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년 새해는 밝았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더 높이 뛰고 지혜롭게 살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건배사를 하며 이제 하늘의 흰구름도 자주 바라보고 꿈으로 가득한 미래만을 꿈 꾸어 본다.
건배사의 역사는 언제부터 였을까? 건배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술이다. 어릴 적 빵께이를 살면서 우리는 어른 흉내를 곧잘 내었다. ''위하여!'' 하며 사금파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누구는 ''조금만 드셔요.'' 하며 엄마 흉내를 냈다. 누구는 ''가득가득 부어.'' 라고 하며 아빠 흉내를 내었다. 토하면 등 두들겨 주는 장면을 연출하며 참 재밌게 놀았다.
자라 청소년기때 축구나 배구가 끝나면 으례 마지막 코스는 짜장면 집을 향했다. 짜장면은 지금처럼 흔히 먹을 수 있던 시절은 아니었다. 노란 다깡도 얼마나 맛있었던가! 빈컵에 환타나 사이다 콜라를 따르고 ''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라고 재창했다.
청년기때는 막걸리가 유행했다. 술이 담긴 쭈그러진 양은 주전자가 정겨웠던 시절이다. 그저 원하는 바를 담아 ''위하여! 위하여!'' 라고 외쳐댔다.
성인이되어 ''우리들의 앞날을 위하여.'' 라고 하며 생맥주잔을 높이 올렸다. 쨍그랑! 그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던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나니.'' 하며 한귀절이 떠오르며 즐겨 먹지 못한 술이라 혀끝이 아렸지만 그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대화가 무르 익으면 화장실 간다하고 뒤로 빠졌다. 그때부터 잘 마셨다면 꽤나 친구들이 많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없잖아 있다. 손만 잡아도 어찌되나 싶어 순수하다 못해 무지몽매했던 기억이다.
결혼을 하고 남편은 술을 즐기는 편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 술 냄새에 담배 냄새에 질려 정이 떨어졌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모임에 가서 어린 딸아이도 눈치를 챘을까 그 어린것이 ''아빠는 술 마시면 안돼.'' 라며 소주 컵을 제자리에 엎어 놓았다. 신부님이 말했다. ''딸아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지요?'' 라고 내게 말했다. ''아니요. 정말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 놈은 머리가 비상한 놈입니다.'' 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술에 참 너그럽다. 술김에 라는 말에 관용을 베푸는 건 도대체 뭘까? 흥을 돋구는 술에 술술 빠져든 덕분에 다음 날 몸의 상태가 안좋고 그날의 실수로 낯뜨거움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그것을 알면은 또다시 정도를 넘은 술을 마실까 그런 생각이 든다.
계약건이 있을 때 술을 대접하고 취중진담하며 일을 성사시켰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것을 보면 술은 술술 풀리게 하는 역할도 하나보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도가 넘치면 분명코 해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건배사도 건전하게 이뤄질때 그 효과가 발휘되리라. 지금은 돌아 와 하루 와인 한 잔 땡그랑 은은한 종소리 들으며 ''남은 생을 위하여!'' 라고 남편과 외친다.(20230131)
첫댓글 한 편의 글이 생의 행복을 표현 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수필로 풀어나간 오랜만에 수작(秀作) 입니다. 곽 수필가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청림숲힐.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지도편달에.
우리들이 겪은 건배사에 대한 글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었네요 수필에 대한 건배사입니다
수줍움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졸작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