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는 하루였습니다.
오후 포스터 제작과 공문 작성을 위해 문자를 강우에게 보냅니다.
"강우야 저번에 회의한 곳에서 포스터 만들고 회의하기로 했어. 3시에 볼 수 있을까?"
강우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선생님 저 수요일까지는 안 돼요, 가족들이랑 여행 갔어요."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다른 일정은 미리 되는지 물어보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당사자 아이들도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우중충해졌습니다.
"아. 오늘은 뭔가 잘 안 풀리네..?"
안풀리는 만큼 활동을 위해 더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후 일정을 정리하고 공문 관련 내용을 김별 선생님과 얘기합니다.
"선생님 공문은 기관에서 먼저 보내고 아이들과 편지와 함께 공문 작성하는 게 좋을까요?"
"전화는 어떤 식으로 드리는 게 좋을까요?"
김별선생님이 대답해주십니다.
"전화는 선생님이 기관에 연락드릴게요. 아이들이 직접 공문 작성해서 일정 잡아서 방문하도록 해요."
어려울 수 있는 부분만 도와주고,
당사자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포스터 관련 내용을 기훈 선생님과 예진 선생님과 협의합니다.
"포스터 종이는 뭐가 좋을까요?"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요?"
종이와 색칠할 도구, 포스터 완성 이후 홍보, 프린트까지 미리 구상합니다.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더 힘이 났습니다.
오후 2시가 되어 공유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당사자가 직접 공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전 공문 내용을 보면서 아이가 직접 타이핑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울 수 있는 이 부분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를 통해 직접 쓸 수 있게 하는 것 어때요?"
"이전 공문 양식은 작성자 이름이 아이 한명인데 한명이 써도 괜찮을까요?"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저 왔어요!"
연락받은 현서가 제일 빨리 올 줄 알았는데 하늘이가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하늘이와 간단한 근황을 이야기합니다.
"하늘이 일찍 왔네? 잘 지냈어?"
"네! 희서나 현서는 아직 안 왔네요? 오늘은 뭐해요. 선생님?"
"오늘은 포스터 만들고 공문 써볼 거야! 혹시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공문 한번써볼래?"
하늘이는 공문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듣고 고민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눈치를 챈 저와 예진 선생님이 말합니다.
"하늘아 모르는 건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나중에 희서 현서 오면 다 같이 작성해도 돼!"
하늘이는 옆에서 도와준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이 붙어서 직접 써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노트북으로 이전 양식과 물결표시로 채워진 공백을 수수께끼 하듯이 답을 찾아가며 작성합니다.
하나, 둘 "~"표시에 있던 내용을 채워가다 보니 근사한 공문이 완성되어집니다.
1. 지역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신림동 주민 센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우리 복지관에서는 당곡초(거의) 학생들의 재미를 위해 ‘신림밤’, ‘물놀이와 여름낚시’를 개최합니다.
3. 신림동 주민 센터의 도움으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위의 제목처럼 장소 사용 협조 요청을 드립니다.
가. 사 업 명: 2022년 신림밤, 물놀이와 여름낚시
나. 일 시: 신림밤:8월 4일, 물놀이와 여름낚시:8월 10일
다. 장 소: 보라매 공원, 관악산 계곡
라. 지원요청: 장소협조-신림동 주민 센터 회의실
마. 문 의: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이가영 02-886-9941)
마지막에 담당 이름란에 '김하늘' 세 글자를 쓰는 것을 통해 완성합니다.
어떻게 쓸지 고민하느라 인상 짓던 하늘이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옆에서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도우며 아이가 직접 공문을 완성했습니다.
근사한 공문에 감사가 빠질 수 없어서 선생님들은 각자의 말로 감사를 표현합니다.
"하늘이가 직접 완성한 공문이네? 사업명, 일시, 장소, 내용 등 빠지는 것하나 없이 너무 상세해서 좋다."
"하늘아 선생님도 공문 작성은 안 해봤는데 하늘이가 쓴 것 보고 나중에 연습해야겠다."
"이 정도면 부모님께 자랑해도 되겠다. 하늘이 덕분에 나중에 주민센터에 잘 전달할 수 있겠다."
하늘이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습니다.
사실 예진 선생님, 기훈 선생님같이 능력 있는 대학생들이 이렇게 공문 쓰는 것은 금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아이가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면서 시간을 들여 쓴 공문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사회사업이란 이런거구나."
공문을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서 현서가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다 같이 포스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풀 어딨어요?"
"선생님 가위랑 색연필도 필요해요!"
현서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선생님들은 각자 아이들이 포스터 제작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습니다.
"내용은 뭐가 좋을까요?"
희서가 물어봅니다.
"장소나 시간, 이름, 내용과 같이 아이들이 어떤 활동인지 이해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진 선생님이 대답합니다.
그렇게 직접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다 보니 근사한 포스터가 한 둘 완성되어 갑니다.
아이들은 직접 완성한 포스터들을 보고 서로 깔깔거리며 좋아합니다.
"너는 색이 이게 뭐야?"
"아니 목공풀을 이렇게 붙이면 어떡해 너무 웃겨"
"신림밤 저거 오징어 게임 포스터 같아"
직접 만들면서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저마저 행복해집니다.
그렇게 공문 작성과 포스터 제작을 마무리하고 공유공간 청소와 소독을 합니다.
활동과 마무리까지 아이들이 직접 다하고 선생님들을 옆에서 도와주기만 합니다.
그렇게 공유공간 바깥을 나오니 비 오던 날씨가 맑은 날씨로 변했습니다.
"날씨도, 일정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당사자 아이들로 인해 제 기분도 맑아졌습니다."
첫댓글 뜻한대로 되는 것이 없었어도, 하늘이가 공문을 잘 작성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이 포스터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이 신림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잘 거들었습니다.
십중 팔구가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맙시다. 거절 받았지만 실망하지 맙시다. 다시 도전. 다른 곳도 도전. 하늘이와 함께 나가봅시다.
복지관 직원이 부탁하면, 거절하더라도, 아이들이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민센터 김주무관님은 거절했지만 다른 기관 이선생님은 흔쾌히 장소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실망하지 말고, 나가봅시다.
제목을 날씨로 적기 보다는 이날 활동 중 가장 큰 과업이나 깨달음, 핵심 키워드 같은 단어들로 기록하면 좋겠습니다.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제목 보다는 본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제목으로 삼기에 더 좋습니다. 독자들에게도 전달이 잘 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