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사건
서울누나 사건 후 김도곤이 하고 말 안하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난 그놈을 좀 멀리하는 편이었다.
세상에 아무리 여자에게 걸신 든 놈이라 해도 존경하는 친구 여자를 가로채려고 하는 짓이 올바른 것은 절대 아닌데 이 자식은 그런 예의나 도덕도 없는 놈이었다.
그리고 말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누나도 그래.
알랑들롱 같은 남자를 팽개치고 김도곤이 같은 똥배녀석하고 눈이 맞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이때부터 여자들 올바로 안 본다.
여자들은 겉으로는 순하고 착한 남자 좋아하는 것 같아도 호박씨 깐다고 못되고 불량성 있어 보이는 그런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악마를 좋아하는 그런 본성이 있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도 나오쟎아?
수녀가 악마 쫓아 달라며 그러는 거.
섹스 말이지 뭐긴 뭐야.
아 나 같은 사람이 섹스 말하려니까 좀 부끄럽긴 하다.
여하튼 서울누나 나쁜 년이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욕 안하려 해도 절로 나오는 욕 어떻게 해?
나를 버린 년을 그럼 아 그 숙녀분 이렇게 표현해야 하나?
난 절대 그렇게 못해.
이렇게 내 마음을 찢어 놓은 김도곤이 이놈.
지난 지리시간에도 기분 좋았지만 더 기분 좋은 것은 앞으로 마지막 수업시간인 다음 영어시간에 이 자식 당하는 것 보게 될 거다.
그런데 오늘 영어시간보다 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건 생겼다.
흐흐흐흐
절로 웃음보 터진다 아 통쾌해.
어? 이 거 뭐야?
웃다 나 코 흘린 거 아냐?
아 또 챙피해.
교무실에 갔다 우연히 담임선생님시간에 일제 포켓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황급히 자리로 돌아와 화투마술을 배운다고 가지고 있었던 주머니의 화투를 어떻게 처리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공짜라면 쥐약도 불사하는 김도곤이 내게 불쑥 말을 걸었습니다.
내 오른쪽 주머니가 불룩한 걸 본 모양입니다.
- 거 쎄이니 보께또에 있는 기 뭐꼬?
- 아무것도 아니다
- 하 쎄이요자슥봐라 니 내 앞에서 문자 쓰능기가?
- 아무것도 아니래도
- 내 조은 말로 할 때 그라지 말고 좀 주라
- 먹는 것 아니래도
- 햐 쎄이이자쓱 그거 맹랑하네 하루 밤새 변해도 우찌 이리 변했노?
내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미군부대 감찰 나가면 가져 오는 초콜릿을 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가끔 나눠 주었는데 그 맛을 못 잊었던 김도곤이 내 주머니의 볼록한 것이 초콜릿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내가 어물거리자 김도곤은 날쌔게 나의 허리를 꺾고 나의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이놈이 아주 웃기는 놈이었습니다.
유도대회 나가 우승하라고 응원해 온 나를 은덕도 모르고 한판승으로 눌러 버리다니.
김도곤은 내 주머니를 억지로 뒤졌지만 엉뚱하게 노란고무줄로 허리가 묶인 화투가 나오자 아주 실망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놈은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는지 야들야들하게 말투를 바꾸어 말합니다.
- 쎄이니 노름하나?
- 아니다
- 얄굿데이 머리 피도 안마른기 세상이 우찌될락꼬 이런 일이 다생기노
- 야 김도곤 그게 아니래도
- 괜찬타 한번 실수는 벙가지상사라 캣는데 우짜것노 그러치만 쎄이야 이거는 내가 압수한데이
- 그건 가져가면 안돼 곧 우리 담임선
- 아 됐다 마 이거 우리 아부지가 보문 환장한다
- 정 그러면 그래 너 가져라 대신 날 원망은 말아라
잠시 후 담임선생님이 들어왔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즉각 포켓 검사를 불시에 시작했습니다.
반 친구들의 호주머니에선 갖가지 물건들이 요란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기관총알 엮음고리를 비롯해서 담배는 기본이고 라이터 여학생 사진 등 없는 게 없었습니다.
금세 담임선생님의 책상은 만물상이 되었습니다.
- 이제 더 없나? 있는 녀석들은 지금 자수해라 자수하면 광명 찾는다
- 없심니더
- 이거는 예?
갑자기 알랑미가 손에 이름표를 들고 담임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알랑미의 손에 든 이름표를 보고 말했습니다.
- 왜 학교 안다니려고?
- 아입니더 쎈님요 이건 길에서 주운기라요
알랑미가 들고 있는 것은 옆 여학교 학생의 이름표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알랑미의 여학생 이름표를 자세히 보시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알랑미에게 말했습니다.
알랑미 너 이거 주운 게 아니고 여학생의 가슴에 달린걸 버스 안에서 훔친 거구나.
너 앞으로 앞길이 훤하다.
그러시면서 알랑미의 여학생이름표를 직접 돌려주고 꼭 확인증을 받아 오라하셨습니다.
알랑미가 여학생에게 이름표 돌려주고 확인증 받아 온 이야기는 다음 내 친구 알랑미 연재 때 자세히 알려드리기로 하고 일단 오늘 소지품 검사는 불량성에 따라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잘 끝나던 소지품 검사에서 학칙위반이 걸린 술 노름기구 야동만화 이 세 가지 중 가장 엄한 화투가 김도곤의 주머니에서 발견되고 맙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 조금 전 김도곤이 내게서 강도처럼 갈취해간 화투입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죠.
그래서 화투장을 운명의 책이라 하지 않았을까요?
김도곤은 머리가 나빠 조금 전 내 포켓을 뒤져 화투를 뺏었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 먹고 마지막 순서로 담임선생님 앞으로 나가서 주머니의 소지품을 담임선생님의 교탁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순간 김도곤은 호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얼른 빼면서 경련하듯 선생님을 쳐다보았습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던 것이죠.
담임선생님도 만만찮은 분이어서 얼른 김도곤의 행동을 의심했습니다.
- 김도곤
- 녜
- 그 포켓에 든 건 왜 안꺼내냐?
- 쎼엔님요 이거는요 절마낀데예
- 뭔데? 일단 꺼내 놓고 말해라
- 아 쎈님요 진짜 곤란한데예
- 김도곤
- 녜
- 너 악질 반동분자 될래 아니면 자수해서 광명 찾을래?
- 쎄엔님요 그래도 이건 진짜로 곤란한데예
그러나 이미 물증이 잡힌 이상 김도곤은 담임선생님의 협박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김도곤은 나를 자꾸 쳐다보며 눈짓으로 내거라고 말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만 결국 담임선생님의 책상에 화투장을 올려놓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담배 같은 불량 물건들은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편이었으나 화투장이 김도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자 화가 단단히 나버렸습니다.
- 김도곤 넌 내가 정학도 아니고 퇴학시킬 꺼다 머리 피도 안 마른 것이 노름하고 다녀?
- 아입니더 쎈님요
- 잔말 말아
- 아입니더 쎈님요 이거는 절마낍니더
- 누구?
- 절마요
김도곤이 나를 가리켰고 담임선생님은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셨습니다.
- 야! 제비
- 네
- 이거 네꺼야?
- 아뇨 전 그런 것 할 줄 모릅니다 입시도 얼마 안 남았는데
- 그렇지 제비 자네가 이런 것 할 리 없지
- 아 쎈님요 반알라들한테 다 물어 보이소
담임선생님은 김도곤을 타작하기 전 다시 제게 한 번 더 확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 야 제비
- 네
- 이 화투 자네 꺼 확실히 아니지?
- 아닙니다 저는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화투장 가지고 노름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글 마는 노름한지 꽤 오래 된 것 같던데요
- 흠
- 아 쎼엔님 아입니더 절마꺼 맞아예 절마 저기 내 직일라꼬 작정했는기라 예
- 김도곤!
- 녜
- 이제 보니 너 악질 빨갱이구나 죄 없는 제비까지 끌고 들어가?
- 아 아이라예 쎈니임 진짜로 절마끼라예 아야 아이고 아야 아 아야 쎄엔님 아이고 아야 절마끼라예 절마가 내 잡을라꼬 하는기라예
김도곤은 담임선생님에게 걸레 봉으로 죽도록 맞았습니다.
큰 돼지 같은 녀석이 울부짖으며 맞는 꼴을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어 나는 책을 펼치고 연필로 그 위에 내 심정을 글로 남겼습니다.
이렇게 썼죠.
야 김도곤! 친구란 다 그런 거야
헐^
김도곤
나 대신 그때 욕 봤재?
미안하다.
용서해라.
첫댓글 불랼학생 말성꾸러기 라고 찍힌 김도곤이 뭐라고 변명한들 선생님께는 통하지 안았군요.
설마가 사람죽인다고 김도곤이 아무리 제비것이라해도 제비모범생말만 믿었다니 나부터도 그렇게 믿을수밖에 없겠슴니다.
저는 불알학생이라는 줄알고 한참 웃었는데....
까불었으니까 그렇죠....ㅎㅎㅎㅎ
그넘어 누나때문에 김도곤이 많이 당했군요. 언제나 여자가 말썽이라니까요.
자고로 여자안낀 살인사건이 없다고 할정도로 여자는 .불가근 불가원.이라 가까히도 멀게도 못하는게 생각됩니다.
진짜 여자없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았을 거인데......불가근 불가원.....오랜만에 들어 보는 말입니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여자. 여자가 없다면 세상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남자만 사는 세상...어휴^
김도곤의 서울누나 사건이후 너무쉽게 복수를 하신것 같슴니다.
하투사건으로 마무리지으시고 김도곤과 좋은우정 다시 이어가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모든것 다 하나님이 내린 김도곤에 대한 벌이었죠.
그런데 어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김도곤이 자기가 아니라는 변명 하는모습이 우습슴니다.
여자가 뭐길래 여자 좋아하다간 결국 많은 매를 맞은 편입니다.
여자 좋아하고 여자 밝히다 치도곤 맞는 김도곤......통쾌상쾌유쾌합니다
심수봉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오네요.
사랑보다 더중요한게 정이라나요.친구 김도곤을 위해서 마음을 좀 비우시지요
아무리 달라했다 손치더라도 화투를 주어 단번에 복수를 하셨어요.
이제 분풀이 하셨으니 옛날로 돌아가세요.
아직은 안됩니다.
그 김도곤이 때문에 속상한 제비 불쌍하잖아요?
삼일동안 속 상한 제비 심정도 헤아려 주시옵소서......모나리 님^
김도곤이 걸래봉으로 맞는걸보면서 쾌감을 느끼셨나요.
그런상황에서 변명이 통하지안고 매만 맞았으니, 자기발등을 찍은격이었슴니다.
말 마십시오 그날 이후 전 다시 새 생명얻은 그런 기분으로 졸업때까지 기분 좋게 보냈고 김도곤이는 삼일동안 쩔뚝 거렸습니다
이제 다음 영어시간이네요
영어시간에도 김도곤이 여선생님께 죽도록 맞아야 하는데........
서울에서온 누나 어쩌면 그렇게도 마음을 빨리줄수가 있었을까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김도곤의 떡벌어진 덩치에 반했을까?
나같으면 공부잘하고 학교 모범 생인 작가선생에게 더 마음이 갈것 같은데요.
여자들 마음 갈대가 아니고 휴지같은 겁니다..그때 알았죠
물에 들어가면 금세 풀어져 버리는 그런 마음.....흐으~
느티나무님은 조금 다를라나?..어쨌던 여자들 마음은 정말 무지개 같은겁니다.금세 지워 질 그림 하늘에 왜 그토록 아름답게 그리는지?
아~ 서울누나 참 좋아했는데.......밉지만 지금도 보고싶어^
자고로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데 불루보트님 액땜을 김도곤이 대신 갖어가서 화를 면할수있었네요.
김도곤은 서울 누나 때문에 많이 맞어으니까요
자다가도 웃을일입니다.
맞아요 여자들 마음 정말 얄미워요
허지만 정민님이 위로해 주시니 마음 풀립니다....쬐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