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검토 파티 전 기획단 마지막 회의였습니다.
주민센터로 출발하려는 데 영선이에게 목이 아파서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주민센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역시나 오늘도 신비가 제일 먼저 도착했습니다.
자다가 깨서 바로 나온 건지 신비는 매번
붕 뜬 민들레 홀씨 같은 머리로 눈꼽 낀 왕방울 눈을 하고 귀엽게 웃으며 달려옵니다.
다음으로는 복선이가 도착했습니다.
전날 아이들에게 각자 목사님께 드릴 편지를 꾸밀 것들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목사님과 평소 친분이 있던 복선이는 편지를 아주 예쁘게 꾸며드리고 싶었는지 양손 무겁게 왔습니다.
다음으로 결이가 오고 세하가 도착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활동별로 담당을 나누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담당하고 싶어하는 활동이 같아 곤란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럴 땐 가위바위보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한 상태였습니다.
제 예상대로 장기자랑 담당을 결이와 신비가 모두 희망했고,
노래 맞추기 담당도 신비와 복선이가 모두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복선이가 선뜻 신비에게 노래 맞추기 담당을 양보했습니다.
장기자랑 담당을 결이와 신비가 함께 하며 서로의 차례 때 소개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지만 오늘 또 놀랐습니다.
저는 전날 밤부터 생각해낸 방법이 고작 가위바위보였지만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결국 세하는 마니또와 소망나무 담당,
복선이는 마피아와 몸으로 말해요 담당,
결이는 장기자랑과 소망나무 담당,
신비는 음악 맞추기와 장기자랑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영선이의 역할까지 아이들이 정해주었습니다.
“영선이도 좋은 역할을 줘야죠!”
“저 과자파티 담당 하고싶었는데, 그럼 이거 영선이한테 양보할게요~.”
자리에 없는 영선이에게 남는 역할을 주는 것이 아닌,
영선이가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만한 활동을 고민해주고
가장 먼저 정해주는 착한 기획단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초대한 친구가 오기로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복선이는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 친구 채아는 오기로 했어요 !!”
세하도 이에 질세라 손을 번쩍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시간이 되면 꼭 온다고 했어요!!”
언니들을 보고 신비는 조금 속상한 듯이 말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다 너무 바빠요.. 제가 3명이나 물어봤는데 다들 시간이 애매한가봐요.”
그런 신비를 보고 저는 말했습니다.
“신비야, 친구들이 못오면 검토파티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되지~~!!
그리고 이미 기획단만 해도 신비 친구는 두명인 걸??”
신비는 금새 빙그레 웃습니다.
하지만 복선이는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세하가 초대를 한 친구가 복선이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인 것 같았습니다.
세하가 그 친구를 데려올까봐 걱정이 되는지 복선이는 오늘 회의 내내 세하에게
“다른 친구 데려오면 안돼?”
“아 너 ○○이 말고 □□데려와! 너 □□이랑 친하잖아 ~!”
말하며 저에게까지
“선생님 저 ○○이 오면 재밌게 못놀 것 같아요.” 라며 걱정했습니다.
사실 정말 곤란했습니다.
복선이가 이렇게 까지 걱정을 하는데 그 친구를 초대하게 하는 게 맞는 것일지,
세하의 소중한 친구일텐데 못부르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솔직히 “얘들아~ 얼른 편지 쓸까?” 하며 말을 피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세하가
“아직 시간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니까 조금만 기다려,아마 안될 수도 있어. 답 오면 알려줄게.”
라고 하며 복선이를 진정시켜주었습니다.
사실 이 때는 애들한테 감탄하고 감동할 새도 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혼자 당황해서 복선이와 세하의 말을 피해버린 것이 정말 창피했습니다.
분위기가 다시 화기애애해졌습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맡은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도 사회사업 선배인 신비와 복선이는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며 이끌어주었습니다.
결이와 세하도 “아~ 정말 그렇겠다!” 하며 잘 따라주었습니다.
이름표 만들기는 기획단 아이들이 A4 전지 라벨지에 참여자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주면
참여자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표를 꾸미기로 했고
마니또는 제비뽑기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마피아는 사회자를 원하는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며 돌아가며 사회자를 하기로 했고
음악 맞추기 때 낼 문제도 담당인 신비가 정했습니다.
과자파티는 코로나의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앞접시에 먹고싶은 과자를 담아
자신의 자리에서 먹는 것으로 할 것 같습니다.
몸으로 말해요의 제시어는 담당인 복선이가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로 만들었습니다.
장기자랑도 마니또와 같이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목사님이 제공해주시는 음식을 먹고
소망나무는 색 도화지와 스티커, 싸인펜 등으로 꾸민 후 포스트잇으로 붙이자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활동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후 파티 장소를 빌려주신 윤화천 목사님께 감사 편지도 썼습니다.
평소 목사님과 친분이 있던 복선이는
“저 원래 할머니라고 부르니까 저는 할머니라고 쓸게요!”라고 하며 알록달록 열심히 꾸몄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스티커를 붙이며 정성스럽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이들의 그림 실력에 매번 감탄하는 저입니다.
어쩜 그렇게 그림을 잘그리는지 놀랍습니다.
복선이와 세하의 편지 컨셉은 무지개라고 합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깔로 예쁘게 꾸몄습니다.
신비의 편지 컨셉은 화려함입니다. 형형색색의 큰 스티커를 붙이고, 하트도 마구마구 그렸습니다.
결이의 편지 컨셉은 단순함이라고 합니다. 큰 스티커가 아닌 작은 스티커를 비 내리듯이 귀엽게 붙였습니다.
목사님께 감사편지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된 회의 아이들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신비가 말합니다.
“이번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했어요... 근데 왜 저희 월수금에만 회의했어요?”
결이가 대답해주었습니다.
“다들 바쁘니까 그렇지”
저도 아쉬운 마음에 말했습니다.
“얘들아 회의 딱 한 번만 더 했으면 좋겠다. 그치?”
그러자 신비가 “그럼 내일 회의 한 번 더 해요!!”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일정 맞는 아이가 있으면 내일 다시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복지관으로 돌아온 후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오늘 회의 내용을 말씀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세부적으로 활동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셔서
제가 준비해야 될 부분 또한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오전에 시간이 가능한 아이들끼리 한 번 더 추가 회의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피드백을 들은 후 이걸 다 단톡에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추가 회의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안심되었습니다.
그리고 파티 전날 장소에 가서 음향기기나 모니터 연결 등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목사님께 전화를 드려
내일 한 번 가도 괜찮으시냐는 전화를 드렸습니다.
역시나 목사님은
“에이~ 마음대로 하세요~ 내일 이 시간대도 괜찮고~”
라고 하시며 허락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영화도 보고싶어하고,
신비가 만든 회의 영상까지 보려면 모니터 연결이 원활하게 되어야 할텐데,
제가 기계를 다루는 일에 서툴러 걱정입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검색해보고 가야겠습니다.
아이들 못지않게 저도 신나나 봅니다.
자꾸 기대를 하게되는 검토파티 빨리 당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의견이 맞지 않을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목사님께 편지 예쁘게 써드리고 싶다고 두손 무겁게 온 복선이가 참 예쁘네요.
편지가 갈수록 더 반짝반짝 해지네요. 사진 찍는 포즈도 어쩜 저렇게 예쁜지.. 걸그룹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