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왕사(釋王寺) - 석왕사에서
虛應堂 普雨大師(허응당 보우대사 ; 1510? - 1565?)
雪峯初見古叢林 설봉초견고총림
처음으로 설봉산의 옛 총림을 보니
風物荒墟帶夕陰 풍물황허대석음
보이는 모습은 황폐하고 저녁에는 음습하네
滿砌好花誰是主 만체호화수시주
섬돌 위 가득한 좋아하는 꽃 주인은 누구인가
倚簷梨樹影蕭森 기첨이수영소삼
처마에 기댄 배나무그림자 쓸쓸하기 그지없네
砌(체) ; 섬돌.
倚(기) ; 기대다. 의로 읽으면 의지하다. 여기서는 처마에 기댄 상태.
蕭森(소삼) ; 쓸쓸할 소(蕭)에 빽빽할 삼(森)을 붙였으니 쓸쓸하기 그지없다.
석왕사는 안변(安邊) 설봉산에 있는 사찰로서 고려후기에 창건 되었다.
이 절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기 전에 무학대사의 해몽을 듣고
왕이 될 것을 기도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석왕사는 그 지역 절들의 본산이자 총림이었으며
한 때 위세가 대단하였다.
보우대사의 글을 보면 대사가 순례할 때는 이미 많이 쇠락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성계의 고향마을이나 진배없는 지역의 대사찰이 짧은 세월에 쇠락했음은 이조의 불교 탄압이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