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이식
전 세계가 AI와 데이터 주도의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5천억 달러 규모의 ‘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AI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요 선진국들은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구축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AI와 HPC의 융합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은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와 슈퍼컴퓨팅 분야를 선도하며 국가 R&D 혁신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국가 슈퍼컴퓨팅 생태계의 중심축
KISTI는 1988년 국가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이래,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로서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해 왔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현재 기상예보, 신약 개발, 소재 설계, 기후변화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R&D를 지원하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내년 도입 예정인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이다. ‘한강’은 이론 성능 614페타플롭스 규모로, AI 연산에 최적화된 GPU 기반 시스템으로 구축된다. 특히 엑사스케일 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아키텍처를 적용하여 AI와 HPC 융합을 통합 혁신적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강’의 도입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슈퍼컴퓨팅 경쟁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ISTI는 단순히 슈퍼컴퓨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연구자 맞춤형 기술지원, 전문인력양성,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등 종합적인 슈퍼컴퓨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KISTI의 슈퍼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며 반도체, 바이오, 기후, 에너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초거대 AI ‘KONI’로 연구 생산성 혁신
KISTI는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초거대 AI 언어모델 ‘KONI(KISTI Open Natural Intelligence)’를 자체 개발했다. 2023년 처음 공개된 ‘KONI’는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AI로서, 연구자들의 문헌조사, 연구 기획,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며 R&D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KIST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기반 과학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설 수립,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에 이르는 연구 전 과정을 지능화하여, 연구자가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연구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과학적 발견의 동반자가 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여는 것이다.
양자-HPC 하이브리드 컴퓨팅으로 미래 기술 선점
KISTI는 포스트 슈퍼컴퓨팅 시대를 대비하여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도 수천 년이 걸리는 문제를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KISTI는 양자 알고리듬 개발, 양자 회로 최적화, HPC-양자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 연구를 통해 실제 산업 문제에 양자컴퓨팅을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슈퍼컴퓨터의 강력한 시뮬레이션 능력을 활용해 양자 알고리듬을 검증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실제 양자컴퓨터 활용의 실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한민국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첨단 바이오 분야는 AI와 빅데이터가 가장 혁신적으로 활용되는 영역이다. KISTI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해 정밀 의료 연구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바이오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여, 유전체 데이터, 임상 정보, 의료 영상 등 다양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질병 예측, 신약 개발,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 등에 필요한 HPC와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HPC와 AI, 데이터의 융합을 통해 KISTI는 K-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 통합 플랫폼으로 연구 혁신 지원
KISTI는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 통합 플랫폼 ‘ScienceON’을 통해 국내외 논문, 연구보고서, 특허정보 등 방대한 과학기술 지식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 ‘DataON’을 통해 연구데이터의 공유와 재활용을 촉진하며, 국가 오픈 액세스 플랫폼 ‘AccessON’을 통해 연구 성과의 개방과 확산을 지원한다.
AI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정보서비스를 통해 연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연구 트렌드 분석, 연구자 네트워크 분석 등 데이터 기반 연구전략 수립도 돕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R&D 생태계를 조성하는 KISTI의 핵심 역할이다.
기술 사업화 생태계 조성으로 국가 경제 성장 기여
KISTI는 연구개발 완결성 강화를 위해 기술 사업화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기반 기술 사업화 지원 플랫폼 ‘Apollo’를 통해 공공 R&D 기술의 사업화 유망성을 평가하고,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지능형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Apollo는 특허정보, 논문, 시장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하여 기술의 시장 잠재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함으로써,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파트너기업 집중지원을 통해 기술이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업을 지원하여,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출연연의 우수한 연구 성과가 산업현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KISTI만의 차별화된 가치 창출 모델이다.
국제협력과 지역혁신으로 과학기술 생태계 확장
KISTI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슈퍼컴퓨팅센터, 과학기술정보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 공동연구, 인력 교류, 기술협력을 통해 글로벌 과학기술 생태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대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 거점을 통해 지역 대학, 연구 기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 특화 산업에 맞춘 슈퍼컴퓨팅 지원, 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술 사업화 지원을 통해 지역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며, 과학기술의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AI·HPC 융합 시대를 선도하는 KISTI
급변하는 글로벌 과학기술 환경 속에서 KISTI는 ‘AI와 HPC 기반으로 R&D 혁신을 선도하는 기관’이라는 비전 아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도입될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며, 양자컴퓨팅 연구,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등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KISTI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컴퓨팅 자원과 과학기술정보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구자 중심의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데이터와 컴퓨팅이 만드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필자소개
現 한국초고성능컴퓨팅포럼 의장
現 한국계산과학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