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레자이스크 성모발현 성지
개요
레자이스크 성지는 성모님 발현에 대한 공인 제도를 도입한 이래 유럽 최초로 주교의 정식 조사와 보고가 있었던 성지이다. 1517년 이후 루터교를 비롯한 종교개혁파의 확산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가톨릭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가톨릭이 국교인 폴란드도 예외가 아니어서 당시 수도였던 크라쿠프 중심부에 위치한 성모 승천 대성당마저 루터교 교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종교적 혼란으로 폴란드 가톨릭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성모님이 남부에 위치한 레자이스크에서 발현하셨다. 1990년에는 성모님 발현 4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으며, 폴란드 전역과 해외에서 25만 명의 순례자가 방문하였다.
성모님의 발현
1590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나무꾼 토마시 미하웨크는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레자이스크의 북쪽 숲속 (현재 대성당이 있는 위치)에서 강렬한 빛과 함께 성자를 안고 나타나신 성모님을 목격하였다. 성모님은 그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이곳을 선택했고, 여기서 나의 아들은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여기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하는 사람은 축복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성모님은 토마시에게 이 메시지를 교회 당국에 알려 교회를 지을 것을 요청하셨으나 토마시는 그저 두려움에 떨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성모님은 다시 한번 그에게 발현하시어, 침묵하지 말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셨다. 토마시는 자기 대신에 다른 사람을 선택해 주실 것을 간청하였지만 결국 성모님의 요구를 받아들여 성모님의 발현과 그 메시지를 교회에 증언하였다.
그러나 교회 당국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레자이스크는 너무 작은 마을이어서 새 교회를 지을 만한 능력도 안 되고 이미 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특히 의심이 많았던 보좌 사제는 토마시가 거짓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여겨, 이단 혐의로 고발한 뒤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투옥하여 고문까지 하였다. 이런 어려움을 겪은 후 석방된 토마시는 성모님을 만났던 숲속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예수 님이 매달리신 십자가를 고정한 다음,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이라고 부르며 성모님의 발현을 알리는 데 노력하였다. 그 결과 루테니아 등 주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순례를 오기 시작하였고 여러 사람이 은총을 경험하였다.
그러자 보좌 사제는 교회 때문에 조사되고 인정되지 않은 개인숭배를 더 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성모님 발현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토마시의 십자가를 순례자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울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불이 붙은 십자가는 아무 손상도 입지 않았고 불은 바로 꺼졌다. 이 현상이 기적으로 받아들여져, 그 십자가는 위대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도 성지의 대성당 내 유리 경당에 보존되어 있다. 이 기적 사건 후 새로 부임한 사제는 성모님 발현을 기념
하는 작은 목조 경당을 세웠으나 순례자들이 계속 증가하여 이들을 수용할 만한 더 큰 성당이 필요하게 되었다.
발현 장소
독일에서 등장한 루터교는 폴란드 남부의 주요 도시 인 브로츠와프,카토비체를 넘어 크라쿠프까지 장악한 후 계속 동쪽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이제 폴란드 동쪽의 큰 도시로는 제슈프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당시 수도 크라쿠프를 비롯하여 폴란드의 주요 도시가 모두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인접한 폴란드 남부에 위치했기에 이지역이 어떤 세력에 의해 장악당한다는 것은 곧 폴란드 전체가 장악당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성모님이 제슈프 인근의 작은 마을 레자이스크에서 발현하신 것이다. 이는 제슈프를 저지선으로 삼아 폴란드 내에서 루터교의 확장을 막고 가톨릭을 수호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성모님이 발현하신 곳은 레자이스크 북쪽에 있는 큰 숲속의 한 덤불이었다. 발현을 목격한 토마시를 탄압하였던 보좌 사제는 갑자기 죽었으며, 그를 이어 교구 소속 얀 신부가 새로 부임하였다. 얀 신부는 성모님이 발현하신 숲속 장소를 “신성한 땅”이라고 선언하였으며, 1598년에는 발현을 기념하는 작은 목조 경당을 세워 성모님께 봉헌하였다. 1606년 프셰미실 교구의 주교는 지그문트 3세 바자 국왕의 지원을 받아 성모님이 발현하신 위치에 큰 성당을 건립하는 계획을 수립하였고, 그 후 이탈리아 건축가가 참여한 바로크양식의 성당이 1628년에 완공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1608년 베르나르딘 수도원이 레자이스크로 이전하였고, 1610년 수도자들의 노력으로 수도원 내에 벽돌로 만든 성당이 건립되었다. 그리고 성지의 서쪽에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광장과 연결되는 북쪽의 넓은 숲속에는 그리스도 수난상이 세워진 골고타 언덕과 십자가의 길, 성모님의 길,병든자를 위한 길 등이 조성되어 있다.
시현자
성모님의 발현을 직접 목격한 토마시 미하웨크에 대해서는 자료가 전무하다. 성지 공식 홈페이지와 성당에 설치된 게시판에도 그가 레자이스크에 있는 양조장의 직원이자 나무꾼이었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는 사실 외에는,그의 나이나 출생 및 성장, 노년이나 죽음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찾을 수 없다. 그는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한 이후에 투옥을 당하여 고문까지 받았지만, 북쪽 숲속에서 성모님과 그 메시지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성모
임이 알려지고 발현 장소가 성지로 지정될 수 있었기에 그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성모화
성모님이 성자를 안고 있는 성모화는 1590년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레자이스크 출신 에라즈마 신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5세기에서 16세기 사이 크라쿠프의 회화를 대표하며, 성모화를 비롯하여 많은 종교화를 그린 그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있는, ‘인도자’라는 의미의 호데게트리아 양식에 따라 성모화를 그렸다. 성
모님은 오른손으로 성자를 가리켜 성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당신이 아닌 성자에게 주목하게 하는 한편, 왼쪽 품에 안긴 성자는 왼손에 복음서를 들고 오른손은 앞으로 뻗어 축복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레자이스크에서 발현하신 성모님도 성자를 안고 계셨기에 이 성모화가 발현하신 레자이스크의 성모님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 성모화가 발현 장소에 최초로 세워진 목조 기념 경당에 모셔졌고, 현재의 대성당이 건립된 후에는 성당 내에 경당을 따로 만들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1752년 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에 교황 베네딕도 14세가 왕관을 축복하여 레자이스크의 성모화에 봉헌하였고, 시에 라코프스키 주교는 교황이 수여한 왕관을 성모님과 성자의 머리 위에 씌우는 대관식을 거행하였다. 그런데 1981년 10월 누군가가 대성당에 침입하여 성화를 훼손하고 성자의 왕관을 훔쳐 갔다. 이 사건으로 신자들과 지역 교구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수많은 사람이 속죄 행렬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면류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이에 1983년 6월 19일 폴란드 챙스토호바에서 사목 순방 중이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모화에 새로운 왕관과 면류 복을 봉헌하였다. 2002년 성모화 대관식 250주년 기념행사가 대규모로 거행되었다.
성지 소개
성지는 수태고지 대성당과 베르나르딘 수도원으로 크게 나누어지며, 방문자는 대성 당과 주변 광장, 그리고 북쪽 숲을 순례하게 된다.
시내 쪽과 연결되는 성모님 광장은 성모상을 모신 작은 집과 성모상 기둥이 있으며 야외 미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 광장에서 성지의 입구로 들어가면 천국의 광장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64년 크라쿠프의 대주교로 임명된 다음 해인 1965년 5월에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기둥이 있다. 천국의 광장에서 대성당으로 들어가면 바로 우측에 유명한 성모화가 모셔진 경당이 있다.
대성당 서쪽 출구로 나오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광장이 있으며 교황의 동상과 북쪽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이 광장에는 야외 주차장이 있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 이곳에 주차하면 된다. 1637년 착공하여 1677년에 바로크양식 건물로 완성된 베르나르딘 수도원은 일반 순례자들은 입장 할 수 없다. 성지의 동쪽에 42개의 객실을 갖춘 순례자의 집이 있으니 이곳에서 숙박하고 성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자료: 세계의 성모발현 성지를 찾아서. 분도출판사. 최하경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