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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뉴질랜드 와인
뉴질랜드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으로 유명한 섬나라다. 와인 생산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뉴질랜드 와인의 배경이자 출발은 순수한 자연이다. 뉴질랜드의 자연은 깨끗하고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뉴질랜드 와인의 강점이다.
뉴질랜드 와인을 세계적인 와인 대열에 올려놓은 주역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었다. 프랑스가 아닌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며 동시에 독특한 스타일까지 가진 소비뇽 블랑에 세계 와인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래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꼽힐 정도로 차별화된 품질을 자랑한다.
뉴질랜드 와인 산업은 1970년대 오클랜드에서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급속하게 성장해나갔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뉴질랜드 와이너리 수는 643개이며 총 와이너리 면적은 31,000ha, 총 와인 생산량은 2억 5백만ℓ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660%의 신장세를 보여 수출총액 10억 뉴질랜드 달러를 달성했고 수출량도 500% 증가하여 총 1억1천2백6십만ℓ에 달한다.(2008년 7월~2009년 6월 기준) 해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어느 선까지 성장할 지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 호주와 비교해 뉴질랜드는 기후가 비교적 서늘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독일을 표본으로 삼아 Müller Thurgau(뮐러 투르가우) 등 독일의 화이트 품종들을 많이 심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Müller Thurgau가 가장 많이 재배되어 저가 와인의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1986년 기존 포도나무의 상당수를 뽑아내고 다양한 글로벌 품종으로 대체한 결과, 현재는 화이트 품종인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과 Chardonnay(샤르도네), 레드 품종인 Pinot Noir(삐노 누아)가 뉴질랜드 와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뉴질랜드의 Sauvignon Blanc 와인은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그 향과 맛이 독특하고 뛰어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오즈 클라크(Oz Clark)는 뉴질랜드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러면서도 충격적인 Sauvignon Blanc”이라고 극찬하다.
◆ 기후와 지형적 특징 ◆
뉴질랜드 와인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기후와 지형에서 찾을 수 있다. 북섬과 남섬으로 이루어진 뉴질랜드의 포도 재배 지역은 대략 위도 36~45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길이는 총 1,600km 정도이다. 대부분 와인 생산지는 두 섬에 걸쳐 뻗어 있는 동쪽 산맥에 위치함으로써 서쪽에서부터 발생하는 습기 한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질학적으로 대부분 포도원의 토양은 침적토, 모래, 자갈로 구성되어 배수가 잘된다.
뉴질랜드의 온화한 해양성 기후는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포도원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포도나무들은 낮에는 강렬하고 쨍쨍한 태양빛을 받고 밤에는 차가운 해풍의 도움을 받아 낮 동안 받았던 열을 식힌다. 그리고 포도가 익는 기간이 긴 편이다.
◆ 주요 포도품종 ◆
뉴질랜드 와인이라면, 소비뇽 블랑을 빼놓을 수 없다. 전체 재배 품종 중에서 소비뇽 블랑은 42%나 차지한다. 그 뒤는 피노 누아로 17%를 차지하고 샤도네이 14%, 메를로 5%, 피노 그리 5%, 리슬링 3%, 기타 품종 14%이다.
소비뇽 블랑
현재 뉴질랜드 전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으로 1970년대에 오클랜드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여 1976년에는 말보로 지역에서도 재배하게 되었다. 1980년에 소비뇽 블랑 와인을 시장에 선보였고 이후 각종 국내외 와인 대회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와인 메이커들은 소비뇽 블랑의 성공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뇽 블랑의 재배 면적은 2000년 2,485ha에서 2008년에는 13,988ha로 늘어났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유래한 청포도 품종 중 하나이다. 초기 남서 프랑스에서 원주민 포도로 불렸기 때문에 프랑스 단어 sauvage(소바주, 야생)과 blanc(블랑, 흰색)에서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 보고 있다.[1] 유전학적으로는 사바냥(Savagnin)에서 파생되었다. 소비뇽 블랑은 세계적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많은 지역에 심어져 있으며 선명하고 드라이하며 상쾌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또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의 포도로 쓰이기도 한다.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칠레, 루마니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미국 워싱턴 및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신세계 소비뇽 블랑(New World Sauvignon blanc)은 프랑스의 푸이 퓌메(Pouilly-Fumé)처럼 로버트 몬다비가 퓌메 블랑(Fumé Blanc)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기후에 따라 강한 풀잎에서 열대 과일까지 다양하게 풍미가 변한다. 시원한 기후에서는 새콤하고 풀잎의 녹색 향이 잘 느껴지는 포도로 자란다. 녹색 피망이나 쐐기풀과 함께 약간의 열대 과일(패션프루트 등)과 꽃(딱총나무속 등) 향기도 나타난다. 따뜻한 기후에서는 열대 과일 풍미를 더 진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과도한 숙성은 향이 옅어질 위험이 있고 약간의 자몽과 복숭아 나무향만 남게 될 수 있다.[2]
와인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루아르 계곡과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을 "선명하고 우아하며 신선한(crisp, elegant, and fresh)" 라며 높이 평가한다. 차게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초밥, 생선, 치즈(특히 염소젖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리슬링과 같이 병 마개가 트위스트 캡으로 된 최초의 고급 와인 중 하나이다. 소비뇽 블랑 품종은 오래 숙성 시키면 완두콩이나 아스파라거스향이 짙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통 숙성시키지 않고 짧은 기간 안에 마신다. 그러나 보르도의 화이트 와인 중 페삭 레오냥(Pessac-Léognan)이나 그라브(Graves)에서처럼 오크 숙성을 한 소비뇽 블랑은 푸이 퓌메(Pouilly-Fumé)나 상세르(Sancerre)와인처럼 소비뇽 블랑의 숙성 잠재력을 보여주기도 한다.[2]
뉴질랜드에서는 매년 5월 첫주 금요일을 국제 소비뇽 블랑의 날(International Sauvignon Blanc Day)로 지정했다.
피노 누아
뉴질랜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피노 누아 품종을 성공적으로 재배한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20세기 초반에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포도원에서 재배되었던 피노 누아는 이후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하다가 1980년대 초에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되었다.
센트럴 오타고, 말보로 등 남섬 전역과 북섬의 혹스 베이, 기스본 등 여러 지역에서 피노 누아가 재배되고 있다. 피노 누아의 재배 면적은 2000년에 1,126ha에서 2008년에는 4,189ha로 증가해 샤도네이를 제치고 뉴질랜드 제2의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샤도네이
와인 메이커들의 한결 같은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샤도네이가 처음 뉴질랜드에 소개된 것은 1800년대였지만, 필록세라 때문에 한동안 뉴질랜드에서 볼 수 없었다. 1970년대 초에 재등장하여 현재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샤도네이의 총 재배면적은 3,881ha로,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에 이어 재배되는 포도품종 3위를 차지한다. 샤도네이 중 약 5%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데 쓰인다.
아로마틱 포도품종-피노 그리, 리슬링, 게브르츠트라미너
뉴질랜드 기후는 향이 풍부한 이른바 아로마틱 포도품종을 재배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뉴질랜드의 피노 그리, 리슬링, 게브르츠트라미너 품종은 지역적 특색을 간직한 채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리슬링은 1800년대에 이미 재배되고 있었지만 1980년대에 본격적인 재배를 하기 시작했다.
게브르츠트라미너는 총 재배면적이 리슬링의 1/3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1970년대 초부터 재배되어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1990년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피노 그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 인기 있는 화이트 품종 3위에 올랐다.
기타 레드 품종-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뉴질랜드는 단일 품종의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메를로의 비율이 높은 블렌딩 레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뉴질랜드 북부의 기후조건이 비교적 일찍 익는 메를로 품종 재배에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는 이미 1800년대 중반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메를로가 소개되어 재배되고 있으나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 피노 누아를 제외한 레드 품종의 재배면적은 2008년에 2,645ha로 전체 재배 면적의 10%를 차지한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재배율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대로 시라의 경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뉴질랜드의 와인 생산지는 8개 지역으로 나눠진다. 뉴질랜드의 독특한 지형적 특성은 지역별 다양한 테르와를 만들어낸다. 주요 생산지는 다음과 같다.
뉴질랜드(New Zealand)의 주요 와인산지
오클랜드(Auckland)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한 오클랜드는 인구 150만 명이 살고 있다. 오클랜드에는 10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고 1819년 북섬에서 최초로 포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와인 농장이 있는 뉴질랜드 와인 생산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한 오클랜드는 복합적인 샤도네이와 보르도 스타일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주 토양은 점토이고 샤도네이,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소비뇽 블랑을 주로 재배하고 있다. 2008년 오클랜드의 재배 면적은 534ha이다.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Babich Wines, Coopers Creek Vineyard, Corbans, Kameu River, Matua Valley Wines, Montana, Providence, Villa Maria Estate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기스본(Gisborne)
동북쪽 끝에 위치한 기스본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 첫 날의 태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스본은 뉴질랜드에서 4번째로 넓은 포도 재배지역인데, 비옥한 충적토양에 온화하고 일조시간이 길어서 포도가 잘 익는다.
주요 품종으로 샤도네이, 슈냉 블랑, 게브르츠트라미너, 리슬링 등을 광범위하게 재배하고 있다. 화이트 품종을 많이 재배하고 레드 품종의 비율은 전체 재배량에서 10%에 불과하다. 특히 샤도네이 재배비율은 55%로 다른 지역보다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08년 기스본의 재배 면적은 2,142ha이고 3 Brothers Winery, Millton, Vinoptima Estate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말버러
현재 말버러에서는 뉴질랜드 쏘비뇽 블랑 와인의 90%가 생산된다. 지역 내 소산지로는 와이루(wairu) 밸리와 아와터리(Awatere) 밸리가 특히 유명하다.
또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뉴질랜드 Pinot Noir(삐노 누아) 와인은 북섬 최남단 와이라라파 지역의 핵심 산지인 마틴버러(Martinborough)와 남섬의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말버러(Marlborough) 지역이 주요 산지입니다. 가장 강한 느낌의 Pinot Noir 와인이 생산되는 센트럴 오타고는 고도가 높으며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보이는 곳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서늘한 산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와인산지이기도 하다. 호수가 많고 그 사이사이로 나름의 차별성을 가진 소산지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그 외에 늦 수확한 Riesling(리슬링)으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넬슨(Nelson) 지역,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캔터버리(Canterbury) 지역 등이 뉴질랜드의 주요 와인산지들이다.
청정 지역인 뉴질랜드도 포도나무 전염병인 필록세라의 폐해를 피해가진 못했다. 1885년 오클랜드 인근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1900년 이후 말버러를 제외한 주요 산지에 큰 타격을 입혔는데, 특히 기즈번과 혹스 베이의 피해가 컸다.
쌩 클레어사의 〈Pioneer Block, Sauvignon Blanc〉
뉴질랜드 역사상 국제대회에서 Sauvignon Blanc과 Pinot Noir로 트로피를 수상한 최초의 와이너리인 쌩 클레어사의 와인. 8만 원선. Saint Clair(쌩 클레어)사는 Cloudy Bay, Montana, Palliser, Vavasour, Grove Mill 등과 함께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프리미어 생산자’로 꼽힌다.
등급별 분류
뉴질랜드 와인에는 특별한 규제나 등급분류가 없다. 단지 레이블(label)에 포도품종을 표시할 경우 해당 품종의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하며(호주는 85%), 비슷한 비율로 블렌딩된 경우 비율이 높은 품종을 앞에 적어야 하고, 레이블에 생산지역이 표시될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가 최소 75%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정도다.
뉴질랜드는 화이트 품종이 전체 포도밭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중에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Sauvignon Blanc이고, Pinot Noir와 Chardonnay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 외에 화이트 품종인 Pinot Gris(삐노 그리), Riesling(리슬링), Gewürztraminer(게뷔르츠트라미너), Chenin Blanc(슈냉 블랑), 레드 품종인 Merlot(메를로),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쏘비뇽), Syrah(씨라) 등이 재배되고 있다.
기즈번(Gisborne)의 Gewürztraminer 품종은 탁월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혹스 베이(Hawke’s Bay)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을 만드는 Merlot나 Cabernet Sauvignon 품종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Pinot Gris(삐노 그리)와 Syrah(씨라)도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렇듯 아직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와인에 대해 뉴질랜드는 이렇게 홍보한다. “최고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대략 적도와 남극의 중간쯤에 있는 뉴질랜드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다. 남섬과 북섬으로 이루어진 긴 두 개의 주요 섬과 그밖에 연안의 수많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뉴질랜드의 포도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날짜변경선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지구상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만나는 포도원들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뉴질랜드 사람을 제외하고는 뉴질랜드 와인을 마셔본 와인애호가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곳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이 뉴질랜드를 국제와인지도에 올려놓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다른 나라의 소비뇽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특히 고급 소비뇽 블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이국적이고 강렬한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꼽힌다.
뉴질랜드 최초의 포도나무가 심어진 해는 1819년으로 성공회 선교사에 의해 재배되었으나 당시 와인이 생산되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뉴질랜드 최초의 와인이 생산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839년으로 스코틀랜드인 제임스 버스비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확고한 와인산업이 정착되기까지 다시 1세기 반이 흘러야 했다. 당시 선구적인 뉴질랜드 와인생산자들의 상당수가 포도재배의 경험이 없는 영국인 이주민이었고, 무엇보다 20세기를 전후해 수십 년 동안 뉴질랜드는 철저한 금주 운동의 영향 아래 있어 와인 문화를 확립하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
뉴질랜드 와이너리의 수는 1988년에서 1998년까지 10년 사이에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단 5년 사이에 포도원 부지는 40% 이상 늘어났고, 와인양조 및 포도재배에서의 새로운 발전이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포도는 대부분 기계로 수확하지만 최고급 와인 양조를 위한 포도는 손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소규모 생산자들도 있지만, 뉴질랜드 대다수의 와이너리들은 전국에 있는 독립적인 포도 재배자들로부터 포도를 매입한다. 이들 포도재배자들은 점차 그들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자체 브랜드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와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서늘한 기후다. 뉴질랜드는 신세계에서 가장 서늘한 연안에 와인 생산지들을 보유하고 있다. 두 개의 주요 섬이 길고 좁다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서 129km 이상 떨어져 있는 포도원은 없다. 서늘하고 한결 같은 기후 덕분에 포도는 오랜 성장기를 거치며 균일하고 부드럽게 익어 어디서든 3~5월에 이루어지는 수확기가 되면 절정에 이른다. 오랜 성장기는 순수한 풍미를 지닌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포도를 포함한 뉴질랜드의 채소와 과일은 다른 나라에서 재배된 농산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강렬한 풍미를 지닌다고 한다. 또한 서늘한 기후는 포도에 천연 산도를 부여해 산뜻하고 상큼한 와인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날 뉴질랜드에서 재배되는 20종 가량의 포도품종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이다. 두 품종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기도 하다. 특히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품종으로, 신선한 라임과 구즈베리, 다양한 녹색 채소류와 허브의 풍미, 열대 과일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대다수의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오크통이 아닌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양조되어 청명하고 날카로운 산도가 돋보이는 와인으로 양조된다.
그 밖에도 드라이 와인 혹은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을 양조하는데 쓰이는 리슬링과,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질 때 보여주는 섬세함이 일품인 피노 누아 역시 주목 받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포도원의 75% 가량이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피노 누아가 뛰어난 가능성을 보이면서 점차 재배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피노 누아는 뉴질랜드의 주력 적포도 품종이자 해가 갈수록 더욱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다.
뉴질랜드에는 프랑스의 AOC 처럼 포도품종에 따른 재배지역이라든가 해당 포도의 생산량, 포도양조방식, 와인 숙성기간 등을 규제하는 엄격한 법률체계가 없다. 다만, 뉴질랜드에도 라벨링과 와인생산의 일정한 측면을 통제하는 규정은 있다. 첫째, 포도 품종이 라벨에 표기될 경우, 와인의 75% 이상은 해당 품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와인은 대부분 표기된 품종의 비율이 85~100%에 이른다. 둘째, 라벨에 두 개의 품종이 표기될 경우 중요도에 따라 나열되어야 한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서도 라벨에 카베르네- 메를로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메를로 보다 카베르네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뜻이며 메를로—카베르네라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벨에 지역이나 구역 또는 산지를 표기할 경우, 와인의 75% 이상은 해당 장소에서 나와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참고문헌
더 와인바이블 (The Wine Bible)
30여 년 넘게 와인작가, 컨설턴트,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캐런 맥닐의 저서로, 미국 내 베스트셀러이자 수상작이다. 출간된 후 45만부 이상 팔렸다. 집필하는데 무려 십 년이 걸린 이 책은 와인을 주제로 쓴 가장 포괄적이고 권위 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뉴질랜드 와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품종이 있다면 바로 소비뇽 블랑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전 세계 다른 어떤 지역의 그것과도 비할 데가 없다. 간혹 프랑스 루아르 밸리에서 생산되는 전율을 주는 상세르 와인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의 소비뇽은 상당히 다른 맛을 낸다. 폭발적이면서도 팽팽한 이 와인은 신선한 라임, 야생 허브, 구스베리, 올리브, 녹차, 멜론 등 다양한 식물의 풍미를 지닌다. 뉴질랜드 소비뇽은 망고나 패션프루트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는 등 이국적인 열대 과일의 느낌도 지니고 있다.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말보로 지역은 소비뇽 블랑의 진정한 본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소비뇽 와인에 대한 품질의 기준이 되어 왔다. 놀라운 사실은 브란콧 와이너리(Brancott Estate, 이전의 몬타나(Montana) 와이너리)에 의해 이곳에 처음 소비뇽이 심어진 것은 아주 최근인 1973년이라는 사실이다. 말보로의 소비뇽 블랑은 풍부하고 잘 익은 과일 향을 가지고 있어 마시기에 편하며, 간혹 고추향도 맡을 수 있고 구즈베리 향, 강한 레몬과 열대과일의 느낌도 준다.
브란콧과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는 꾸준히 품질로 승부하는 뉴질랜드 소비뇽의 원조 와인생산자이다. 그리고 빌라 마리아(Villa Maria), 잭슨 에스테이트(Jackson Estate), 로손스 드라이 힐즈(Lawsons Dry Hills) 등은 꾸준히 최상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서늘한 지역에서는, 상쾌하고 순수하며 신선한 향과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뇽 블랑 양조 시 새 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극소수 와인들은 오크통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경우도 있는데, 헌터(Hunter)와 베버사우어(Vavasour)는 스타일리시한 오크 숙성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든다.
샤르도네는 거의 뉴질랜드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품종이다. 열대과일 향과 견과류의 풍미를 지닌 원만하고 가벼운 꿀 같은 와인에서부터, 프랑스의 샤블리를 연상시키는 가녀린 와인에 이르기까지 그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대부분의 신세계 샤르도네와는 달리 뉴질랜드의 샤르도네는 옹골찬 산도로 유명하다. 뉴질랜드의 포도원은 북에서 남쪽으로 960km에 걸쳐 있으며, 북쪽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남섬에서는 말보로 지역의 클라우디 베이와 베버사우어 리저브, 그리고 넬슨 지역의 노이도르프(Nuedorf) 와이너리에서 견고하고 우아하며 아주 밀도 있는 샤르도네를 생산한다. 북섬에서는 마틴보로 지역의 마틴보로 빈야드(Martinborough Vineyard)와 팔리서(Palliser) 와이너리에서 신선하고 순수한 과일 풍미를 지닌 샤르도네를 만든다. 기스본 지역에서는 풍부하며 유연한 스타일의 와인이 킴 크로포드(Kim Crawford) 와이너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혹스 베이의 테 마타(Te Mata) 와이너리, 또는 오클랜드의 쿠무(Kumeu) 와이너리는 매우 풀바디하고 견고하며 화려한 정상급 샤르도네를 만든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을 들라면 단연 피노 누아다. 뉴질랜드는 서늘한 기후에서 최상급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국가다. 말보로, 마틴보로, 센트럴 오타고는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 산지 중 핵심 지역이다.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는 스타일과 품질, 풍미 면에서 미국 오리건 주의 피노 누아와 유사하다고 평가 받기도 한다. 오늘날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은 날카로운 산도, 풋내음 나는 과일 향, 매끄러운 질감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마틴보로는 최고급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곳으로, 좋은 빈티지의 리저브 와인은 우아하고 풍부한 점에서 부르고뉴 프르미에 크뤼가 지닌 품질과 견줄 만 하다. 드라이 리버(Dry River), 테 카이랑가(Te Kairanga), 오크 숙성한 아타 랑기(Ata Rangi)의 피노 누아 와인은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참고문헌
더 와인바이블 (The Wine Bible)
30여 년 넘게 와인작가, 컨설턴트,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캐런 맥닐의 저서로, 미국 내 베스트셀러이자 수상작이다. 출간된 후 45만부 이상 팔렸다. 집필하는데 무려 십 년이 걸린 이 책은 와인을 주제로 쓴 가장 포괄적이고 권위 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정평 난 와인교육가이자 와인작가인 마이클 슈스터의 베스트셀러 저서이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와인 테이스팅 실습에 이르기까지, 와인의 A부터 Z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무후무한 와인 테이스팅의 성경’이라 불리며 주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상들을 석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