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기계로 갈지 말고 치아로 갈아라.
과학문명의 발달은 어떠한 음식도 단 한 번에 즙으로 박살을 내거나 시원하게 갈아내 버린다. 손가락이 피나도록 강판에 갈던 것을 버튼 하나 눌러 기계로 갈아주니 ‘휴롬’(과일이나 채소 등을 가는 믹서기)은 피로함에 지친 주부들의 노동력을 줄여주는 ‘주방의 신’이었다. 모든 주부들은 그 성능에 감탄하며 냉장고 안 멀쩡한 음식들도 갈기에 바쁘다. 한 상 차려 밥상으로 내 놓을 음식들을 한꺼번에 갈아 한 컵으로 만들면 설거지도 적고, 영양을 함께 섭취할 수 있으니 부엌의 왕인 주부에겐 일거양득이다. 놀랄 만한 빠른 속도로 단단한 과일과 섬유질까지 즙으로 만들고 건더기 없는 액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건 직접 내가 과일을 갈아낸 것이니 건강에 엄청 좋은 거야.” “씹기도 귀찮은데 한 번에 쉽게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니?”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한 개의 사과를 직접 씹어서 먹는 것과 한 번에 갈아 먹는 것은 비타민의 소실을 제외하고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영양 구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등급 다이어트에서는 갈아먹는 음식에 대해 아주 강한 언급이 필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해 보고자 한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무 첨가 딸기주스나 무 첨가 오렌지주스는 첨가물도 없고 설탕이나 액상과당도 없는데 kcal가 130~180kcal까지 나가요. 가격도 작은 병 하나에 2600원 정도로 한 번 마시기에는 너무 비싸지요. 그런데 할인마트에서 판매되는 오렌지주스는 3~4팩 한 묶음에 1000원, 가격도 실속 있고 심지어는 한 팩 당 50kcal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도대체 무엇을 선택하여 먹어야 하는 거죠?” 여러분의 답변은 어떠한가? 무 첨가 딸기 주스는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과일을 갈아내었지만 표면적인 kcal를 비교해보면 부담이 크다. 벌써 가격도 저렴한 팩 주스에 비해 5배가 넘는 가격에 3배가 넘는 열량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가공 생과일 딸기주스에는 딸기 85%, 배 15%가 들어간다. 딸기의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단맛을 늘리기 위해 배를 첨가한 것이다. 이 때, 우리가 딸기 10알을 그냥 ‘휴롬’과 같은 기계로 갈아낸다고 가정하자. 10개의 딸기를 일반 종이컵에 담으려면 2개의 컵이 필요하다. 하지만 10개의 딸기를 직접 기계로 갈아내면 종이컵 1/2 또는 2/3 잔의 딸기 주스가 만들어진다. 갈아낼수록 원 재료의 부피는 줄고 즙으로 압축이 된다. 일반적인 1회 제공량 200ml의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순수한 딸기 30개는 넣어 갈아내어야 할 것이다. 인기 있는 무 첨가 딸기주스의 경우 이에 덩치 큰 배 1/3 정도를 함께 갈아서 단맛을 더하면 라벨에 표기된 한 병의 칼로리가 대략 맞추어진다. 딸기 30알, 배 1/3개, 직접 씹어 먹었다면 배불렀을 만큼의 과일을 한 번에 마시게 만든 것이다. 더불어 갈아먹는 음식에는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액상으로 섭취하는 음식은 치아로 씹어내지 않아도 쉽게 위장을 통과한다. 마시는 음식들은 쉽게 배가 부르지만, 그만큼 쉽게 소화기관을 통과하니 허기를 빨리 느낀다. 갈아낸 과일주스 3컵을 마시면 약 500칼로리에 육박하는 열량, 즉, 충분한 칼로리를 먹었음에도 소화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꼬르륵 반응이 쉽게 나타난다. 다음, 그만큼 다량의 음식을 한꺼번에 갈아냄으로서 농축된 당이 빠르게 흡수된다. 빠른 혈당의 상승은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고 결국 잉여의 포도당들은 지방으로 모두 저장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양의 음식을 직접 씹어서 먹었을 때보다 당의 흡수가 빨라지니 같은 음식으로도 더 살이 찌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한 팩에 50kcal 밖에 되지 않는 이 과일 주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갈아낸 과일의 즙을 소량만 넣고 거기에 물을 더한다. 분명 물로 희석되어 재료 본연의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설탕이나 액상과당을 넣어 단맛을 첨가하면 비교적 희석된 심심한 맛을 단맛으로 달랠 수 있는 것이다. 원 재료를 갈아 넣는 것보다 물을 붓고 설탕을 소량 첨가하는 것이 전체 칼로리 면에서는 훨씬 부담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렴한 팩 주스에는 칼로리만으로 운운할 수 없는 설탕과 액상과당의 비만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설탕 없이 원 재료만 기계로 갈아낸 무 첨가 주스나,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은 희석된 주스나 다이어트에 있어서는 피해야 할 음식이라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음식 하나의 영양만을 따진 후 그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만 주목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먹느냐 만큼 어떤 형태로 어떻게 가공하여 먹었느냐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생과일인데 라는 아쉬움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분들이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갈아낸 만든 음식에 익숙해진 식생활로 좋은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빠지지 않는 살 때문에 고민하는 사례가 너무도 흔하다. 건강을 위해 오곡에 검은 콩, 검은 깨, 바나나까지 갈아드시는 주부들의 뱃살, 살찔까봐 두려워 한 끼로 선택하는 생과일음료 한잔, 건강과 다이어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목적이라면 이젠 치아로 씹고 내 위장으로 소화시켜 멋진 1등급 몸을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