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황영찬
한 중학생이
죽은 어머니 곁에서
여섯 달을 지냈다
물과 먹을 것 때문에
잠깐씩 밖을 나간 일 말고는
전기와 가스가 끊긴 셋방에서
두문불출했던 소년
주인집이나 학교 선생님은
소년의 말만 듣고
어머니가 가출한 줄만 알았다
늦게나마 학생을 방문한 선생님
사정을 알리는 사람 됐지만
좋은 소리 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10cm 두께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도
이웃이 없는 세상
“열심히 공부해라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그에게
소용없는 말만 했다
고통의 짐만 지게 했다
오, 주님
또 이웃을 돌보지 않은 죄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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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찬
춘천교회 원로목사
강원문협 회원
소양 1교
황영찬
소양강에
새 다리가 계속 놓이면서
더욱 초라해진
1교의 모습
너무 좁고 낡아
일방통행로가 된 1교는
소형차만 지나가도
온몸을 떤다
아래위로 놓인
새 다리들이
연민의 눈길을 보내면
1교는 기죽지 않고
옛날 일을 떠벌린다
너희들이 알아?
아는 거라고는
자동차밖에 없는 그들에게
옛날엔 내가
멱 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집 없는 이에게
잠자리가 되었었다고 자랑이다
그게 무슨 일인 줄도 모르는
그들은
그게 무슨 자랑이냐고
비웃는다
그래도 1교는
쉬지 않고 말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다리도 꼭 사람들 같다
열대야
황영찬
십 년만의 무더위라고 한다
열흘 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낮에 더운 것도
참기 어렵지만
열대야는
더욱 괴롭다
아직도
일주일쯤 더 계속될 거란다
도심지가
열대야가 되는 것은
열을 흡수할 나무와 숲이 없고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차
그리고
각종 기기에서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다
바람 길을 막는
건물 때문에
시원한 바람은
도심 밖을 맴돌다 돌아가고
강물 따라 부는 바람도
복개 공사로
도심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도시를 한증막으로
만든 사람들
무덥다고 아우성이지만
하는 짓은
여전히
도시를 열탕으로 만들고 있다
첫눈 소식
황영찬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벌써 첫눈이 내린다
대청봉과 대성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강원 산간지역에 내일 아침까지
눈이 내린다고 한다
지난해는 겨울에도 비가 오더니
올해는 가을에도 눈(雪)이 내린다
지난해 늦었다고 서두른 것일까
갑작스런 눈 소식에
온몸이 어는 것 같다
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곱다던데
동상(凍傷)에 걸린 단풍만 보게 생겼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이상 기온이 점점 심해 간다는데
잘못된 습관 병
황영찬
입버릇처럼
아이들 병은 어른 탓이고
어른들 병은 자기 탓이라고
말한다
성인병을 잘못된 습관 병이라고 하는데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건
누구 탓할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고
편한 것만 찾다가
제 맘대로 벌컥벌컥 화를 내면
쇳덩이 같은 몸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병이 생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
꼭 병원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건강하게 사는 게
모두
습관에 달렸다
좋은 습관을 지키는 것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
카페 게시글
목산문학 23호
황영찬 - 이웃 과 시4편
목산솔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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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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