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
회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제가 오래 전부터 소설 '가와 사'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시작한지도 4-5년은 넘은 것 같은데, 그 일을 하다가 '비안도' 시절 때 갑자기 '요즘의 김씨'를 하게 되어 그 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가,
그 뒤로 '요 김'은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다시 잡은 것까지, 그리고 스페인에 가서도 하는 등 꽤나 오랫동안 진행 중인 글인데요,
원래 계획 대로 되었다면 이미 끝나고도 남았을 텐데, 그게 맘 같지 않게 진척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요 근래에는요......
그간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를 연구해 보았는데,
어쨌거나 그걸 마무리를 지으려면 집중적으로 일에 매진을 해야 하는데, 여기 서울의 '내 자리'에서는 장소 생활 문제 등 이래저래 일손이 잡히질 않아,
결국,
분위기를 바꿔보자! 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건,
제가 늘 그렇듯, 일하는 공간(장소)을 옮기다 보면 좀 새로운 기분으로 일에 매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는 말입니다.
사실은 동해안에 기웃거릴 때에도 그걸 염두에 둔 일이기도 했는데(명파 학교 일만 생겼지 집은 생기지 않아) 뜻 대로 돼주지 않았고, 작년 스페인에 가서도 글 작업을 하기는 했는데, 그 양이 많다 보니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한국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는데,
가을 겨울을 나고도 끝내지 못했고, 이제 봄이 깊어가는데도 뭐 진척이 없다 보니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는데도 일손은 잡히질 않아서요.
그러니, 하는 수 없었습니다.
어딘가 새로운 공간을 찾을 수밖에요......
특히 작년에 스페인에서 돌아온 뒤로 몇 차례 시도를 하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했는데, 잘 안 되드라구요. 그러다 결국은 고향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만만한 건 역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고향이니까요.
그러다 지난 번(아래 사진) 모처럼 군산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면서,
내가 몇 년 동안 소설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끝내지를 못해 애가 타고 있는데, 나에게 한 달 남짓 어디 처박혀 글만 쓰게 할 공간이 있으면 소개시키든 제공해 줄 사람 없을까? 하고 묻게 되었는데,
망설임도 없이 두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무 장아찌' 사업하는) 사무실은 시골이긴 해도 마을 한 복판이기도 하고 주변이 좀 어수선한 곳이라서 적합하지 않다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고(친구의 호의에도 나는 배짱이었습니다. 물론 이 친구가 제일 좋아했고, 앞으로도 절 많이 도와줄 것입니다.),
또 다른 친구가,
우리 농장의 콘테이너에 와서 해! 시설이 훌륭하진 않지만 무엇보다도 거긴 아무도 오는 사람 없는 정말 조용한 곳이니까! 하기에,
숙식도 가능해? 하고 물었더니,
그럼!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살림도 다 있는데, 난방도 되고! 해서,
오래 머물지 않을 생각이어서 조금의 불편은 감수한다는 생각으로,
일단 그 다음 날 그 친구의 농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가 보니,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긴 했고 또 산 중턱이어서 훤히 앞이 트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형이 그렇다는 것이지,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의 덩어리 중의 콘테이너는 그 안 쪽으로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면 그저 산 쪽으로만 창이 있는(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는 한) 곳이었는데, 샤워도 할 수 없고 화장실도 따로 떨어져 있는 등 현대생활과는 동떨어진 곳이었지만,
공기도 좋고 한적한 곳이란 게 마음에 들어,
제 팔자에 편하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며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정신적으론 정갈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이쯤이면 됐다! 싶어,
그러자! 고 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군산 시내가 아닌 '면'에 속한, 그러면서도 낮으막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집이 열 채 남짓한 마을의 맨 위(끝)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있고 축사도 있는 (개, 닭도 키우는) 한 덩어리 속에 있는 컨테이너 공간(임시 작업실)이 생긴 겁니다.
물론 콘테이너 앞에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콘테이너에서 나와야만 마을과 그 아래로 약간 멀리 '서해안 고속도로'가 내려다 뵈는 산골이고 TV는 없고 인터넷도 안 되기 때문에, 까페 운영에도 차질이 있을 거구요.
이 콘테이너인데(상), 그 위 언덕에서 내려다 본 모습(아래) 과수원 아래 맨 오른쪽 전봇대 있는 곳이 컨테이너다.
그 왼쪽에 있는 본 마을(아래)
그래서 '개인 용달'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약간의 짐은 이미 옮겨놓고(세간살이는 현지 것을 이용하기로 했고) 현지에 가서 청소도 하고 정리까지 해놓느라 (월 화) 이틀 정도 군산에 가 있었던 겁니다.
썩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전기 판넬을 이용하는 난방) 그런 대로 지내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제가 그 컨테이너에서 첫밤을 보낸 어젯밤에(화)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상당히 내렸고,
이제 그곳도 본격적인 봄농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어려운 조건 속의 고생이야 각오가 돼 있긴 하지만(불편한 점도 상당합니다.),
특히 비오는 밤에 화장실 가기가 퍽 걱정스럽드라구요.
그래도 제 일을 위해, 주변의 약간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내려가 이것저것 준비를 해 둬서, 이젠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회원 여러분께 이 소식을 알려야만 했고,
현지에 인터넷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 남짓(정확한 기한은 정할 수 없습니다. 제 글의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경이 가능할 테니까요.) 이 까페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1 주일에 한 번 정도는 현지 소식이라도 올려볼까 하는데, 그것 역시 현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 될 터라 뭐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해 보려고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물론 '월말(초)'에는 서울에 한 번 들러야 하는 건 그 전과(비안도 생활에서도 그랬지요.) 변함이 없고, 또 모처럼 그 전의 '몽상(夢想)' 처럼 산골생활도 하게 되겠지요.
제법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이고 이제야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라 저도 약간은 설레기까지 한데,
어쨌거나 제 목적이 달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토, 일) 1박 2일로 한 친구의 '여름집'이 있는 '고군산군도' 중의 '선유도'에, 저희 재경 동창회의 야유회가 있는데,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가는 길로(저는 금요일에 가는데 그 야유회가 끝나도(일요일 저녁) 저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그 산골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그 생활이 시작될 겁니다.
그 이후의 소식은 상황에 따라 이따금 한 번씩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점 참고하시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뵙기로 하겠습니다.
남궁 문
첫댓글 일단 축하드립니다.
원하시는 글 작업 마음껏 하셔서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방문해 보겠습니다.
축하 받을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감사를 드립니다.
어쨌든 일이 잘 돼야 할 텐데요...
근데,
어쩌면 '누추한 곳'이라서...
여러가지로 많이 불편 하시겠네요.
그렇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깊은 '산중'의 절간 생활이라고 생각해도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