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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사랑합니다. 용기있는 어린이가 되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며 설레이는 마음의 친구들과 부모님들 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에서 몇 가지를 발췌하여 보내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입니다.
2월에 졸업 시즌이 지나갑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1년 동안 정들었던 친구들 및 교실과 이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떠나고 봄방학을 맞이한 텅 빈 교정은 쓸쓸하고 서운하기만 합니다. 학교의 2월은 마치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 말 같은 느낌이지요. 하지만 이런 쓸쓸한 느낌도 잠깐입니다. 초등학교에는 매년 3월 유치원생의 모습을 미처 벗지 못한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입학하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교정에도 파릇하고 싱그러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유치원을 졸업한 어린이, 어린이집을 쭉 다녔던 어린이, 놀이학교를 다니다 온 어린이, 영어 유치원에 다녔던 어린이, 해외에 머물다 귀국한 어린이,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온 어린이 등 아이들은 제각기 다양한 7년의 인생을 보내고 교실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실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지요.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온 가족이 입학식에 참여하여 아이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줍니다.
입학식을 마친 이튿날 1학년의 각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자기소개가 이루어집니다. 자기소개는 나를 알리는 학교에서의 최초 발표입니다. 제일 먼저 자기소개를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드는 어린이들도 많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00유치원 햇님반을 다~닌 김민수입니다.
저~는 태권도를 잘~합니다.
그리고 저~는 피아노를 잘~ 합니다. 끝났습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자신감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어젯밤 참 많이도 연습한 모양입니다. 20여명의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잘하는 것을 뽐내며 인사를 합니다. 그런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선생님의 얼굴에도 사르르 미소가 번집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의 마음에는 어떠한 편견도 생길 수 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어땠는지 아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받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입학 전 예비소집일이나 학교 입학식 날에 행사장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난동을 피우지 않고서야 아이를 대하는 교사의 마음에는 편견이 있을 리 없지요.그래서 어느 학년보다 1학년 때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순수한 관계를 맺습니다. 교사가 가지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충만한 학년도 바로 1학년이지요.
귀엽게 자기소개를 하며 입학한 아이들은 모두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중에는 앞으로 친구들의 신임을 두텁게 얻는 아이도 생길 것이며, 안타깝게도 반대로 그렇지 않은 아이도 생길 것입니다. 교사의 신뢰를 받아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아이도 생길 테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 있겠지요. 학교에 가는 것을 즐기는 아이도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아이도 생길 것입니다. 어째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할까요?
저는 이러한 차이가 바로 성실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들도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주려는 교육은 해도 성실한 아이로 키우려는 노력은 그다지 하지 않아 보입니다. 스토리텔링, 수학, 동화는 읽히려 하지만 성실한 아이로 키우려고 애쓰지 않지요. 각종 스킬을 알려주는 미술학원에는 보내도 성실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사교육 시장에서 성실이라는 아이템은 광고하여 판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언컨대, 초등학교 생활에 있어서만큼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똑똑함이나 ‘명석한’ 두뇌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입니다. 이것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를 더 이상 학원에 맡기지 않습니다. 아니 학원에 맡기지 못합니다. 학원에서는 화려한 스킬과 각종 기능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성실함을 가르쳐 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성실함은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을 다녀서 얻을 수 있는 기능적이고 방법적인 기술이 아닙니다. 성실함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아빠, 함께 사는 가족으로부터 보고 듣고 배워서 천천히 스며들어 취득되는 덕목입니다. 그만큼 쉽게 얻을 수 없고 귀하지요. 이런 귀한 덕목을 가진 아이가 학교 생활에 성공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발달 단계까지는 아이에게서 성실한 모습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성실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라고 할 수 있지요. 이때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시간 개념도 없기 때문에 그만해야 할 때와 계속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체력도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아직은 보호자의 품속에서 따뜻하고 충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성실함을 갖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적응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 고유의 성실함의 유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지고 결국 큰 차이를 보이게 되지요.
(그래서) 무엇을 배우느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얼마나 끈기 있고 성실하게 견딜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보통 이것을 아이의 성향과 연관 짓기도 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실 성실도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지요. 열심히 하루를 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구별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성실과 끈기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머릿속에 지식이 가득한 백과사전 같은 아이는 모두 성실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 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해도 성실함의 잣대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성실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똑똑함은 ‘빛 좋은 개살구’나 ‘속 빈 강정’일 뿐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눈에는 이것이 보입니다. 성적은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될 수 없어요. 이제 엄마들은 어떤 학습지를 할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성실함을 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가정에서 보호자가 자녀의 성실성을 세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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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밴 아이
성실함이라는 덕목은 하루 한나절 아이를 앉혀놓고 가르친다고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머리로는 성실한 생활을 해야 해라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그렇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성실함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릴 적부터 스스로 보고 배워야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덕목입니다. 그러므로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성실한 아이는 놀랍게도 성실한 육아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갓난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하루에 한 번 목욕을 시키고 시간에 맞춰 젖을 주거나 분유를 먹입니다.분유를 먹인 후엔 트림을 시키고 정해진 시간에 낮잠을 재워 아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요. 특별할 것 없는 이 일상은 아기에게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패턴을 만들어줍니다.이렇게 부모가 규칙적인 방법으로 육아를 하면 비록 갓난 아기라 할지라도 이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점차 적응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았다면 규칙적인 리듬에 적응이 된 아이의 육아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육아보다 훨씬 쉽고 수월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규칙적인 패턴으로 진행되는 성실한 육아는 아이의 갓난아기 시절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 말을 배우고 어린이집에 다닐 때까지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규칙적인 패턴에 의해 적응되어 성장한 아기들은 3~4세가 되어서도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생활을 하고, 낮잠을 자며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목욕을 하고 밤잠에 듭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밴 아이는 ”제발 목욕 좀 하자“, ”제발 밥 좀 먹자“라는 엄마의 간곡한 청유와 부탁이 없이도 스스로 자신의 몸에 배어 있는 규칙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밥을 먹으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아이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고 양치하자고 간곡히 부탁하지 않아도 잠자기 전에 하는 양치는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됩니다. 규칙적으로 아이를 양육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양육은 그만큼 쉬워집니다.
그리고 이 규칙의 습관화가 내 아이를 성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지켜야 할 생활 속 규칙도 그에 따라 많아지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사소한 규칙 하나라도 습관으로 만든 아이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지더라도 이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에, 사소한 규칙 하나라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아이는 새로운 규칙을 만났을 때 그것을 지킬 만한 능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로 하여금 생활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규칙을 지킨 긍정적인 경험이 많은 아이와 규칙을 어긴 부정적인 경험이 많은 아이의 차이
는 큽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가 규칙을 잘 지킨 경험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규칙을 어긴 경험을 기억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규칙을 어긴 경험을 기억하게 하는 엄마는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너 예전에 치과 치과 안 하고 그냥 잤었잖아 오늘도 안 할 거야?“
이러한 말보다는 규칙을 잘 지킨 경험을 기억하도록 다음과 같이 말해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우리 은주는 어젯밤에 스스로 치카치카 하자고 말했었지?
엄마가 정말 기뻤어. 역시 우리 은주는 약속을 잘 지켜.
오늘도 치카치카 먼저 하자고 할 거지?“
규칙이 몸에 익지 않았을 때에는 지키기가 참 힘듭니다. 지키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곱절로 필요해요. 하지만 어느새 그 규칙이 몸에 배어 있을 경우 그것은 더 이상 규칙이 아니라 생활이 됩니다. 부모는 규칙을 지키는 일이 생활이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규칙이란 내가 애쓰고 노력해야만 지켜지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몸에 익어 나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바람직한 규칙적인 행동이 생활 속에서 많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실의 덕목을 배우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규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에 무조건 습관화되어야 할 규칙들입니다. 항목들을 체크해 보면서 현재 우리 아이의 모습이 어떤지 진단해 봅시다.
♠ 생활 속 규칙 체크리스트.......................................................................................
√ 유치원에 돌아오자마자 손을 씻는가?
√ 정해진 시간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는가?
√ 식사 후 양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과인가?
√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 텔레비전을 시청하는가? 이것을 지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과 인가?
√ 책을 읽고 난 뒤 책 꽂이에 바로 꽂아놓는가?
√ 식사를 한 뒤 자신의 그릇을 정리하는가?
√ 방에서 만들기 놀이를 한 뒤에 쓰레기들을 쓰레기통에 넣어 정리하는가?
√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부모의 요구 없이도 스스로 정리하는 편인가?
√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가?
√ 어른을 만나면 인사하는 습관이 있는가?
√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등 상황에 맞는 인사를 습관적으로 하는가?
√ 자신이 한 약속을 잘 지키는가?
√ 위험한 상황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피하려 애쓰는가?
성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 규칙이라 혹시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입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지키기 까다로운 것들입니다. 만약 나열한 것들 중 지킬 수 있는 것이 5개 미만이라면 초등학교 입학 후 그 아이에게서 교사는 성실한 모습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는 하루빨리 위 생활 속 규칙이 습관이 되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스토리텔링, 수학, 원어민, 생활영어 받아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생활 속 규칙부터 성실하게 지키는 태도를 만드는 일이지요.
<다음 호에 계속: 포기하지 않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