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일 파견공지 15번에 지원하여 선정
최00 / 50대 여성 / 010-5XX1-2XX1 / 전맹
늘 해오던 덕수궁해설, 그러나 이번엔 시각장애인 대상이다.
해설시나리오를 세번 읽어 봤다. 숫자가 너무 많다. 죄다 높이, 크기, 길이 기억하고 있어도 별로 쓸 일이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설명할 때에는 필요한 지식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거 못외운다. 그냥 현장에서 보고 어림잡아 이야기 하는게 낫다.
10시 삼분전에 대한문 도착
오팀장과, 조주무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신청자께서는 조금 늦게, 지하철 내려서 걸어오고 계신다고 한다.
가방에서 송수신기 꺼내 테스트 하고 (그런데 인원이 적어 사용은 안했다)
신청인이 왔는데, 비도 같이 부슬부슬.. 이러면 오늘 해설 조금 애로사항 있는데... ㅎㅎㅎ 비 오는 날 해설 하루 이틀 해보나 뭐!
인사하고, 해설시간을 말씀 드리니, 깜짝 놀란다. 시간반이면 될 줄 알았는데....
ㅎㅎㅎ 걱정 마세요, 원하는 대로 다 맞추어 드립니다.
대한문 앞에서 시작 주위환경 설명을 시작으로 잠시 우산을 쓰고 월대위를 걸어 갔다가, 다시 돌아와 대한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
그리고, 개찰구를 통과하여 대한문 처마 밑에서 대한문의 규모, 문짝의 두께등을 확인하고, 금천교, 하마비를 떨어져서 설명한다.
설명을 마치고, 광명문으로 이동하면서 먼저 하마비와 금천교를 손으로 만져 확인 해 본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해설사와 시각 장애인 간의 설명과 이해에 대한 교감이 이루어 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먼저 설명을 통해 상상하고, 그 상상한 바를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해 보고.
제가 드린 설명을 듣고 상상하신것과 직접 만져 보시니 어떠신가요?
이분 어떻게 말씀 하셨을 것 같나요? ㅎㅎㅎ 거의 일치 한다고 하셨어요.
이 과정을 저는 개인적으로 해설사와 청취자간의 게이지 R&R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해설사의 해설방식을 이해하고나면 다음부터 해설사가 하는 말을 좀 더 쉽게 이해하게 될것으로 생각 합니다.
광명문을 거쳐, 중화전 행각에 앉으러 가는 길에, 중화전 행각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예뻐서 자리에 서서 빗방울 듣는 광경을 설명 드렸습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생략할 수 밖에 없거든요.
행각에 앉아 중화전의 모습을 경복궁촉각모형을 꺼내놓고 설명 드리고, 조정과 삼도 그리고 품계석까지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중화전 월대로 올라 섰습니다. 중화전 월대에서 세종대왕님을 불러 냅니다. 왜?
월대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설명 하거든요. 정대업, 보태평.
그리곤 중화전 내부, 다시 돌아서서 향로쪽으로 와서 중화전 기둥을 손으로 만져 보게하고 단청과 화장을 비교하고.
옆에 있는 향로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게 합니다. 드므는 비가 오는 관계로 직접 만져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1시간20분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해드릴까요 여쭤봤더니 30분 정도를 요청 하시네요.
마지막 장소인 중화전 뒷편 처마 밑.
석어당에대해 풀어내고 마당의 살구나무와 함께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이야기도 잠시 하고, 경효전과 함녕전을 설명하고나니 이런 시간이 없다.
석조전은 뺴먹으면 안되니까 마지막으로 석조전(비가 와서 직접 앞에까지 가지도 않았슴)을 설명하고 한시간 50분을 채웠습니다.
줄곧 해설을 하느라 사진은 하나도 못 남겼습니다.
재미있는 해설이었고, 날 좋은날 다시 나가게 되면 아주 상세하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확실히 세시간 넘어갈듯요.
첫 시각장애인 상대 문화재 현장해설 후기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9.26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