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무도장(콜라텍)의 왈츠
(2007.2.26)
토욜에 자이브 연습하러 무도장(콜라텍)에 갔다.
지루박 음악이 나오면 스포츠댄스 장소에서 어설픈 자이브에만 매달렸다.
다른 음악이 나오면 자리에서 쉬면서 다른 사람들이 춤추는 걸 구경했다.
트롯 음악에 왈츠 추는 걸 보며 입이 절로 벌어졌다.
네 박자 음악에 어떻게 세 박자의 왈츠를 추는지, 대단한 실력들이었다.
온갖 피겨들을 이용하여 고난도의 스텝들을 구사하며 왈츠를 추는 모습들은 가히 달인의 경지라고 해야 할 듯.
숙녀분들은 드로우 오버스웨이나 콘트라첵 같은 동작을 우아하게 펼치면서 황홀에 못이기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흠뻑 취해있는 모습은 일류선수들 못지 않는 자세들이었다.
왈츠 추는 모습들을 구경 하다가 얼굴 아는 숙녀분의 요청으로 나도 잠시 한 곡 트롯 음악에 왈츠 흉내를 내보았다.
그런데 내가 느끼고 보기에는 무도장에서 트롯 음악에 왈츠를 추기에 불만족스럽고 문제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왈츠를 즐길 수 있는 상시 공간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임기응변으로 무도장에서 왈츠를 출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렵게들 배운 왈츠를 왈츠 맛을 못 느끼고 억지로 흉내만 낸다는 건 억울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도장에서 왈츠를 추기에 부적합한 조건들은 너무나 많았다.
우선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제대로 왈츠 스텝을 구사하기란 곤란할 것 같았다.
왈츠는 다운에 이어서 진행자의 쭉 밀고 들어가는 [푸쉬]의 쾌감도 대단한데...
바닥이 이토록 미끄러운데서 밀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또한 자이브나 룸바를 하다가 이어지는 트롯 음악에 왈츠를 하는데 남성들이 신고 있는 신발들이 뒷굽이 높고 뾰족한 라틴화여서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음악이 춤을 만든다는 건 댄스인이라면 상식일 게다.
다른 장르의 음악에 다른 춤을 추건 말건 그건 본인의 자유지만 그래도 음악과 댄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사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게다.
무도장에서 네 박자 트롯 음악에 세 박자의 왈츠를 맞추기는 어거지인 것 같았다.
그냥 흉내만 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네 박자의 음악에 세 번 발을 옮기는 춤이 슬로우 폭스트롯이나 탱고도 있는데 굳이 왈츠를 맞추려니까 아무래도 어색하고 제 맛을 못 내지 않나 싶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슬로폭스트롯을 추던가 탱고가 오히려 잘 맞아 드는 것 같았다.
잠깐 흉내 내보니까 음악이 맞았다.
왈츠는 몸동작에서도 깊고 황홀한 맛이 있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빠져드는 맛 또한 일품인데...
하지만 나도 무도장에서 자이브도 룸바도 그리고 왈츠도 해보고 싶다.
난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그냥 그림의 떡이라고 해야하나보다.
어쩌면 무도장에서 왈츠하는 걸 보고 이런 글을 올리는 나의 심리는 여우가 ‘저 포도는 시어서 따먹지 않는 거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다른 사람처럼 무도장에서도 서슴없이 왈츠를 출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숙녀만 잡으면 버벅대고 있으니 이런 내 신세가 한심할 따름이다.
댓글
바람돌 07.02.26 15:20 첫댓글
왈츠가 여러 가지로 어렵네요.. 배우기도/배워서 출 수 있는 장소도/음악도/그리고 춤짝 만나 즐춤하기도...제게는 그림의 떡이요.. 강남의 타워팰리스...
새초록 07.02.26 15:08
그간 청노루님의 글로 보아 왈츠 엄치 높은 경지에 오르신 것 같던데.... 겸손에 말씀을.... 너무 잘 하시니 정확한 평이 나오는 거지요. 두루두루, 어디서나 즐춤 되시기 바랍니다.^^*
겨울나그네 07.02.26 15:34
어저께 일요일이라서 텍에 가서 트롯에 맞추는 왈츠 도전도 못 해보구 구경만하고 사교춤만 추다왔어요... .어서 빨리 음악을 뛰어 넘어야 될 텐데 ...
촌트기 07.02.26 16:12
어저 콜에 가서 여님 친구랑 3시간 줄탕 ...인자 힘차서리 큰일이랑께라 힘낼라면 멀 묵어야 쓸게라 .근디 한분이 왈츠가 뭔 춤을 추는디 디게 잘추대여 가만히 감상만 했으니다만 ...인자 배우기는 나이가 있어 어려울거 같고 걍 ~~~
댄스 만들기 07.02.26 18:50
왈츠는 몸으로 표현하는 춤이 아니고 맘속으로 느끼는 내공의 춤이랍니다. 음악이 문제가 있는 것이져...
폭포수처럼 07.02.26 21:04
ㅎㅎ~워짤수 없는거 안구람 워카남요. 학원만 드립다 팔수도 없고. 원음만 쫒아 댕길 수도 없고 ~~~난감하여이다. 노루님 룸바는 어케~?? 전 원음에 발쩜 맞춰보는 게 워찌이리도 어렵디여요 음악따로 몸따로 정말 죽을 지경이여요~~
눈동자2 07.02.27 02:19
내공 깊은 왈츠만 하셔서 무도장 음악이 낯설어서일 거예요. 원음에 주로 댄스파티에서 하셔서 낯가림 하나 봅니다.. 자주 무도장 가시어 즐댄 하세요.
토리오 07.02.27 13:05
무도장 으막에 왈츠 춘다고 ..개폼 잡고 까집는것 보면 ..,가관이져~~광대놀이도 그런 광대놀이가 없슴죠~~
토리오07.02.27 13:07
찬성이요=무도장에서 네 박자 트롯 음악에 세 박자의 왈츠를 맞추기는 어거지인 것 같았다. 음악이 춤을 만든다는 건 댄스인이라면 상식일 게다.
6박이조아 07.02.27 13:52
ㅋㅋ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프로 흉내내지 말고 우리 정서에 맞는 뽕짝에 맞추어 출수 있는것두 진정한 댄스 메니아 아닐까........ 춤이란 모름지기 즐거워야 하는것 어느석이 정답인지 땅덩이 좁은데서 파티문화만 즐길려니 문제가 되는것이 아닌지.. 난감
군주 07.02.27 17:21
트롯트 음악에 차라리 퀵스텦이 훨 낮지 않나여? 왈츠는 분명히 아닌데...
코카롤라 07.02.27 23:17
옛날에는 국산 가요 왈츠 음악이 나왔었는데.............무도장 운영하는 분들이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저의 생각. 퀵스텝의 원조가 폭스트롯(슬로폭스가 아닌 와국인들이 사교용으로 즐겨 추는)이기 때문에 트롯트 음악에는 퀵스텝이 가장 맞는 것 같고, 탱고도 잘 맞는 것 같습네다...........
바리바리 07.02.28 01:35
텍에서 라틴화 신고 왈츠 추기는 어렵죠. 그래서 저는 라틴화의 굽을 모던화처럼 낮추어서 신고 있고요, 텍에서 사교댄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트로트 음악을 틀을 수밖에 없다면 음악을 무시하고 왈츠를 해야지 트로트에 왈츠를 맞출 수는 없고요, 차라리 탱고를 하면 좋을 텐데. 혼자서 할 수도 없고.
khd7030 07.03.02 14:20
에궁.. 나두 어제 무도장 뎅겨 왔는데.... ^^ 청노루님 혼자 뎅기지 말구 모다서 뎅겨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