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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토),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두 번째 시간으로 ‘밥상에서 지구까지―뜨거워진 지구를 식히는 삶의 방식과 마을공동체 톺아보기’ 강의가 열렸다. 강의를 맡은 심지연 님은 외국계 화학회사에서 8년 정도 일하다가 현재는 주한덴마크대사관 에너지·환경 분야 선임상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날 강의에는 부산, 진천, 안양, 군포, 서울 등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작년 우리 집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왔을지 맞혀 보라며 퀴즈로 강의를 시작한 심지연 님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시작해 일터와 일상의 간극을 좁히고 선순환하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자유롭게 못 가면서 생긴 시간에 다양한 공부를 들이며 다양한 주제들이 한 주제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한 심지연 님은 거의 모든 사람이 매일 겪는 밥상 경험이 어떻게 지구와 연결되는지 풀어보고 싶다 했다.
“먼저 에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첫째, 석탄이에요. 산업혁명을 잉태했고, 자본주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원동력이에요. 두 번째는 석유.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부터 석유 시추가 시작됐어요. 석유는 1차 대전에서 육해공에 기동력 부여해서 전쟁 양상을 바꾸었어요. 석유 발견 이후 자동차, 트럭, 탱크 등 엔진이 사용되고, 예전에는 기찻길 터트리면 보급로 차단이 되는데 이제는 그런 방법이 없어져요. 잠수함, 항공모함, 비행기 등등의 원동력도 돼요. 2차 대전이 1945년에 막을 내리고 전범 재판에서 독일 군수장관에게 2차 대전 일으킨 목적을 물었을 때 큰 이유가 ‘석유를 얻으려고’라고 대답하지요.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한 주 동기라고 해요. 일본이 미국을 침공하는데 그 이후 히로시마에 수소탄이 투하되지요. 석유를 둘러싼 세력 다툼이 시작돼요. 미국이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동남아를 정복해서 석유를 확보하려 했지요. 이런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진주만을 공격해요. 그리고 미국이 일본에 보복하고요. 석유가 전쟁을 참혹하게 만들었어요. 제3세계 수탈, 정부와 자본 유착이 되는 압도적 상품이 석유예요.”
원자력은 사용 후 핵폐기물이 나오는데 고준위폐기물인 플루토늄, 우라늄 등은 반감기가 10만 년이다. 현재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지구상에 없고, 발전소마다 저준위폐기물은 임시로 모아놓는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이고, 최종처분시설은 논의를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재생 에너지가 희망일까요? 태양광 시설을 만드는 공정은 반도체 만드는 공정과 비슷해요. 반도체 공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혈병 등입니다. 풍력은 괜찮을까요? 제 직장 동료분이 풍력 발전기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그분 말씀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에) 꽤나 유해한 화학물질을 쓴다. 거의 노동자가 직접 칠하는 것과 다름없어 피해를 입는 사람이 꽤 된다’라고 합니다. 재생에너지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이 한 에너지원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옮겨 가는 것일까요?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 전환만이 아니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벗어난 문명, 지구에 부담되는 재원을 덜 쓰고, 안쓰고, 자립하는 문화를 저변에 만드는 것이 동시에 가야 해요.”
어느 에너지 행사를 가도 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심지연 님은 남성이 사냥꾼, 전사의 이미지로 투사되면서 그 패러다임으로 자연을 약탈하고, 식민지를 만들고, 여성과 어린이를 억압했으며, 자본 축적은 정당화되었다고 한다. 생산과 성장을 위해 인간 사이에 성별 차이의 분업이 이루어졌고, 대륙과 국가 간에도 분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중공업, 석유화학, 기계, 에너지 등 인류가 비약적인 생산력 발전을 이룬 산업은 자연 약탈과 지배로 이룬 것이 문제였다. 이어서 기후위기에 따른 여와 남의 인식 차이를 구분한 그래프가 소개되었다. 여기에 나온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스페인 그리고 우리나라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이다. 그래프는 어느 나라이든 여성들이 느끼는 생명, 생태 감수성이 남성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에너지 전환이 문명의 전환이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으로 간다면 인류의 절반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육아와 교육은 많은 분들에게 중요할 텐데요. 저는 직장 생활을 14년째 하고 있어요. 제가 경험한 대부분 여성 직장 동료는 경력 단절 혹은 독한 여성의 두 이미지로 나뉘어요. 이 두 틀에서 벗어나는 여성들이 많지 않아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결론은 이 카테고리 안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넋두리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에요. 홀로는 깨닫고 문제의식이 생겨도 대안으로 이어지기까지 역부족이에요. 함께하는 관계 안에서 대안을 이루어야 이 두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요. 저는 1년 육아휴직을 했고, 이후에 신랑도 하던 일 쉬면서 1년 이상 아이를 돌보았어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육아 품앗이 하고 공동육아를 하고 있어요. 부모와 마을이 아이를 책임 지고 돌보는 구조를 마련해서 모두를 위한 육아와 교육의 바탕을 이루었어요. 아이 키우는 건 효율성과 거리가 멀어요. 살림과 육아 거치면서 여자, 남자 모두 생명감수성이 자라나요.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기존 패러다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돼요. 부모뿐 아니라 이모 삼촌으로 참여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육아와 교육은 기후변화와 문명의 탈바꿈에 중요해요.”
풀이 아니라 사료를 먹고 좁은 곳에서 항생제를 맞으며 자라는 가축과 아이들의 모습과 과연 크게 다른가 심지연 님은 질문을 던졌다. 가공식품을 먹고 많은 주사를 맞고 자라는 아이들은 각자의 생명력과 상관없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경쟁에 내던져진다. 생명답게 클 수 있는,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생명감수성을 깨우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
“인간이 하루에 도축하는 소의 숫자가 지구 위 모든 육식동물이 100년간 잡아먹는 소보다 많아요. 햄버거 하나에 한 사람이 두 달 동안 샤워할 수 있는 물이 필요해요. 식량 유통과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지요. 이 에너지는 인류가 만들어 내는 온실가스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해요. 지구 위의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보다 많아요. 어떤 밥상을 선택하느냐가 기후위기와 코로나를 막는 가장 큰 힘이에요.”
소는 풀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다. 그런 소에게 옥수수가 대부분인 사료를 먹이고 돼지와 닭을 갈아서 단백질을 공급한다. 그 결과 단백질과 탄수환물을 소화하기 위해 소는 위산을 내뿜게 되었고, 위산에 적응한 미생물은 우리 배 속에 들어와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여러 병을 일으킨다. 소를 도축하기 며칠 전에 건초를 먹이면 이 균의 80퍼센트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인간이 택한 방법은 배설물을 방사선으로 살균하는 것이었다.
“소가 먹는 여물통에 옥수수가 있어요. 그걸 좇아가 보면 옥수수가 재배되는 들판이 나와요. 이 옥수수는 소뿐 아니라 돼지, 닭, 양, 연어 사료에도 쓰여요. 옥수수를 재배할 때 비료, 살충제, 디젤연료를 써야 돼요, 모두 석유에서 나와요. 소 여물통이 페르시아 유전까지 닿아 있어요. 옥수수는 대부분 미국에서 와요. 그리고 미국 옥수수는 대부분 유전자조작식물(GMO)이에요. 미국에서는 옥수수의 실제 필요와 무관하게 최대한 생산량 높이기 위해 막대한 국가 지원금이 투입돼요. 그리고 대량생산된 옥수수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처를 찾아나섰던 거죠. 결국 옥수수를 분해해서 성분별로 쪼개서 다양한 식품 첨가물로 만들었어요.. 햄버거 전문 체인점에 가면 우린 무엇을 먹고 올까요? 햄버거 패티는 옥수수를 사료로 큰 소고기들이에요. 치킨너겟도 옥수수기름으로 튀겨요. 너겟에 올라가는 금빛 착색제, 유화제도 옥수수로 만들어요. 감자튀김 옷도 옥수수전분이고, 옥수수기름에 튀겨 요. 콜라의 과당시럽, 카라멜시럽도 옥수수로 만들어요. 각기 다른 음식으로 보이지만 결국 전부 옥수수만 먹고 온 셈이죠. 보통 큰 마트에 4만 5천여 물품이 있다는데 그중 4분의 1이 옥수수이고, 그 옥수수는 대부분 GMO예요. 가공식품에 든 포도당전분. 말토덱스트린. 결정과당, 덱스트로오스. 젖산, 엿당, 카라멜색소, 산탄검 등이 옥수수로 만드는데 커피 크림, 요구르트, 케첩, 사탕, 샐러드드레싱 등에 이것이 들어가요. 치약, 화장품, 기저귀, 봉투, 숯, 성냥, 잡지 광택제, 과일 광택제, 살충제, 술, 벽지, 바닥재, 페인트 등등도 옥수수로 만들어요.”
2차 대전이 끝나고 폭탄 성분인 질산암모늄이 남아돌자 미국 정부는 그것으로 화학비료를 만든다. 폭발물 성분을 밭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살충제는 독가스, 암모니아, 염소 등 강제수용소에서 쓰인 것을 기본으로 만든다. 독가스를 만든 사람과 질소 고정 화학비료를 만든 사람이 같은데 이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한다.
“농사가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칠까요? 화학비료를 과도하게 쓰면 일부 질소가 기화해서 아산화질소가 돼요. 아산화질소는 114년간 대기에 머무르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켜요. 일부는 지하로 침투해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그게 하천으로, 결국 바다로 가요. 질소와 인이 박테리아, 플랑크톤 등을 성장시키는 원료가 되어서 바닷속 산소를 없애면 어류가 질식사하고, 갑각류, 산호초, 조개가 떼죽음당하는 원인이 돼요.”
그렇다면 유기농은 어떨까? 잡초를 없애려고 일반 농장보다 더 심하게 밭을 갈아엎으면 질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결국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땅은 더 많은 질소가 필요해진다. 결국 농사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먹는 행위는 농업 행위이고 결국 정치 행위예요. 밥상은 세계화의 위협을 밀접하게 만나는 시작점이에요. 우리 입맛부터 변화했고, 음식 만드는 풍경이 바뀌었어요. 장을 담그는 집이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예요. 씨앗은 농부들이 베고 잘 만큼 소중했지만 지금은 GMO 종자를 종자회사에서 구입해요. 우리 입맛이 세계화 홍수에 휩싸여 있어요. 주유소 기름값, 국회 표결, 정책 등에 미치는 개인의 힘은 제한되어 있어요. 하지만 음식은 날마다 무얼 먹을지, 어떤 음식 사슬에 참여할지 결정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할 것은 현실을 직면하고, 철학을 가지고 실천하고 수고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먹는 것이 문명 전체를 성찰하는 기점이에요.”
스물다섯까지 고기반찬만 먹었다는 심지연 님은 어느 날 친구가 “이게 네가 먹는 고기가 자라는 풍경이야”라며 보여 준 다큐에서 충격을 받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한다. 그런데 그 다큐를 소개한 친구는 1년 후에 채식을 포기했다. 결국 친구에게는 함께 공부하고 밥상을 나누는 관계가 없어서 그랬을 것 같다는 심지연 님은 작은 선택을 한 후 오락가락하는 궤적이 쌓이면 죽임의 순환이 아닌 생명밥상 순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인수마을밥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먹는 사람과 준비하는 사람이 같다는 거예요. 밥을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한 몸이 되어서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선택을 지속하려면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러면 결국 밥상 운동으로 가게 돼요. 지속 가능성을 볼 때 준비하는 이와 먹는 이의 격차가 좁혀져야 지속적으로 굴러갈 가능성이 커요. 저는 밥상에 가는 것 중요시하고 있고, 가끔 휴가를 내어서 밥 차리는 일을 한 적도 있어요. 농사짓는 친구들이 홍천에 있어서 울력에 참여하기도 해요. 마을찻집 과일청 담글 때 참여하기도 하고요. 나와 너, 우리를 살리는 운동이고 이것이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농사는 하늘, 땅, 사람이 어우러져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심지연 님이 생각하는 농사는 생명순환이다. 토박이 씨앗을 지키고, 소농이 자립하고 연대하며, 생명밥상 부산물로 농촌과 도시가 연결되고, 내 몸과 내가 키우는 밭생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면 자식농사가 농생활이에요. 직장생활은 건강한 도시락 문화로 원치 않는 음식 사슬에서 벗어나는 선택이 농생활이에요. 이번에 강북마을텃밭에 참여하게 됐는데 코로나로 얻은 큰 수확이에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일구는 도시 텃밭인데 토박이 씨앗 받고 다시 뿌리는 기쁨이 있어요. 밥상 부산물, 즉 음식물 쓰레기가 집집마다 나올 텐데 마을텃밭 하면서 밥상부산물이 쓰레기가 아니에요. 오줌 모아서 액비 만들고 다시 흙으로 돌려줘요. 내 몸의 일부가 흙으로 가고 그 흙이 열매를 키우고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환을 이뤄요. 자연의 생명들을 상에 올릴 수 있어요. 예전에는 잡초였던 것들이 지금은 산나물, 들나물이라는 걸 익히게 됐어요. 올 봄에 나물을 많이 캤어요. 밭에서 키우는 작물보다 생명력이 강하고 맛도 있어요.”
온실가스의 다른 주범은 바로 군사력이다. 원자력 발전은 1950년에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탄생했다. 최초의 원자로 역시 미국 핵무기 개발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원자로가 필요했던 곳은 바로 핵잠수함이었고, 여기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면서 성장한 회사들이 웨스팅하우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라고 한다. 1차 대전 초기 영국군의 자동차 숫자는 800대, 오토바이는 15대였으나 종전할 때는 트럭 수가 5만 6,000대, 자동차 숫자가 2만 3,000대, 오토바이는 3만 4,000대를 갖춘다. 항공 산업도 1차 대전 때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5900만 톤으로 전 세계 55위예요.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보다 많아요. 왜 그럴까요?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처에 동의하는데 군사 활동은 기후변화에서 예외예요. 온갖 활동을 해도 전혀 숫자로 파악되지 않아요. 2003년 수단에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어요. 30만 명이 사망했고, 난민이 250만 명 발생했어요. 표면은 아랍계, 아프리카계의 충돌이에요. 하지만 실질은 가뭄이 원인이에요. 인도양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강수량이 줄어들었어요. 목축과 농사짓을 땅이 사막화가 됐어요. 그래서 생긴 토지, 수자원 갈등이 학살과 분쟁의 배후예요.”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46조인데 환경부 기후변화 예산은 760억이다. 국토부, 농림부를 다 합쳐서 1100억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국방비의 400분의 1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은 12분의 1인데 한참 모자라는 숫자다. 심지연 님은 국방비의 10분의 1만 기후위기에 사용하면 우리나라와 동북아의 긴장이 크게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여러 단체, 친구들과 생명평화순례에 참여했어요. 과거의 아픔이 스민 곳 찾아서 해원을 바라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인류의 안녕 그리고 자연과 뭇 생명의 존속, 조화, 공존을 바라고 기도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정성 있게 평화운동 하시는 분들, 기후변화에 진정성을 가진 분들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경험을 했어요. 생명과 평화, 기후와 생태가 동떨어져 있지 않구나 알았어요. 결국 한반도 평화는 남북 사람의 평화뿐 아니라 아주 작은 생명부터 지구까지 죽임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활동이에요. 평화 활동은 기후변화와 밀접해요. 경제는 사회의 일부이지 경제 발전이 전부가 아니에요. 코로나로 사회·경제는 큰 위기를 맞았죠. 그런데 언제든 틈만 보이면 기존의 경제성장만능 패러다임으로 다시 돌아갈 태세예요. 성장이라는 우상을 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살아 있는 운동 단위는 몸을 이룬 공동체이자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관이 임명한, 민주적으로 선출한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건을 경험하면서 관계에서 주체가 생기고 내부에서 각자 세운 자율이 서로에게 울림이 되고 그것이 문화가 되면 규칙보다 훨씬 강력한 삶을 만들어요.”
심지연 님 집의 작년 평균 월 전기요금은 3,000원이라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마을밥상이 있으니 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필요 없고, 마을찻집, 마을도서관이 있으니 에어컨을 켤 필요도 없는 등 함께 쓰고 활용하기 때문에 점점 간소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 사는 관계, 마을 공동체 때문에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의 담보는 정책과 법이 아니에요. 시민사회 운동 대상이 국가인 경우를 자주 발견해요. 우리의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우리이고, 마을, 우리가 맺는 관계, 우리의 삶, 매일 대하는 밥상, 매일 만나는 아이들, 친구, 이웃이에요. 깨달은 만큼 일상적 삶의 양식을 바꾸어 가는 것이 중요해요."
심지연 님은 자신을 여성 직장인, 엄마, 이모, 텃밭 농부, 기후, 에너지, 환경 활동가, 학생, 생명평화 활동가 등 다채롭게 규정할 수 있으며, 나를 둘러싼 것이 나를 정의해주듯,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그런 의미 있는 일을 해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직업 선택에 그치지 말고 삶을 의미있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자기가 선택한 직업과 상관 없이 삶을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세포의 꿈은 다양한 세포와의 공생으로 구현된다. 자연이 다른 생명과 공생하며 생명력을 얻듯 든든한 관계, 나와 한 몸을 이룰 관계에서 각각의 꿈을 이루어가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에 대해 궁금하다는 질문과 여성 직장인으로서 에너지 산업의 문제의식으로 더 시도하는 것이 있는지, 그리고 기후변화 인식 그래프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수치가 높은 이유 등이 무엇이지 등이었다. 함께하는 밥상에서 문제의식은 간간이 있지 만 공동체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런 주제에 관심 갖고 공부하는 것이 이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완전채식 하면서 독야청청하는 것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층위에서 방향에 동의하고 실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정답이나 목표를 두고 거기 맞추는 게 아니라 같은 지향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나누는 것, 서로 지켜주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듯해요. 기후위기운동 일선에 있는 환경단체나 먹거리 운동을 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에서도 일하고 있는 이들의 실제 먹거리 선택은 의외인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해요. 자기가 어떤 가치에 동의를 해서 거기서 일하는데 자기 삶은 전혀 상관 없이 살 수 있어요. 단체의 철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안에서 공유되고 삶으로 가지고 오는 실천이 자기 운동과 괴리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얼마 전 청년들을 만나 기후 강의를 했다는 심지연 님은 “많은 강의 들었는데 다른 강사들과 다르게 힘이 넘치시네요”라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수많은 운동이 법에 근거해서 국가를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삶의 변화로 혁명은 이미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의 양식이 쌓여 문화가 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지연 님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삶의 양식과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달걀로 바위 치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달걀이고, 무엇이 바위인지 부딪쳐 본 사람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세 번째 시간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리고 효율적이다―엔지니어가 경험한 기술문명의 비효율성, 그리고 생태적 삶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이라는 주제로 9월 26일(토) 오닉스 인사이트 머신러닝 총괄 신원 님의 강의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