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위원회(위원장: 이영백 부회장) 주관으로 제23회 KASSE포럼이 3월 27일 광운대학교 새빛관 대강의실에서 오전 10시 20분에서 11시까지 개최되었다.
이영백 학술부회장의 사회로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의 “기초과학, 우리나라는 얼마나 필요한가?”주제발표에 이어 지정토론자인 최은하 수학‧물리‧천문 분과위원장, 임승순 화학‧화공‧섬유 분과위원장, 신영오 농식품·바이오·의약 분과위원장 3인과 좌장인 이영백 부회장의 토론이 있었으며 주제발표자인 노도영 원장의 답변과 참석한 회원들의 토론 시간도 가졌다. 아래에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주제발표
노도영 원장의 주제발표 요약은 아래와 같다.
기초과학자들은 국가와 사회의 지원을 받아 우주, 물질, 생명 등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근원을 밝히며, 자연 원리에 대한 발견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축적해 왔다. 기초과학자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해왔지만, 역사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국가들이 기초과학에 투자를 해온 이유는, 기초과학 투자가 장기적으로 그 나라들의 군사적, 경제적 우위를 크게 가져온다는 것이 증명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를 이끌어 가는 우주산업, 바이오산업, 인공지능 등의 기초적 개념은 대부분 미국에서 탄생했고, 미국은 중국의 빠른 추격에도 지속해서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류의 존망에 위협을 가했던 코로나바이러스를 단기간에 극복하게 된 것도 결국 그동안 기초 생명과학에 투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고, 새로운 지식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first mover 전략이 유효하다는 정책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하며 국가적인 기초과학 투자를 시작하였다. 본 발표에서는 국가의 경제적 여건이 녹녹하지 못한 현시점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돌아보고, 그동안 구축해 온 기초과학 인프라와 경쟁력 등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 투자의 당위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노도영 원장 주제발표
지정토론
주제발표에 이어 이영백 학술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을 진행하였다.
첫 지정토론자는 임승순 화학‧화공‧섬유 분과 위원장이다. IBS 노도영 원장의 발표는 기초과학의 정의, 기초과학 연구의 필요성,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현황과 결과(주로 IBS의 성과)에 관한 내용이다. IBS가 2011년 설립되어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IBS의 분야별 연구단이 지향하고 있는 과제가 세계적인 연구 집단들의 과제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독창적인 것인지 확신이 없다. 한편으로는 더욱 젊은 연구원의 육성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R&D 정부 정책은 기초과학을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 대부분이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서조차 “기업가 정신의 인재 양성이 없다고 일부 비판되어,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생물의학, 정보통신, AI 및 환경문제 등에 산업력 강화를 향한 과제지향의 연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 정책이 단기적인 안목으로 산업진흥 또는 산업력 강화에 한정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단지 IBS뿐 아니라, 대학과 국책연구원에서 기초과학을 하는 많은 연구자에게도 다양한 과제에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지원이야말로 국내 기초과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어서 신영오 분과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피력하였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다. 특히 기초과학은 자연 과학의 뼈대로써 기초과학이 빈약한 국가가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KASSE 포럼 지정토론
토론자가 기초과학의 전 분야를 논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생물학 분야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기초와 응용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영역이 많다. 면역학의 기초 없이 새로운 백신 개발, 사용은 불가능하다. 기초가 빈약하면 국가가 백신을 평가할 기준을 확보, 효능을 증명해 줄 평가 기준을 확보할 수가 없다.
기초가 없이 응용 기술만으로 바이오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바이러스학이 발달한 선진국의 백신 개발 능력으로 인류 최악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기초과목인 바이러스학 선진국에서 막대한 부를 가져간 것도 사실이다.
토론자의 의견으로는 바이오 분야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면밀 주도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즉흥적 예산 삭감 같은 정책 결정은 어렵게 확보한 기초마저 무너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두 번째는 우수 인력이 기초 과학 분야에 정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기초 분야는 시장에 맡길 수 없다. 우수 기초과학 전공자가 오랜 기간 주어진 주제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 여건의 조성이 먼저 필요하다.
최은하 분과위원장이 마지막 토론자였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정부는 2024년 올해 ~5.2조 원에 가까운 전체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였으며, 과기부는 R&D 기초연구 예산을 ~1조 원 가까이 삭감하였다. 이와 같은 환경은 기초과학 R&D 전략 및 계획수립에 매우 어려운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처럼 혹독한 연구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각급 기초과학 연구 주체는 “기초과학, R&D 추진 전략”과 “기초과학, R&D 예산의 현실적 집행”의 대응 전략에서 많은 어려움을 맞이한 상황이다. 주제발표에서 제기했던 “기초연구의 자율성 및 지속성”은 중요한 지표이므로, 모든 연구 수행 주체 기관에서, 그리고 역대 정부마다 계속 제기되어 왔던 이슈이다. 선도형 기초과학 R&D 전략의 핵심은 도전, 혁신, 지속, 자율성에 있으며, 공격적인 예산의 편성과 성과지표의 올바른 피드백에 입각한 집행에 있다고 본다.
현재 대통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으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는다. 올바른 정보와 판단으로 “기초과학 R&D 추진 전략 및 평가집행”을 현실에 맞게 공격적으로 정책에 반영하여야 하며, 과기부, 관계 부처 장관, 관료와 전문가 집단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통령에게 올바른 “기초과학 R&D 정책”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릇된 정보와 잘못된 결정은 과감히 수정, 보정되어야 한다. 이번 기초과학 예산 삭감 사태에 과학기술계 및 관련 현장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을 듣고, 이의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자유토론 및 마무리
지정토론에 이어 주제발표자인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의 간략한 답변이 있었고 토론 좌장인 이영백 학술위원장의 사회로 여러 회원이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활발한 자유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토론 전체에 대해 좌장이 정리하였다.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 대폭 삭감의 시대에‘한국 기초과학 발전과 그 R&D 지원 시스템’에 대한 의미와 대책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논의한 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