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여행] 1672년, 340여년전 우리네 선조들의 음식은 어땠을까?-음식디미방의 두들마을
음식디미방과 함께하는 장계향 아카데미
1672년, 지금으로부터 342년전 조선 제18대 현종 임금이 조선을 통치하고 있는 경상도의 영양땅에서 한여인에 의해 한권의 책이 세상을 나옵니다.
75세, 고령의 나이에 기록된 한권의 책
바로 한글 최초의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입니다.
조선의 여인하면 강릉 오죽헌이 연상되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떠오르지만 얼마전부터 '여중군자 장계향'이란 이름이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1999년 문화관광부 선정 11월 문화의 인물로 선정된 분으로 시, 서, 화에 능통하였으며 맹자, 정자의 어머니 같은 인물로 소개되고 있으며, 소설과 이문열의 선대 할머니이자 그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시기도 합니다.
경상북도 영양군하면 떠오르는 것은 특산물로 고추와 수달이 살고 있고 문화재로는 국보 제187호인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서울에서 참으로 머나먼 곳입니다.
나그네도 몇년전 경상도의 영덕을 들렸을 때 인천으로 귀경하면서 영양에 들려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화천리 삼층석탑, 현리 삼층석탑, 감천리 측백나무 숲 등의 문화재를 찾아보고 왔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번 영양 방문은 '음식디미방'이란 특별한 주재가 있어 망설임없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두들마을 전경
그럼 먼저 '음식디미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책표지에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이라고 쓰여 있으며, 한자어로는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디'자가 한자어로 '알 지(知)'의 옛말로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장계향이 사셨던 1598 ~ 1680년 시대의 조선조 중엽과 말엽, 그리고 경상도 지방의 가정에서 실제 만들었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 식품보관법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340년이 지난 지금도 책의 내용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라고 하니 대단한 책입니다.
국수, 만두, 떡 등의 면병류를 비롯하여 어육류, 채소류, 주국류, 초류 등 그 메뉴가 다양하며 내용이 한글로 되어있고 각각의 음식에 대한 조리법과 조리기구 등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음식디미방의 역사적 가치로는 한국 최초의 한글 음식요리서라는 것으로 17세기의 한국인들의 식생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귀중한 문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중군자 장계향 영정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장계향 선생은 선조 31년 경북 안동 금계리에서 태어났으며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로서 시, 서, 화에 능통하였으며 19세 때 아버지가 아끼던 제자 석계 이시명의 계실이 되었습니다. 1680년 83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1689년 8월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이조판서 직함을 받음으로써 '정부인'교지가 내려졌습니다.
음식디미방의 두들마을은
문학의 고장으로 전통이 살아 숨쉬는 유서깊은 언덕 위의 마을입니다.
두들마을은 조선시대 광제원(廣濟院, 조선말기 일반 백성들의 질병을 고치는 일을 맡아보던 병원을 이르던 말)이 있던 곳으로 '두들에 위치한 원이 있던 마을'이라고 하여 원두들, 원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1640년(인종 18년)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이곳으로 들어와 개척한 이후로 설계의 아들 중 넷째 승일이 계속 선업을 이었으며 후손들이 이어져 재령 이씨 집성촌이 되었습니다.
마을에는 석계 선생의 서당인 석천서당과 석계고택이 남아있으며, 마을 앞을 흐르는 화매천 절벽의 암석에는 석계선생의 넷째 아들인 항재 이승일이 새겼다는 낙기대, 세심대, 서대 등의 글씨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석천서당(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9호)
석계 이시명(1590∼1674)이 네 아들과 함께 생활하던 곳으로 이시명은 조선 후기 학자로 소과에 합격하였으나 국정이 혼란스러워 벼슬길을 포기하고 은거하면서 후진양성에 주력하였습니다. 이곳은 네 아들과 은거생활을 하며 지은 석계 초당이 있던 곳으로, 순조 31년(1831)에 후손들이 지금의 서당을 지었으며 고종 28년(1891)에 고쳐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석계고택(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91호)
조선 인조, 현종대의 학자인 석계 이시명(1590∼1674) 선생의 옛 집으로 인조 18년(1640)에 석계 위에 집을 짓고 호를 석계라 하였습니다. 선생과 정부인 장씨가 살던 집으로 선생은 안동에서 세상을 떠났으나, 정부인은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습니다.
낙기대(樂飢臺)
석계 이시명 선생이 명명한 것으로 넷째아들 이숭일선생이 손수 쓰고 새긴것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선비는 안빈낙도를 덕목으로 삼고 궁불실의를 본령으로 실천하라는 심오한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안내문에 쓰여있습니다.
세심대
세상의 명예와 권세를 지향하고픈 마음을 냇물로 씻어내기 위해 이 바위에 앉아 대자연을 감상하던 곳으로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고 심신이 상쾌하고 잡념을 잊고 마음을 씻을 수 있다는 뜻에서 대의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서대
또한 마을에는 전통한옥체험관, 정부인장씨유적비, 정부인장씨예절관, 음식디미방 교육관 및 전시관, 유우당, 주곡고택, 광록정, 석간고택 그리고 이문열 선생이 집필을 하고있는 광산문학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정부인장씨유적비
음식디미방 전시관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음식 중 석이편, 잡과편, 대구껍질 누르미 등 51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제작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유물전시관
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석계 이시명 선생의 3남인 갈암 이현일이 이조판서를 지내므로 장계향 선생에게 '정부인'이란 품계가 내려진 교지입니다.
여중군자 장계향 예절관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사, 복장, 식사예절 등 예절교육과 다도체험 등 전통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우리의 전통예절과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예절관에서 정부인 장씨에 대해 재령이씨 종손님께서 설명을 하여주고 있습니다.
광산문학연구소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한 곳으로 이문열선생의 집필실로 사용되는 한편 세미나, 학술토론회, 문학캠프 등 다양한 문학관련 행사가 열리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문열 선생은 그의 저서, <그해 겨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많은 작품속에서 삶의 역정을 펼치는 무대로 이곳 두들마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음식디미방 체험관
이곳은 현존하는 최고의 한글요리선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조리법대로 재현해낸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들을 비롯하여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음식디미방 체험관에서 맛볼 수 있는 50,000원짜리 정부인상입니다.
정부인상에는 전채(감향주)라하여 감향주, 단호박죽(또는 도토리죽)이 나오고 주요리로는 잡채, 어만두, 동아누르미, 연근채, 화전, 빈자병, 수증게, 대구껍질 누르미, 가제육 그리고 주요리를 맛을 본 다음 한상차림이 나옵니다.
한상차림에는 밥, 국, 찌개, 고등어구이, 마른반찬, 물김치, 숙채, 생채장아찌, 된장 등이 나오고 후식으로는 석이편, 오미자화채(또는 계피차)가 나옵니다.
위의 상은 정부인상으로 3인상입니다.
두들마을에서의 첫날은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마을투어로 마을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역사에 대해 아는 시간이 있었으며, 전통주체험관에서 '칠일주' 만들기 체험과 저녁에는 음식디미방의 메뉴 '정부인상'을 받아보는 영광을 누렸으며, 병암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느 전통한옥체험도 하였으며 음식디미방 교육관에서 '석류탕'을 만들어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답니다.
음식디미방 전통주 체험관
오늘은 이곳에서 전통주 체험으로 '칠일주' 만드는 과정과 전통주 체험관의 이모저모를 들러봅니다.
칠일주 체험코너
칠일주는 찹쌀죽에 누룩가루를 섞어두었다가 찹쌀을 쪄서 버무려 총 7일이 걸려서 먹기 때문에 칠일주라는 이름이 붙은 술로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오늘은 영양 석보면의 두들마을에서 만드는 방법으로 칠일주 만들기 체험을 하였답니다.
술은
담그는 방법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등으로 분류됩니다.
칠일주는 술을 두 번 담그는 이양주로서 밑술을 만들고 그 다음에 덧술을 하여 만듭니다.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밑술이 아니라 덧술을 만드는 것으로 밑술과 덧술을 잘 치댄후 용기에 담고 3일동안은 24도 온도를 유지하며 발효시키고 이후 18도를 유지하며 7일간 유지하며 10일째 되는 날 거른후 4~5일 숙성시킨후 드시면 됩니다.
과연 어떤 칠일주가 나올까요?
둘째날
병암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두들마을을 둘러봅니다.
병암고택에서의 전통한옥체험
약 130여년이 되었다는 고택으로 특이하게도 방한칸이 마루판으로 되어 있어 눈길이 갑니다.
여름날 이곳에서 하늘을 벗삼아 시원하게 한잠을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음식디미방의 교육관에서 음식만들기 체험으로 '석류탕'을 만들어 볼 것입니다.
음식디미방 교육관
음식디미방 체험 프로그램 중 '전통음식문화 당일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동아선, 동아누르미, 동아적 등 동아를 이용한 건강음식에서부터 석류탕, 어만두, 대구껍질 누르미 등 음식디미방에서 나오는 여러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석류탕은
꿩, 무, 미나리, 두부, 표고버섯 등을 함께 두드린 뒤 볶아 만두소를 만들고, 지진 밀가루피에 볶은 고기와 잣가루를 함께 넣고 석류모양으로 만두를 만든뒤 장국에 넣어 끓인다고 되어 있으나 우리는 바로 시식을 하였답니다.
만두소를 만드는 과정으로 꿩, 무, 미나리, 두부, 표고버섯 등을 함께 넣고 볶는 과정입니다.
근데 손의 주인공이 보이지 않죠.
바로 나그네의 손이랍니다.
지진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있는 모습
음식만들기 체험으로 만든 석류탕의 만두 모습
사실 만두소를 만드는 과정에는 참여하였지만 석류모양의 만두를 만드는 데는 손이 거칠어서 영 실력이 나지 않아 일행이 이쁘게 만드는 것으로 대신하였답니다.
아이얀 꽃이 두들마을의 아름다움을 대신하듯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소쩍새 우는 마을, 두들마을에서의 밤이 그리워집니다.
찾아가는 곳
두들마을 음식디미방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66
전화번호 : 054-682-7764
홈페이지 : http://dimibang.yy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