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조선시대 궁궐이 다섯 있습니다. 그 중 창덕궁만이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요. 유네스코는 창덕궁의 어떤 점 때문에 OUV (탁월한 보편적 가치,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하였을까요.이에 대한 답은 창덕궁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건축한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는 점이라고 하네요.
그러한 연유일까요, 조선의 왕들은 창덕궁에 머물기를 가장 즐겨하였다고 합니다. 창덕궁은 1405년 태종 때 이궁(離宮)으로 건립되면서부터 법궁(法宮)인 경복궁과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정문인 돈화문의 배치가 서남쪽으로 치우쳐 있고, 금천교를 90도 꺾어서 두 번째 문인 진선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세 번째 문인 인정문 밖의 마당 또한 네모가 아닌 사다리꼴로 되어있는 등 파격이 연속되는 구조(사진 붉은 선) 는 태종을 진노케 하여 공사 책임자인 박자청(朴子靑)을 하옥시키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박자청이 목숨 걸고 서슬 퍼런 태종의 명을 거역할 수 있었던 것은 창덕궁 바로 남쪽에 위치한 종묘의 지맥을 훼손하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궁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궁궐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지요.
가능하면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살리려 하였던 조상들의 건축 철학은 창덕궁의 여러 전각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드넓은 후원을 조성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흔히들 한중일 3국의 정원을 비교할 때, 중국 정원은 인공으로 자연을 만들고, 일본은 집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며, 한국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우리 조상들의 건축 철학이 미친 영향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4계절 모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궁 북쪽의 정원인 후원(後苑)에는 언제나 국내외 관람객으로 넘쳐납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3월말 4월초에 특별행사로 ‘창덕궁 깊이보기 - 인정전 내부관람’ 과 ‘낙선재 뒤뜰관람’을 진행하며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을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계묘년 봄나들이는 매화꽃 향기가 그윽한 창덕궁에서 시작하여 보심이 어떠하신지요.
창덕궁 건물 배치도
창덕궁 매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