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지하철 2호선은 만원이 된 틈을 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영남대학쪽에 큰 행사가 있는 날인가 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날이 따뜻해지면서 저녁시간 전후에는 점점 더 복잡하고 왁자지껄하게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하고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겨우 걷는 어린이에서 부터 중.고.대학생은 기본이고 중년들도 많았고, 외국인도, 7~80대 노인들도 신나는
얘기에 나누고 있는 모습 들이었다.
가벼운 운동차림에 야구선수 복장을 하고 컬러풀한 응원용 비닐봉을 수북히 들고 있었다.
아 하~. 프로야구 팬들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열기가 지하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경노석에 앉아있는 노인들 까지 큰 소리로 그 날의 야구얘기를 하고 있었다.
옆에 분에게 귀엣말로 살짜기 물어보았다. 야구장에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야구를 좋아하세요? 했더니
나도 평소 무심한 편이였는데, 친구의 권유로 한 번 가본 것이 이제는 팬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한 어떤 재미를 찾았나요? 그렇다고 했다.
삼성야구 하면 대표적인 오승환, 강민호, 구자욱 선수, 아니면 박진만 감독이냐고 하자. 아니라고 손사례를 쳤다.
그럼 누구? 그런 선수들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나도 점점 관심과 호기심에 빨려들고 있었다. 아마 얘기를 해도 모르실 겁니다.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신인 선수로 나이도 이제 20세 밖에 안되었으니까요. 연습생 수준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얼마전 주전선수가 부상을 당하여 잠시 내 보낸 선수가 삼성의 기라성 같은 고참 노장선수들 보다 앞선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신나게 얘기를 들려 주었다.
그 선수의 연봉은 요? 2,000만원 조금넘는 연습생 수준인 걸요. 아니 2억, 20억이 아니고요? 그 정도면 잘 알려진
선수이지요. 신체 조건과 장래성은 요?
멀잖아 삼성의 최고선수가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이렇게 야구장을 찾는 노인이 되었답니다.
183cm 키에, 몸무게 88kg, 얼굴도 쾌남형, 야구선수로는 최고지요. 오늘도 출전을 했습니까?
출전은 물론 지고 있던 삼성이 이 선수의 홈런 두방이 완전히 전세를 뒤엎고 승리를 했거든요.
야구장에서는 순식간에 역전승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막내 손자 뻘인 선수가 삼성에서 홈런이 가장 많고 타율도
3할이 넘거든요.
이 기록은 삼성 대뷔전 홈런으로 삼성에서는 1989년(강영수)이후 33년 만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경노당보다 이 선수를 보고 듣는 재미가 솔솔하여 친구들과 더불어 야구장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소주한잔을 하고 안타나 홈런 장면을 보노라면 나도 현장에서 뛰는 젊음기분을 느끼며 힐링하는데는 최고라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아! 그 선수 이름이 누군지 아직 물어보지 않았네요.
아~. 얘, 김영웅이라는 선수인데,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른 찾을 수 있는데요.
지하철을 내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열어보았다.
그 날 이 선수의 연타석 홈런이 스포츠 코너를 도배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도 모르게 삼성야구의 전적과 김영웅선수의 기록을 살펴보면서, 현장은 아직 용기를 못내었지만
팬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요즈음 노년생활이 힘들고 외로울 때 즐거운 노래를 듣고, 운동을 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자주받는다.
실감하고 있어 그렇게 하기를 노력하는 편이다.
노래는 옛날에 불러본 Trot 정도인데, 요즈음 가수나 부르기 쉬운 노래가 없을까 하다가 발견해서 자주 듣고 있다.
가까운 친구가 모 대학 학장을 지낼 당시 은퇴후 무슨 할일이 있는가? 하자. 중고등학교를 설립해서 학생들의
성장을 도우는 일이 어떨까? 했다. 학교운영은 정말 어려울 것인데, 또 고생을 하려고?
그런 후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포항 영일만 해변에 놀러오라는 것이다. 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볍게 들었는데 기어코 해낸 더욱 존경스러운 인물이 되었구나. 그래서 옛날 고교 동기생들과 단체로
포항을 찾았다. 교장과 여러 선생님으로 부터 교육과정을 설명듣고 훌륭한 시설도 둘러 보았다. 특히 정문에 걸린
포스타 가 눈에 들어왔다. 최단기간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는 현수막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여기서, 학교를 소개하고자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중학교에 입학한 전유진이란 학생이다.
지방의 일반 여학생인데, 어린나이 때부터 흘러간 옛노래에 심취하고 있었다.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부모나
선생님의 말에 아랑곳 없이 공부와 함께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렀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학생이 지금은 전국
최고 수준의 Trot 가수가 되었다. 벌써 국내외 가요업계의 스카웃트 제의를 많이받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노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중고교의 기본교육이며, 정상과정을 밟는 것이 우선이라고 학교의 설득과 동의로 아직도 이 학교의
재학생이다.
어느 덧 유진 학생이 부르는 노래를 자주 듣고 흥얼거리며 힐링하는 시간이 늘고 있음이 사실이다.
또 나이들어 운동은 필수라고 했는데, 나는 역시 탁구이다.
옛날 군생활 당시 남보다 조금 커 보였던지 배구선수로 종종 차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악천후나 야간에는 곤란한
운동임을 알고 , 실내에서 전천후로 즐길 수 있는 탁구를 선택했다. 그것이 벌써 50여년이 넘는 일상의 운동이
되었으며, 요즈음도 20세 신유빈의 수준높은 탁구경기를 자주 보곤 한다.
이제 몇 일 전부터 또 하나의 즐거움을 추가하기로 했다.
김영웅 선수의 야구활동과 기록을 지켜보는 재미 까지...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정재용님 감사합니다. 갑자기 생각나는데로 써본 글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새로운 선수와 가수~응원을 보냅니다. 작년 초까지는 가족들과 야구장을 찾아 보는 재미와 생맥주에 빠져보기도 했는데 갈 때마다 삼성이 졌어 시들해졌습니다. 삼성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