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무슨 뜻일까?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지 검사하는 문항에 메타버스를 아는지가 포함될 정도이다. 이번 글에서는 메타버스의 개념, 부상 배경, 구성 요소, 일부 사례와 논의점 등을 간략히 살펴본다.
메타버스, 무슨 뜻인가?
메타버스의 버스가 Bus 맞죠?
최근에 꽤 여러 번 받은 질문이다. 메타는 뭔가 초월하거나 넘어섰다는 뜻으로 쓰는 용어이니, 뒤에 버스를 붙여서 초월한 새로운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경우다. 버스가 그 Bus는 아니지만, 해석은 맞다.
메타버스(metaverse)는 meta에 세상을 뜻하는 universe의 verse를 붙인 말이다. 현실을 초월한 세상, 새로운 가상 세상 정도를 의미한다.
2020년, 갑자기 왜 메타버스인가?
가상 세상은 2020년 전에도 있었다.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3차원 기반 플랫폼, 각종 소셜미디어 서비스, 사이버대학이나 MOOC(인터넷 기반 개방형 수업 플랫폼) 등이 모두 가상 세상의 성격을 가진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 사용빈도가 전년도에 비해 40~50배 증가한 용어가 있다. 바로 ‘비대면’이다. 물리적 거리를 두고 회사 업무, 학교 수업, 각종 모임, 일상생활 등을 모두 비대면으로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존에 존재했던 가상 세상 이상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 관심이 모여진 지점이 메타버스다.
‘비대면’ 검색량 증가 추이 | 구글 트렌드
메타버스를 소개하면, 크게 네 가지 반응이 온다.
첫째, “기존에 있던 것 아닌가요?” : 맞다. 메타버스 중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도 꽤 된다. 그러나 익숙했던 것들의 가치, 활용이 달라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그런 게 정말 가능한가요?” : 이미 가능하거나, 가능해지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등교를 안 하고 집에서 수업을 듣게 될지, 재택근무의 비율이 이렇게 높아질지,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볼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가능해졌고, 앞으로 메타버스를 통해 더욱더 활성화될 수 있다.
셋째, “정말 기대가 됩니다.” : 도시 집중화가 완화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시공간의 제약이 해소되고, 여러 격차를 줄이는 등의 다양한 장밋빛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넷째, “두렵습니다.” :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더 벌리고 소통의 벽을 더 높게 하지는 않을지, 메타버스 내의 인공지능 캐릭터인 버츄얼빙(virtual being)에게 우리의 일자리를 뺏기지는 않을지, 일부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되지 않을지 등의 다양한 우려도 공존한다.
“메타버스 = 가상현실”인가?
메타버스에 관한 예시, 비전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가상현실(VR)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메타버스의 전부가 아니라. 메타버스를 보여주기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메타버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진다.
그림 1-2. 네 종류의 '메타버스' ㅣASF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 메타버스는 현실의 공간, 상황 위에 가상의 이미지, 스토리, 환경 등을 덧입혀서 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유행했던 포켓몬고를 떠올리면 된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 메타버스는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공유하는 세상을 의미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카카오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거울 세계(mirror world) :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세상을 의미하는데, 각종 포털에서 운영하는 지도와 길 찾기 서비스, 여러 음식배달 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포탈이나 음식배달 앱 운영기업이 직접 도로, 전철, 음식점을 만들지는 않았으나, 현실 세계의 그런 요소를 적절히 디지털 거울에 비춰주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가상 세계(virtual world) :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를 의미한다. 온라인으로 다중접속을 지원하는 여러 게임들이 대부분 포함되며, 스페이셜(Spatial)과 같은 가상현실 기반 협업 플랫폼이나 세컨드라이프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림 1-3. 스페이셜을 통한 협업 모습 | 스페이셜
이런 네 종류 메타버스의 진화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하나를 끄지 않고 오래 사용하게 된다. 현재는 위에 열거한 여러 서비스를 쓸 경우, 매번 로그인하고 잠시 사용하다가 다시 다른 디바이스나 프로그램을 켜고 새로 로그인한다. 메타버스가 진화하면서 이런 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즉, 게임에 로그인해서 한 시간 동안 놀다가, 그 속에 있는 파티룸에서 동료들을 만나서 업무 협의를 하고, 게임 속 상점에서 새로 나온 의류를 구매하는 식이다.
둘째, 메타버스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담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페이스북을 보다가 새로운 광고가 떴는데, 내가 최근에 사려던 물건이어서 놀란 적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욱더 심화할 것이다. 단일 메타버스가 많은 경험을 담아내고, 그 경험의 시간이 증가할수록 메타버스는 나, 우리, 사회의 다양한 데이터를 더 많이 담고, 더 깊게 해석할 것이다. 물론, 그 해석에 어떤 관점이 담기고, 그 해석이 누구를 위한 것일지는 깊게 논의할 점이다.
셋째, 물리적 현실 세계와의 연결이 더 강화된다. “그거 한다고 밥이 나오냐?” 온라인, 가상현실에서 뭔가를 할 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제 밥이 나오는 상황이 가속화 한다. 메타버스의 활동이 현실 세계의 업무 흐름, 사회 구조, 경제 등에 다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 게임”인가?
최근에 메타버스에 관한 언론보도가 조금씩 증가하면서,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의 게임을 예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게임이 메타버스의 전부라 오해하기 쉽다.
캠퍼스 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학인 미네르바스쿨,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키우고 있는 위버스, SM이 아바타와 버츄얼빙 개념을 혼합해서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 가상의 공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 등이 모두 메타버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육 스타트업 '미네르바 프로젝트'가 설립한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엘리트 대학들과의 경쟁을 목표로 세워진 일종의 가상대학이다. (설명 출처 : <테크놀로지 시대 교육의 재설계 방향 및 출현하고 있는 다양한 학교 모델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6)) ㅣMinerva School at KGI 소개자료 캡처, Slide Share
메타버스의 중심은 게임이고, 메타버스가 발전해도 우리가 더 몰입감있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게 될 뿐, 업무, 학업, 공공 서비스, 일상생활 등에는 별 변화가 없으리라 오해하면 안 된다.
메타버스, 곧 사라지지 않을까?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으니,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메타버스는 필요 없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앞서 예시한 미네르바스쿨, 위버스, 에스파, 옴니버스 등은 코로나19와 무관하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이룩하며,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물리적 거리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통과 협업을 이뤄내고,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각종 위험과 역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 기업, 소비자들이 함께 풀어야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현실 세상의 법과 메타버스 세상의 운영 규칙 간의 괴리, 메타버스 내 경제 시스템의 합리적 운영과 소유권 문제,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 메타버스 접근성이 낮은 이들 또는 서로 다른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이들 간에 발생하는 단절 현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