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作故) 성결문인 시리즈(17); 수필가 김진복 장로
오늘이 새날이다
우리는 시간의 연속성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만나는 날은 오늘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요,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된다. 어제, 오늘, 내일은 한 다발의 시간적 개념 속에 묶여 있다. 따로 떼어 생각할 수는
없지만 어제, 오늘, 내일 가운데서 무게가 큰 것은 어느 것일까? ---(중략)
그동안 나는 바쁘게 살아 온 탓인지 나이만큼 살아오면서도 오늘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 일이 없었다. 보통 사람들처럼 때로는 지나간 과거에 조금씩 묻히기도 했고, 막연한 미래의 불안에 싸여 있기도 했다.
귀가 부드러워지는 나이가 되어서야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항상 오는 오늘을 새 날로 반갑게 맞아들이기로 했다. 시간에서 느끼는 편견을 교정해서 삶 자체에 긍정심肯定心을 심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오늘은 언제나 오늘 날이 아니고, 생애에 꼭 한번 있는 날이다. 바뀌는 오늘은 색깔과 무늬가 사뭇 다르다. 그 새날을 함부로 대해서야 되겠는가? ---(중략)
나는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눈만 뜨면 찾아오는 새날을 맞을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그 오늘을 빛나고 아름답게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형체가 있든 없든 생산적인 오늘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그런 오늘들이 모이면 내 인생의 개인사도 아름답게 꾸며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말이다.
오늘을 맞이하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오늘은 생동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오늘은 무한하면서도 유한하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천금 같은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새로운 날을 주신 분에게 두 손을 모은다. 오늘도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마음이 밝아진다.
--------------------------------------
해설: 날마다 새날을 사는 긍정의 삶 주창자
류재하 목사
고 김진복(金鎭福) 장로(1940~2024)는 교수와 수필가로, 대구대광교회의 원로장로였다.
그는 경북 청송 출생으로 영남대-영남대대학원-경남대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행정학 교수였다. 그는 대구시청 근무(1965-1977)와 영진전문대 교수(1985-2004)와 대구보건대학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31년 간 가르쳤다.
그리고 지방자치연구소 소장을 하면서, 당시 지방자치제의 시작에 맞춰 지방의회의원 연수교육, 주민자치교육 연수, TV, 방송, 신문, 강연, 저술 등으로 한국지방자치제 발전에 기여하다가 84세에 하나님 나라로 부름 받았다.
그는 타고난 필력이 있어 전문서적 <행정학개론>, <사회복지개론>, <지방의회론>이 있고, 칼럼집 4권(지방자치에세이, 나의 지방자치이야기, 지방자치와 복지, 진인사대천명)이 있다.
그리고 70세에 계간<문장>에서 수필로 등단하여 <오늘은 새날이다> <자서 수필집 길>과 유고작 <활노도 학도노> 등 3권이 있으며, 한국문인협, 대구문인협, 대구수필가협, 문장작가회, 달구벌수필문학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성결신문 독자란에 좋은 칼럼을 자주 투고하므로 필자와 몇 번의 통화를 통해 깊은 교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칼럼을 통해 공리적 호용성에 바탕을 두고 도덕적 교훈이나 삶의 진실을 제시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한 문학의 교시적敎示적 기능에 충실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비윤리적 관습이나 생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글에 공감하며 좋은 평을 받았다. 이를 문학평론가들은 ‘인생을 위한 문학‘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듬에 따라 칼럼으로 만족하지 않고 심미적 의미를 바탕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70세 늦깎이로 수필로 등단했다. 칼럼과는 달리 수필은 윤리적 사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심미적 의미를 바탕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의 3권의 수필집을 통해 감동을 극대화하는 전통적 문학의 기능을 염두에 둔 창작인으로 변신했다. 이를 평론가들은 ’문학을 위한 문학‘으로 성장했다고 평했다.
그의 수필 제1집에는 무려 80편의 주옥같은 글들로, 하나하나 버릴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준다. 칼럼으로는 맛볼 수 없는 지성과 감성을 함께 아우르는 수필의 우아함을 통해 그는 오늘 하루, 새로운 날을 주신 분에게 언제나 손을 모은다고 고백한다. 그의 글 <나는 일을 만들면서 산다>에서 “나는 소일消日을 하지 않고 작일作日을 한다. 매일 암송하고 있는 성경의 값진 구절들이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유고작 <활도노 학도노>를 마지막으로 내 놓았다. ‘할도노 학도노‘란 한문의 뜻은 ’죽을 때까지 활동하고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뜻으로 큰 가르침을 남겨주었다.
-------------------------------------------------
류재하: 1990년에 등단한 시인, 아동문학가로 저서 27권 있으며, 간석제일교회와 주안교회 담임목사, 총회본부 교육국장, 활천 주간, 목회신학연구원 원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1997-2000)를 역임했으며. 현재 활천문학회와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전통문학연구위원)과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서울서부교회 명예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