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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9 (한영탁 수필집)
『손자와의 대화』
979-11-92613-59-8 / 255쪽 / 147*210 / 2023-6-30 / 15,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아홉 번째 수필집은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 번역문학가이기도 한 일경(一經) 한영탁 수필가의 『손자와의 대화』이다.
일생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수필가의 이번 수필집은, 역사는 물론 정치 사회 경제 국제문제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 풍부한 지식정보와 아울러 탁월한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작가가 지적, 철학적 사유의 주제로 써 내려간 서구적 에세이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수필 쓰기에 있어서 “우리 시대가 걸어가는 역사 현상과 문학을 접목”하는 ‘사회수필’을 쓰고자 한다는 작가는『손자와의 대화』에서 이외에도 삶의 의미를 반추 성찰하는 서정적 수필, 자전적 에세이 등을 포함한, 수필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 53편을 실었다.
언론계로 투신한 이후 “어떠한 고난, 위압,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떳떳한 저널리스트로 살기 위해 고투해 왔노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는 기자정신 투철한 작가가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일구어온 인생 경험에서 얻은 풍성한 이야깃거리에 남다른 식견이 더해진 편 편의 글은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 논리와 지성이 알알이 살아있다.
■ 저자 소개
한영탁韓永鐸
아호 一涇(일경)
영덕 출생(1938년)
동국대학교 영문과,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 연세대 외국어학당을 나왔다.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 합동통신 외신부 차장, 세계일보 창간에 참여, 국제부장, 특집부장을 거쳐 통일·북한부를 창설하여 데스크를 맡았다. 출판부국장, 편집부국장을 거쳐 논설위원, 심의실장으로 일하며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12년) 출강. 한국외신기자회 사무국장, 영덕신문 편집인 겸 발행인을 지냈다. 자유주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 시민회의> charter member로 언론분과위원장을 거쳐 고문을 지냈다. 한국版 《리더스 다이제스트》 창간에 editor로 참여, 편집장을 지냈다.
『한국언론 인물사화』, 『기자들이 가 본 북한』, 『한국 언론 UN 보고서』, 『신문은 가도 기자는 살아 있다』, 『실록-언론인의 길, 그때 그 현장 못다 한 이야기』 등 언론관계 실록을 공저했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에 『바다 한가운데서』, 『티베트에서의 7년』, 『삶과 문학의 길목』, 『周恩來』, 『鄧小平』 譯書 40여 권의 저작권을 위탁하고 있다.
《에세이 21》 천료(2009)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페가수스의 꿈』, 『손자와의 대화』
남강문학 초대(2021년) 작가상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토벽문학회, 남강문학회, 산영문학회, 은평문학회 회원
■ 목차
머리말│나는 왜 수필을 쓰는가
제1부 화산의 두 얼굴
나의 막차 시대 / 손자와의 대화 / 선장의 자리 / 화산의 두 얼굴 / 말의 품위 / 말귀가 절벽이다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이제 계산 그만해 / 절값, 다시 생각한다
제2부 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다
거짓말, 그리고 한국인 / 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다 / 서방측 이야기 / 참다운 아름다움 / 전화도 진화한다 / 쌀밥과 강냉이밥 이야기 / 인형극 바람이 분다 / 코로나와 문화의 내일 / 함박눈 날리는 창가에서
제3부 ‘등골탑’ 비가
‘등골탑’ 비가 / 내 이름은 키요하라 마사요시 / 가투를 부활시킬 수 없을까 / 조자룡이 그립다 / 다시 내고 싶은 책 / 모자왕의 은인 / 고독한 투사의 절규 / 쉴 틈과 빈틈 / 절망의 문턱
제4부 文章에 얽힌 추억
남강문학 작가상을 받으면서 / 《文章》에 얽힌 추억 / 나를 키워준 고부 이중주 / 돌아오지 않는 철새들 / 계단참에서 / 우비무한 / 전설적 종군기자 어니 파일 이야기 / 밥에 관한 단상 / 주인의 자리
제5부 자전 에세이
아버지와 함께한 은어 낚시 / 내 가슴의 옹이 / 흐르는 별은 사라졌지만 / 자유의 가치를 찾아서 / 내 인생의 ‘큰 산’ / 백지수표를 받고 / 저무는 들녘에 서서
■ 출판사 서평
1부 ‘화산의 두 얼굴’에서는, 남북분단, ‘선장’으로 비유되는 리더의 권위와 책임, 소통의 단절과 말의 중요성, “파괴와 창조”를 동시에 품은 자연에 대한 경의, 통합의 난제에 부닥친 우리 사회의 고민과 해결책, 고독이라는 창의적 사유, MZ세대의 좌절과 인생 계산법, 금권만능주의 세태와 건전한 사회 풍조 등 다양한 사회적 소재로 정반합의 사유를 유연하게 펼쳐나감으로써 어렵지 않은 사회수필 읽기의 재미를 선사한다.
“손자가 이야기한다. 2035년 8월 15일 코리아공화국연방(TheKorea Federation of Republics : KFR)이 탄생한 지 몇 년 뒤부터 이곳에서 일한단다. 러시아 연해주(沿海洲)와 사할린주가 아울러 발해공화국이 되고, 만주 동북 3성이 멘우리안(만주)공화국, 몽골이 몽골공화국, 북조선이 북한과도공화국으로 코리아공화국연방에 흡수 편입되어 5개 공화국의 연방이 수립되었단다. 국어인 우리말과 함께 러시아어, 중국어, 몽골어가 공용어로 정해졌다. … 극적인 코리아공화국연방의 탄생은 외부로부터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후 …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깃발의 임시정부를 세워 코리아연방에 흡수된다. …” (표제작「손자와의 대화」 중에서)
“…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웨딩비, 전세금, 양육비 계산만 하다가 좌절하고 만다.”고 한탄했다. 나는 그들에게 반세기 전 내 딸이 울부짖던,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이제 계산하지 마!” 살다 보면 다 살게 되어 있다.”(「이제 계산 그만해」 중에서)
2부 ‘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다’에 엮은 작품들은 우리 사회 우리 민족에게 외치는 고언이자 충언이다. 거짓말의 폐단, 한류와 문화적 성취, 가짜뉴스와 언론의 바른 보도, K-뷰티 열풍과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 정보통신 강국이 되기까지 기술자들의 노력, 쌀을 통해 살펴본 남과 북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독재 통치 체제, 코로나가 불러온 우리 사회의 새 문화창조 바람 등 현재 우리나라가 달성한 업적과 당면문제를 헤아려보고 더 나은 방향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시의적절한 견해에 말귀가 밝아지는 것 같다.
“… 쌀이 남아돌고 건강과 영양, 다이어트를 위해서 흰 쌀밥을 마다하고 잡곡밥을 선호하는 배부른 남쪽. 먹을 것이 없어 강냉이밥이라도 실컷 먹고 싶어 주린 북쪽. 두 동강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지금 한반도의 현실이다. 남아도는 쌀밥과 강냉이밥의 극명한 대조는 자유민주주의와 독재 통치의 선택이 근본 원인이다. 나라의 정치체제, 국체(國體)의 선택이 갈라놓은 결과적 산물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그런데도 남쪽에는 실패한 북쪽 체제를 동경하며 추종하려는 얼빠진 정치세력이 판을 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기막힌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쌀밥과 강냉이밥 이야기」 중에서)
3부 ‘등골탑 비가(悲歌)’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신구 세대 간 이념으로 나누어진 의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좌우충돌로 점철된 정치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을 돌아보는 내용의 작품 등이 실렸다. 또 한국전쟁 때 고아가 되어 피나는 노력으로 자수성가, 모자왕이 된 백성학 회장과 생명의 은인이었던 미군 병사와의 사연, ‘광주 5.18’의 가려진 진상을 밝히려는 G 박사의 숨은 이야기, 5.16쿠데타 등 시대의 광풍에 휘말렸던 고단한 대학 시절의 기억 등을 담은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 민족이 거쳐 온 비극의 역사를 회고한다. 또다시 아픔을 겪지 않으려는 거국적 방안과 희망의 정신에 관한 작가의 애국적인 명문장들이 감동을 준다.
“일제 식민지 시대 나의 이름은 ‘기요하라 마사요시(淸原正義)’였습니다. 일본인들이 나의 한국 성(姓)과 이름(名)을 못 쓰게 막아서 생긴 일본식 이름입니다. 일본인들은 우리네 이름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도 못 쓰게 억압했습니다. 총독부는 우리말과 한글 학자, 지식인 수백 명을 고문하고 투옥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우리말을 썼다고 해서 벌을 받았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원주민의 이름을 빼앗고,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식민제국은 없었습니다. 일본인들의 한국어 말살 정책은 우리의 말과 문자를 없애 문화적 전통과 영혼을 박탈하여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려는 책략이었습니다. … 전두환 장군의 신군부는 제2의 군사정권으로 강압적 통치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얼마 전 신군부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 언론인 천여 명을 하루아침에 숙청했습니다. 한국판 다이제스트의 동료 에디터 2명도 함께 당국에 의해 숙청당했습니다. 나는 최근 반년간 신군부 정보기관에 의해 도청(wiretapping)과 미행(shadowing)을 당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은 탄압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언론 자유는 사라졌습니다. 만약 나의 이런 스피치가 한국에 알려진다면, 나는 귀국 즉시 공항에서 현행 비상 조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것입니다. … 미력하지만 나도 한국의 동료 저널리스트들과 더불어 민주화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결국 우리 한국인들은 민주화에 성공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간 정부를 세울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내 이름은 키요하라 마사요시』 중에서)
4부 ‘文章(문장)에 얽힌 추억’에 묶은 작품에서는 작가의 문학 입문에 밑거름이 된, 어린 시절의 가투놀이, 외삼촌의 애장서였던 문학잡지 《문장》과의 만남, 동네 혼사 때마다 내간체 한글로 사돈지 휙휙 써 내려갔던 할머니의 글솜씨, 어머니의 엄하지만 품 넓었던 사랑 등을 추억한다, 기자, 번역문학가, 수필가 등 글을 쓰는 작가로 일생을 살아온 작가의 문학 사랑의 근간과 방향을 알 수 있는 글들이다.
“어니 파일의 기사에서는 사령부의 장군이나 고위 참모들의 전략보다 평범한 병사들의 역할이 더 크게 조명되었던 것이다. 그는 삶과 죽음이 걸린 극한의 전쟁터에서도 웃음과 인간의 존엄성과 용기를 잃지 않는 병사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한때 동네 건달이나 사무원,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사람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려 하지 않던, 하찮은 보통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애썼다.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애인의 편지를 기다리고, 지쳐 있고, 때로는 난폭하기도 했다. 어니 파일은 철모에 양말을 빨고, 급식에 투정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고민을 함께하려고 애썼다. 그는 평범한 병사들을 저마다 개성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진심으로 아끼며, 그들과 함께 행동하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병사들의 대변자가 되었다. 미국 국방부와 야전사령부는 그를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인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도움을 얻기 위해 그의 기사를 면밀히 살폈다.” (「전설적 종군기자 어니 파일 이야기」 중에서)
5부의 자전 에세이는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해방을 맞이하고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혁명, 산업화 시대, 민주화 파동 등 격동의 시대를 고스란히 겪은 세대인 작가가 인생의 시련 즉, 옹이를 없애는 방법으로 기꺼이 선택한 도전정신과 노력의 인생 기록이다.
53년 즈음 정전협정 후 부산 k고 낙방 D고 입학 후 문학에 심취하여 각종 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적 자질을 드러내었고, 대학 입학 후 우직스럽게 공부하여, 8전 9기로 언론고시에 합격하여 바라던 기자가 되었다. 폭풍의 시대에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력에 영합만 하려는 어용 언론기관과 권력에 줏대 없이 알랑대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저널리스트 본연의 사명감과 자존심을 지키는 의연한 기자로 남겠노라고 다짐하고 민주화의 길에 함께했다. 제2의 창작이라는 번역문학가로의 길을 걸으며 수십 권의 역서를 번역했으며 지금은 인생 3모작으로 수필가로의 길을 걷고 있다. 노년인 지금도 여전히 삶의 바위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도전정신을 잃지 않고 있으며, 격동의 삶을 담담히 증언하는 모습이 떳떳하고 우뚝하다.
“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나의 가슴에 새겨진 슬픈 기억의 옹이를 아름다운 무늬로 바꿀 수 있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굴이 상처를 아름다운 진주로 빚어내듯이.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의 주인공 헤스터 포린이 간통(adultery)을 뜻하는 주홍글자 A를 사람들이 유능(able)과 천사(angel)의 뜻으로 바꿔 보게 만든 것처럼.” (「내 가슴의 옹이」 중에서).
“지금이나 그때나 한결같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철학과 사상을 신봉하는 보수주의자(Conservative)”임을 자처하는 한영탁 수필가, 그가 열렬하게 때론 아름답게 써 내려간 진한 수필의 향기가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전해져 오는 『손자와의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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