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독서: 에세 S01E20 -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챕터가 아르테에서 나온 "좋은 죽음에 관하여"란 책에 실려 있어서 그 책을 통해 본 챕터를 다시 읽었다.
확실히 번역이 더 간결하고 자연스러워서 읽기가 편했다. 이 책에선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다섯 개의 목차로 구분해 실어 두었는데, 1장<삶과 죽음은 어차피 그대의 것이 아니다> 의 대부분이 본 에피소드라고 보면 된다.
몽테뉴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죽음은 '無'보다도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죽음은 우리가 창조된 조건이며, 우리의 일부이자 다른 생명의 근원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단 한 번이면 되는 짧은 순간을 두고 긴 시간 동안 걱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통상적인 종착역을 무수히 많이 지나치며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이 오늘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있는가?
몽테뉴가 제시하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과 같다.
1. 죽음에서 낯섦을 제거하자 (매순간 죽음을 상기하며 경각심을 갖자)
2. 어디서나 죽음을 기다리자. (죽는 법을 아는 것은 우리를 모든 속박과 종속에서 해방시킨다.)
3. 가급적 언제나 신발끈을 매어두고 떠날 채비를 해두자. (모든 것에서 홀가분해질 수 있는 상태가 되자)
그는 우리가 죽음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며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삶이 언제 끝나든 그 삶은 이미 완전하기 때문에 삶의 햇수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몽테뉴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다만 내 고민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편이다. 이를테면 "죽음이 나에게 너무 늦게 찾아오면 어떡하지?" 와 같은.
예전부터 오래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조차 애매하다.
가끔 내가 살고 싶은 나이는 언제까지일까를 생각해보곤 하는데, 가급적 60대쯤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요즘은 지금 당장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크게 아쉬울 것 같지는 않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당장 죽음의 위협이 눈앞에 닥쳐와있다면 맘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나의 형제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아마도 올해 백 세가 되신 할머니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는 70대 후반 즈음부터 가까운 친구들을 하나둘 떠나보냈고, 그 이후로는 인간적인 교류가 거의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만 보내고 계신다. 할머니께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아빠가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할 때마다 많이 민감해지신다.
몇 해 전, 부모님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다급하게 할머니께 사고 소식을 전하며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드리자, 두 분이 모두 사망한 줄 착각한 할머니가 뱉은 첫마디는 '아이고 그럼 내 장례는 누가 치르냐?' 였다. 노인들의 내재된 공포가 이런 것일까?
사람들은 죽음뒤에 행해지는 의식까지도 지나치게 신경쓴다.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말 중 제일 어이없던 것이 남편이 장례를 치뤄주니 복받았다는 말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
몽테뉴의 말 중 '언제든 신발을 신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많이 와닿는다.
오래전에 엄마가 편의점을 인수하려 한다면서 내게 시골로 내려와 같이 해보자고 했었는데, 내가 거절하는 바람에 고민끝에 계약을 안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가 조금 아쉬워했었는데, 그로부터 일이 년 뒤인가. 야간 업무를 보던 편의점 점주가 취객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아마도 우리가 계약을 했다면 내가 야간 업무를 했었을텐데,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움찔했던 기억이 있다.
죽음은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떠나도 이상하지 않게 주변과 마음을 잘 정리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댓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는 죽음 자체보다 우리가 그것에 덮어 씌운 무시무시한 얼굴과 치장들이 더 겁먹게 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죽음이란게 한 번 죽어보고 알려 줄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그 느낌을 알 길은 없다. 일단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상세히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간혹 죽음을 경험(임사체험)한 이들의 사례를 보기는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여기서 쟁점은 생명체는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자세)의 문제라는 것이다.
죽음에서 낯섦을 제거하자. 죽음을 실습하고, 죽음에 익숙해지고, 죽음만큼 염두에 두는 것이 달리 없게 하자. 결국 언제나 되도록 준비된 상태로 있어야 죽음이 덮쳐와도 새삼스러울게 없으리라. 문득 내게 스친 순간을 "아 죽음이 다녀갔구나'하고 생각해보라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 '미키7'에서도 영화'미키17'에서도
다들 미키에게 질문하죠. "죽는다는게 어떤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