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카는,
“잠시 여쭙겠는데요.
좀 전에 말씀하신 비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요?”
라고 질문하자,
“아~, 비철 말입니까?
구리, 황동, 알루미늄 종류입니다.
그 단가표에도 분류되어 있습니다.”
레이카는 단가표를 보고
무게가 관으로 되어있어서 곤란하게 생각했다.
대만에서는 근이었다.
“실례합니다만, 1 관은 몇 근인가요?”
“사탕이라면 몇 근이라고 하는 것을 알겠지만,
철이나 구리는 몇 근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디 계산법이지요?”
라고 질문을 받은 순간 이것은 아뿔싸! 했다.
레이카가 대만인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잠시 주저하다가,
“네, 무의식중에 무게 단위를 킬로그램으로 생각했어요....
어제 사탕을 2근 샀기 때문에 관이라고 하니까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킬로그램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식은 땀을 닦으면서 미야가와 주인에게 말했다.
“아뇨. 아뇨. 무게를 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단위가 있어요.
킬로그램으로 환산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참고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하고 레이카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귀가했다.
변함없이 강한 바람이 레이카의 뺨을 스쳤다.
꿈에 그리는 고향
레이카는 얼굴도 시골사람처럼 햇볕에 따서 뺨도 붉게,
누가 봐도 일본인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리 토오 치이타아”라고
대만어로 “이 분은 어디 분입니까? 나는 일본인예요”라고
혼잣말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살려는 레이카의 마음은
아이를 위해서도 자신이 일본인으로부터
경멸당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날 때는,
모두 평등한 인류애로 가득 찬 나라에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카는 여학교시절부터 대만인과 일본인이
엄격히 차별된 사회에 큰 의문을 갖고
같은 얼굴을 한 인간이면서,
국경의 다름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되어버리는 모순에
회의를 가진 적도 있다.
생활양식, 음식물, 집의 건축양식, 복장은 다르지만,
같은 동양인, 황색인종이 아닌가.
아무리 작게 되어 생활해도,
같은 인간끼리의 차별은 레이카에게는 견딜 수 없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평화롭게,
그리고 서로 인격을 인정하는 자유야말로,
인간의 길이 아닌가 하고,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레이카에게는 특별히 몸에 사무쳤다.
빈부의 차이! 지위나 권력의 차이! 국가의 차이,
문명의 차이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항상 레이카는 생각하고 있다.
인종차별의 짐을 벗으면 얼마나 인생이 즐거울까.
그 괴로움은, 억압된 인종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양의 빛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자에게도
모두 평등하게 주어지고 있는데도,
그 아래에서 생활하고 살아가는 인간이,
불평등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차별의 무거운 짐은 레이카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
가령 외국인이라도 지금은 죽은 남편은
레이카를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취급해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별의 원인은,
태어난 환경에 대한 인간 개개의 우월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태어난 환경에 의해,
그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또 태어난 환경에 의해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님도 또 이집트의 모세님을 생각해봐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길을 지키고,
인류구제의 길을 가르치고,
많은 중생을 구제한 행위가 성인으로서 존경받는 것이다.
이룬 업적이 그 인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레이카는 거울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무거운 짐이 있어도
자신의 신분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치 가랑잎 나비처럼 잘못되어 있지만
사회의 의식이 그렇게 되어 있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었다.
반드시 언젠가 이러한 괴로운 생활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자신들은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키요시처럼 아이들만이라도,
그런 사회에 살게 하고 싶다고 바랬다.
키요시는 학교에서 돌아와 공부하고 있다.
레이카는 2층에 올라가서 키요시에게 물어봤다.
“키요시. 엄마는 널 중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너는 어떠니?”
“응, 나도 갈 수 있으면 가고 싶어.
그런데 엄마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를 안심시키고 싶어.”
키요시는 중학교에 들어가고 싶고
어머니의 고생을 보고 있자,
어린 아이일지라도 효도를 하고 싶다는
2개의 마음이 있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것은 네가 더 큰 다음에 하는 것이 좋지 않니?
학문은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안돼.
엄마는 열심히 일해서 키요시를 중학교에 보내고 싶고
일할 곳도 봐두어서 네 학비는 걱정 안해도 돼.”
레이카는 그날 장사문제를 고물상에서 상담하고 온 것에 대해서는,
키요시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만일 더러운 장사라도 생활이 가능하면
지금의 레이카에게는 천국이었다.
예민한 키요시에게 고물장사를 시작한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장래의 일을 생각해서 중학교에 가는 것을 단념할 지도 모른다.
내일은 학교에 가서 키요시의 진학을
담임인 키우치선생님과 이야기하려고 결심했다.
키요시가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고 레이카의 마음은 가득찼다.
지금은 죽은 남편도, 낮에는 생각날 틈도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 마음이 놓였을 때,
그리웠던 대만의 생활, 일본에서의 생활이 생각나고,
상냥했던 남편의 모습을 즐겼다.
지금은 키요시를 훌륭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어머니로서 가능한 길을 여러 가지 생각한 끝에,
육체적 외견상으로는 알 수 없도록 노력하려고 생각했다.
바깥은 아주 어둡고 한 사람도 다니지 않는 변두리의 밤이다.
11월이 되자 도네천의 강바람은 요란하게 빠져나간다.
개가 멀리서 짖는 소리가 뭔가 슬프게 느껴진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2층 덧문을 열자,
별도 추운 듯이 전등이 꺼진 마을의 하늘에 흩어져 있다.
대만으로 통하고 있는 이 커다란 하늘 저편에서,
고향의,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어머니도,
나를 걱정해서,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큰 하늘을 날아서 따스한 모국의 어머니의 품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레이카는 키요시의 잠자는 얼굴을 다시 돌아봤을 때,
지금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자신이 개척하지 않으면 누가 도와줄 것인가.
자신이 바르게 생활하기 위해서
편중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끝까지 밀고 나갔을 때에,
반드시 길은 열리는 것이라고 레이카는 생각하고 있다.
또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든 때는,
바람 소리도 작아지고 레이카는 끌려 들어가듯이 잠들어 버렸다.
남편이 만들어준 명선의 기모노를 입고,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경대 속의 화장도구를 꺼내서,
가볍게 얼굴을 화장하고,
레이카는 키요시가 학교에 가고 잠시 후에 외출했다.
논두렁길을 지나서 큰길로 나갔을 무렵부터,
어깨에 걸친 쇼올의 끝자락과 기모노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려 생각처럼 걸을 수 없다.
바람에 몸을 비스듬하게 하고 걷는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허리를 걸고,
페달을 밟아서는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인지
뛰어가듯이 허리를 올리고 페달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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