 없는 방파제 횟집만의 방파제 표 자연산 회가 무슨 코스요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동안 “부산 시민 대표로 광안리 앞바다를 통째 빌려주겠다.”는 박선미 시인과 부산 아동 문학인협회 새 회장이 되셨다는 김영호 작가님 카페 ‘나다.’ 대표이신 신은정 사장님 소개가 끝나고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홍종관 발행인께서 “아동문학의 영원한 방파제가 되겠다.”는 인사 말씀을 하셨다.
방파제 횟집 지하에 있는 카페 ‘나다’ 로 자리를 옮겨 맥주와 보드카로 목을 축이면서 2차를 이어갔다. 박영식 시인의 클레식 기타 연주 ‘로망스’와 “엘리자를 위하여” 임석 시인의 자작곡 연주와 첫사랑 이야기에 이어 카페 신은정 사장님의 부군이신 박창호 선생님(세계 전통음악에 조예가 깊은 철학박사 그러나 자칭 종업원이라 하였음)의 가수 뺨치는 노래 (샹송이었던가?)와 앵콜송,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 홍종관 발행인의 ‘명태’ 강정규 선생님의 감미로운 노래로 광안리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이튿날 아침 시래기 해장국으로 속풀이를 하고 커피전문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별을 아쉬워하는 담소를 나누던 중 “여기까지가 이번 호 원고료의 끝입니다.” 며 홍종관 발행인께서 선언하셨다. 그때 문득 윤삼현 선생께서 “이 세상에서 제일 긴 원고료.”라 하시면서 “이 말의 저작권자는 나니까 아무도 사용하지 마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나는 간 크게도, 원작자의 허락조차 받지 않고 ‘열린 한마당’ 후기 제목으로 그 말을 가져다가 내 것인 양 쓰고 말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긴 아마존 강이 수천 년을 마르지 않고 유유히 흐르듯 이 세상에 하나뿐인, 이 세상에서 제일 긴, 그래서 아주 특별한 원고료로 이 나라 동시인들과 동화작가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방파제여! 열린 아동문학이여! 영원하여라!
*2008년 5월 리마 지리학회 발표에 따르면,
남미 아마존 강의 총 길이는 7,062 Km, 유역의 면적은 7,050,000 ㎡로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이며,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라고 하며
두번째로 긴강은 총길이 6,671Km의 나일강 이라고 합니다.
첫댓글 후기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는데
부끄러운 글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노랫가락이 들리는 듯 합니다.
긴 원고료 받고 나면 더 좋은 작품 써야하는 의무가~~~ ^^
맞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는데
부담 백 배 입니다.
건필, 건안 하십시오^^
후기 잘 읽었습니다.
긴 글 쓰느라 수고했어요.
그날 김규학 시인이 기타를 가지고 와서
좋은 연주를 해 주셨습니다.
제 머리라 못 깎은 것 같아 제가 대신 깎아 드립니다.
이번엔 기타만이 아니라 하모니카까지 물고 와서
정말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처럼 노래했습니다
어느새 또 보고 싶습니다.
그날 모든 분들요.
감로, 예원, 배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라산 선생님!
제 머리를 대신 깎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저는 머리를 감는 일 밖에 남지 않았네요
머리를 감기 위해서는
눈부터 감아야 겠지요? ^^
아, 그날 기타 하나로 분위기를 업 시켜주셨지요. 앵콜을 몹시도 사랑하여 모두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셨고요. 포크송으로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한편으론 '살 빠진 전철우의 리사이틀' 같기도 했고요. 무척 재미있는 분이라 또 만나서 웃고 싶어진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긴 원고료'의 후기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부산을 다녀와서
뭘 쓸까
어떻게 쓸까 고민고민 하다가
끙끙거리며 겨우겨우 산문의 발자국을 떼어 놓았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공부하는 약 20여 년 동안
의도적으로 호흡이 긴 글은 안 썼기에
더 끙끙거린 것 같습니다.
올챙이 선생님!
올 한 해는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도 쏘오옥 나와서
멋진 개구리로 도약하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규학 선생님 후기 읽으니 그날의 따스함과 흥겨움이 소롯이 되살아납니다. 기타 연주로 고생하시고 이렇게 후기까지 쓰셨으니 새해에 복 듬쁙 받으실 거예요. 열린아동문학 덕분에 여러 선생님들을 부산에서 만나는 기쁨이 두 배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빚으시길 소망합니다.
글 같지도 않은
제 글 앞에 잠시 머물다 가시면서
이렇게 흔적까지 남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초록의자 선생님도 새해에는
건강, 건필 하시고
복도 듬뿍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