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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독약’일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때때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는 음악이 운율과 하모니를 통해 정신을 조화롭게 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치우치면 사람을 유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음악을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이 철학자는, 그렇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음악을 지상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설파했지요.
음악에 대한 이 부정적 견해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에게서 다시 발견됩니다. 19세기는 이른바 낭만의 시대였지요. 베토벤 이후 점점 확고해진 음악의 절대성과 신성함이 반론의 여지없이 통용되던 때였습니다. 음악은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문”(쇼펜하우어)이었고, “나약한 인간을 초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게 하는 통로”(니체)였지요. 톨스토이가 “음악이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고 말했던 때는, 바로 이렇게 유럽이 음악을 숭앙하던 시대의 끝자락이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낭만의 종주(宗主)로 통했던 베토벤의 음악, 그중에서도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르네 프랑소아 자비에 프리네, 크로이처 소나타, René François Xavier Prinet, Sonata Kreutzer, 1901, oil on canvas,
https://en.wikipedia.org/wiki/The_Kreutzer_Sonata
톨스토이는 59세였던 1887년에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의 집필을 시작해 2년만에 탈고합니다. 쓰는 시간은 오래였지만 분량은 중편(中篇) 정도에 해당하는 얇은 소설이지요. 기차 안에서 만난 ‘나’와 고지식한 외모의 키 작은 남자 ‘포즈드니셰프’의 대화를 축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저 듣는 입장일 뿐, 포즈드니셰프의 독백과도 같은 대사가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대사가 아주 많은데다가 소설이 그닥 길지 않아서, 맘먹고 손에 잡으면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멜러(W.J. Mähler)가 1804년에 그림, 루트비히 판 베토벤(독일어; Ludwig van Beethoven, 1770년 12월 17일 ~ 1827년 3월 26일)
포즈드니셰프는 아내를 살해한 남자입니다. 치정살인은 “빌어먹을 음악 때문”에 일어났지요. 아내와 다툼이 빈번했던 그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아내가 바이올리니스트 트루하체프스키와 소나타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는 불같은 질투에 사로잡힙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트루하체프스키는 “촉촉한 눈, 미소를 머금은 붉은 입술, 포마드를 바른 콧수염, 최신 유행의 머리 스타일”을 가진 매력남입니다. 아내는 그를 만난 다음부터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적어도 남편인 포즈드니셰프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그는 아내와 트루하체프스키가 파티장에서 ‘크로이처’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는, 두 사람이 “음악으로 맺어진 음욕의 관계”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음악이 영혼을 고양시킨다는 건 헛소리이고 거짓말입니다. 음악은 영혼을 자극할 따름입니다. 에너지와 감정을 끌어올려 파멸로 이어지게 합니다.”
톨스토이 본인의 생각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는 『크로이처 소나타』의 후기에서 자신도 같은 의견임을 밝혔습니다. 또 소설 속의 여러 묘사를 통해서도 포즈드니셰프라는 인물에 작가 스스로의 모습이 상당히 투영됐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요. 낭만적 음악에 대한 이 극단의 회의는 아마도 톨스토이의 오래된 음악 편력에서 비롯했을 것입니다. 그는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지독한 애호가였고,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으니까요. 게다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던 본인의 결혼생활이 소설 속에 오버랩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톨스토이는 34세였던 1862년에 16세 연하의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이슬레네프와 결혼했지요. 소피아는 사실 ‘악녀’라고 할 만한 여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톨스토이와 그녀의 성격적 차이가 극심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결혼생활 15년을 넘기는 시기에 썼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합니다. “평생을 한 여자 또는 한 남자만 사랑하다는 것은 양초 하나가 평생 탄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음악 때문에 빚어진 치명적인 사랑은 헝가리의 작가 산도르 마라이(1900~1989)의 『열정』에도 등장합니다. 『크로이처 소나타』보다 반세기쯤 후 쓰인 이 소설도 역시 독백체입니다. 문장이 매우 아름다워서 읽고 또 읽어도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 소설이지요. 주인공 헨릭은 형제와도 같았던 친구 콘라드가 자신의 아내 크리스티나와 연인 관계임을 깨닫고 배신감에 휩싸입니다. 콘라드와 크리스티나를 맺어줬던 불륜의 끈도 역시 음악이었습니다. 아내와 친구의 배신에 절망한 헨릭은 오두막에 칩거하고 크리스티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요. 콘라드는 어딘가로 종적을 감춥니다. 헨릭은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진 친구를 내내 기다리면서 노년을 맞습니다. 그리고 41년 후에 나타난 친구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요. “자네와 크리스티나 사이에서 음악은 서로를 묶어주는 끈이었어. 나는 그 사이에서 끝내 고독했네. 음악은 자네와 크리스티나에겐 말을 했네. 나하고 대화가 끊겼을 때도 자네 두 사람은 서로 얘기를 할 수 있었다네. 나는 음악을 증오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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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크로이처 Rodolphe Kreutzer, 1766.11.15.일 – 1831.1.6,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사, 지휘자, 작곡가이며 프랑스 오페라 아벨의 죽음(La mort d'Abel) (1810)을 작곡했다. (위키피디아)
글/문학수
p.s. 2주 전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설명하면서 추천했던 음반들을 이번에도 다시 추천목록에 올려놓습니다. 3종의 음반 모두 9번 ‘크로이처’를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 (0) | 2013.0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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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태수난곡 BWV 244 (0) | 2013.05.03 |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A장조 Op.47 ‘크로이처’(Kreutzer) (0) | 2013.04.29 |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 (0) | 2013.04.29 |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24 ‘봄’ (0) | 2013.04.29 |
하이든,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 '일출' (0) | 2013.04.23 |
Posted by 문학수
출처: http://isachimo.khan.kr/121?category=450146
Oistrakh/Oborin - Beethoven Violin Sonata No.9, Op.47 'Kreutzer'
[음악감상] https://www.youtube.com/watch?v=8uPGz7NU-mk
Adagio sostenuto - presto 00:00
Andante con variazioni 11:40
Finale 27:03
no copyright infringement intended
http://www.youtube.com/newfranzferenc...
Beethoven Kreutzer Sonata No.9 - Patricia Kopatchinskaja & Fazıl Say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F9fneQ50Us
Beethoven Kreutzer Sonata No.9 - Patricia Kopatchinskaja & Fazıl Say
Ludwig van Beethoven - Kreutzer Sonata No.9 - Opus 47 - 1802, 1803 - for piano and violin
PATRICIA KOPATCHINSKAJA: Violinist Patricia Kopatchinskaja's repertoire ranges from baroque and classical (often played on gut strings) to a number of new commissions or re-interpretations of modern masterworks. - http://patriciakopatchinskaja.com/
FAZIL SAY: Composing is always a form of improvisation: with ideas, with musical particles, with imaginary shapes. And it is in this sense that the artistic itinerary and the world-view of the Turkish composer and pianist Fazıl Say should be understood. - http://fazilsay.com/
Piano provided by Yamaha Music Europe / doremusic
Yuja Wang & Joshua Bell : Beethoven - Violin Sonata No. 9 "Kreutzer" Opus 47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8NOF_ueaxJ4
Ludwig van Beethoven :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 9 in A major, Opus 47
I. Adagio sostenuto—Presto 0:33
II. Andante con Variazioni 11:53
III. Finale. Presto 26:05
Yuja Wang, piano ・Joshua Belll, violin
Gautier Capuçon and Yuja Wang :
Chopin - Cello Sonata, Opus 65. - Largo
http://youtu.be/Zo9koT9tijY
Ludwig van Beethoven - Violin Sonata No. 9 "Kreutzer"
- Composer: Ludwig van Beethoven (17 December 1770 -- 26 March 1827)
- Performers: David Oistrakh (violin), Lev Oborin (piano)
- Year of recording: 1962
Sonata for Violin & Piano No. 9 in A major ("Kreutzer"), Op. 47, written in 1802-1803.
I. Adagio sostenuto - Presto - Adagio 00:00
II. Andante con variazioni 11:48
III. Presto 27:12
Argerich Perlman Kreutzer Sonata No. 9 Beethoven LIVE
Martha Argerich Itzakh Perlman Kreutzer Sonata No.9 Beethoven LIVE
베토벤 바이올란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작품번호47 "크로이처" (CA.43) - 이마리솔, 그레이스여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i3dkkEZOGc
베토벤 바이올란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작품번호47 "크로이처" (CA.43)
L.v.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forte No9. Op.47 "Kreutzer"
Ⅰ. Adagio sostenuto - Presto - Adagio
Ⅱ. Andante con variazioni
Ⅲ. Presto
바이올린 Vn _ 이마리솔 (Marisol Lee)
피아노 Pf _ 그레이스여 (Grace Yeo)
[문화뉴스TV] 신지아, 한지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1악장'…디토 페스티벌 쇼케이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PZvSt0CzKM
[문화뉴스] '디토 페스티벌' 간담회에 앞서 신지아와 한지호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1악장을 연주했다.
올해로 열번 째 시즌을 맞이한 '디토 페스티벌'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클래식에의 공감'을 모토로 시작했다. 디토 페스티벌은 매년 다른 테마와 레퍼토리, 클래식계 핫한 뮤지션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젊은 클래식 축제로 진입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주목할 라이징 스타를 배출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첫 연주로 12일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결정적 만남'이라는 테마로 공연했다. 이어 15일 오후 8시엔 카잘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첼로계 라이징스타 문태국과 2015 부소니 콩쿠르 1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듀오 리사이틀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6일 오후 8시 LG 아트센터에선 함경(오보에), 김한(클라리넷), 조성현(플루트)이 결성한 바이츠 퀸쳇이 한국 데뷔무대를 펼친다. 그리고 17일 오후 8시 LG 아트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거인 앞에 서다'라는 주제로 공연을 선보인다.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임동혁(피아노),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가 참여하는 '2016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 베토벤 삼중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비올라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13번에 이은 베토벤 교향곡 4번으로 마무리하는 연주를 펼친다.
그리고 25일 오후 8시, 26일 오후 2시와 7시, 7월 1일 오후 8시, 3일 오후 2시와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선 6회 공연으로 '에네스 콰르텟 - 베토벤 사이클' 공연이 열린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제안으로 성사된 공연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리더로 있는 '에네스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가 펼쳐진다. 에네스 콰르텟은 제임스 에네스, 리처드 용재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 LA 필하모닉 첼로 수석인 로버트 드메인으로 구성되어 '스트링' 지가 '드림팀'으로 찬사를 보낸 앙상블이다.
또한, 28일 오후 8시엔 국내외 무대를 합쳐 100회 공연을 디토가 선보이는 앙상블 디토 시즌 10 '혁명가들'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아르보 패르토, 제수알도, 야나체크 현악사중주를 거쳐 베토벤 대공 트리오가 울려 퍼진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다니엘 정(바이올린), 대니 구(바이올린), 스티븐 린(피아노)이 협연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unhwanews.com
Beethoven Violin sonata No.9 'Kreutzer' - 최선율 (Choi sun-youl), 손경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LwvkE5tdfQ
Beethoven Sonata for Violin & Piano No.9 in A, Op.47 - "Kreutzer"
베토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작품번호47 "크로이처"
1. Adagio sostenuto - Presto 02:00
2. Andante con variazioni 13:30
3. Finale (Presto) 25:15
Choi sun-youl , Violin
Son kyung-ju , Piano
Yonsei University Music college Graduate recitle.
Recorded live in Yun ju yong Hall.
Seoul May 27, 2016
최선율
(sunpa11@naver.com)
Beethoven, Violin Sonata No 9 Kreutzer and No 5 Spring , Itzhak Perlman, Vladimir Ashkenazy
게시일: 2016. 7. 19.
Beethoven Sonata No. 9 "Kreutzer," Op. 47 - 정수아 & 코리 실버스타인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kl-g2h_kDE
Sooah Jung, violin
Corey Silberstein, piano
Beethoven: Violin Sonata No. 9 in A major, Op.47 "Kreutzer" - 김승훈, 김보나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qjWLz1hBIE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Violin Sonata No. 9 in A major, Op.47 "Kreutzer" (1803)
Performed by Hoonio, violin and Bouna, piano
at Mozart Hall, Seoul, Korea on 12 October, 2018.
http://feria.hoonio.com
1. Adagio sostenuto - Presto 稍慢的慢板-急板
2. Andante con variazioni 行板与变奏
3. Finale - Presto 急板
Violinsonate Nr. 9 in A-Dur Op. 47 "Kreutzer", gespielt von Hoonio (violine) und Bouna Kim (klavier)
路德維希 范 貝多芬: 第9小提琴奏鸣曲,作品47 "克鲁采奏鸣曲" , 金昇薰(小提琴) 金寶娜(钢琴)
ルートヴィヒ ヴァン ベートーヴェン: ヴァイオリンソナタ 第9番 イ長調 作品47 "クロイツェル"、演奏: フニオ (ヴァイオリン), キム ボーナ (ピアノ)
루트비히 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A장조 작품47 "크로이처", 연주: 김승훈 (바이올린), 김보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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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Nathan Milstein: Beethoven - Violin Sonata Op 47 No. 9 "Kreutzer Sonata"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SC4W1qWMp4
allegrofilms
게시일: 2016. 12. 8.
This concert is the last public recital from Nathan Milstein in July 1986, before his accident on the left hand.
Live recording from the concert hall Berwerdhallen in Stockholm, Sweden.
Nathan Milstein - violin
Georges Pludermacher - piano
Ludwig van Beethoven - Violin Sonata Opus 47 No. 9
2:48 Adagio sostenuto – Presto
12:58 Andante con variazioni
26:27 Pr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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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크로이처
https://ko.wikipedia.org/wiki/%EB%A3%A8%EB%8F%8C%ED%94%84_%ED%81%AC%EB%A1%9C%EC%9D%B4%EC%B2%98
Rodolphe Kreutzer
https://en.wikipedia.org/wiki/Rodolphe_Kreutzer
정수아, 코리 실버스타인.
이 마리솔, 그레이스 여.
김승훈, 김보나.
최선율, 손경주.
신지아, 한지호.
한국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추가하였습니다.
즐감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