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생태습지 인공연못으로 변하다’란 기사에 대해
무단매립 이후 메마르고 썩어 악취만 진동… 생명체 기대 어려운 곳
주민위한 진정성 하나로 매달린 공사 ‘과유불급’으로 폄하하면 곤란
‘과유불급’이라니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합니다. 생태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일 겁니다. 자연의 힘은 위대해서 자정작용을 하므로 썩어 부패하지 않은 상태라면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아도 이곳은 원상복구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저희 장산산림욕장 팀들은 전부 썩어버린 웅덩이와 침출수로 인해 복원이 아닌 철거와 복구를 위임받다시피 하였고, 그렇다고 해서 구청이나 시민단체, 어느 곳 하나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이번 건은 제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공사였지만 주민들을 위하는 진정성 하나로 매달린 것입니다. 한겨울 내내 모진 한파를 견디며 바위보다 단단히 얼어붙은 땅을 변변한 장비도 하나 없이 곡괭이와 삽자루로 하나하나 파고 다듬고 일구어 만든 것입니다. 그런 노고는 간데없고 ‘과유불급’ 이란 네 글자로 그 모진 시간들을 폄하해 버린다면 대체 우리 주민과 시민들을 위해 발 벗고 일할 분이 몇이나 있을지 심히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또한 <해운대라이프> 중 ‘오래전 미나리밭 형태가 자연습지로 변해 소중한 자연생태관찰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란 내용이 있는데 이는 맨 처음 이 곳이 미나리를 채취하던 곳은 맞지만 이후 불법매립으로 인해 습지는 유실되었고, 불법매립주(主)에게 구청에서 복원지시를 내렸지만 묵살되면서 땅은 썩고 주변은 물이 메말라 어떤 것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운대라이프>에서는 보도블록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보도블럭이나 모든 자재들이 어떻게, 어디에서 왔는지 말입니다. 해운대 장산 내 작디작은 웅덩이 공사(공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좀 작긴 하지만) 크게 이름을 낼 수 있는 공사도 아니다 보니 어느 곳 하나 신경 써 주는 이 없어서 일일이 돌 하나, 보도블록 하나 전부 구해다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습지 둘레를 보도 블록으로 깔아 버렸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도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맨 처음 형태의 ‘무논 형태’로 복원 및 복구를 추진하였으나 물이 말라 버리면서 수생식물과 육상식물들이 전부 죽어 습지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였습니다. 전문가 분들의 자문과 기존 생태체험장을 주로 이용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현재의 연못 형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또한 비가 오거나 했을 때 조그만 부주의도 안전사고로 이어 질 수 있는 곳이 기에 최대한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에서 조금 더 자연과 친숙해지면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여 공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위의 내용을 다시 강조하지만, 제가 이곳에 공사를 의뢰받을 당시에는 습지 자체가 없었습니다. 침출수와 말라 죽어 악취가 나는 식물들만 있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연못이라 폄하하였는데, 대체 누가 어떻게 침출수와 악취가 진동하는 고랑을 개간하고 복구해서 개구리가 살고 도롱뇽이 보이는 연못으로 만들었겠습니까?
볼품없던 이곳이 이제는 달라져서,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개구리와 풀벌레 소리가 기다려지는 해운대 장산 대천공원의 즐겁고 행복한 휴식처가 되어 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광식 / 장산산림욕장 관리사무소 소장
<해운대라이프> 답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난 4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산산림욕장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이광식 소장과 장산생태체험관찰센터 맞은편 새로 조성된 연못 주변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었다.
기본 시각차이는 바로 ‘보여지는 생태체험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자연 상태의 무논 형태는 어린이들이 가까이서 관찰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어린이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주위에 보도블록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비롯한 주민들의 관찰 학습장의 역할로 본다면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한 것도 수긍이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연못을 깊게 판 이유는 가뭄 때 물 마름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자연 미나리 밭인지라 과거에도 가뭄이 심하면 동·식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왕이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연못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보다 더 잘 조성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며 그 의중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생태 측면에서 함께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인공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습지도 중요하며, 또 그런 곳의 희소성을 들면서 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연못과 주위 숲과의 연결통로가 되는 녹색의 끈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그 누구도 돌보지 않은 생태습지를 일꾼들과 함께 봉사정신으로 연못으로 만들어 낸 이 소장의 노고와 열정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2년 전 생태체험장이 불법매립될 때도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선 이가 없었으며,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장산관리사무소와 <해운대라이프>의 외로운 투쟁만이 있었다. 대천공원을 찾는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있었건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이 다함께 찾는 대천공원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민원에 대해 이제는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시민환경단체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생단체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대다수 지역주민들을 위해 존재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행동도 보여줘야 한다. 이런 현실 속에 장산관리소의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실에 대해 함께 짚어 볼 부분이 있다면 살펴봐야 한다.
이번 생태체험장 문제도 향후 그 결과에 따라 보다 자연미가 살아나는 공간으로 손을 보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다시 장산관리사무소의 땀이 투여되어야 하지만 기꺼이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 헌신하기로 약조했다. 연못 주위에 물이 빠지는 좋은 날에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 간식이라도 제공해야겠다.
/ 해운대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