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세계 7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그럼에도 인도 커피는 우리에게 꽤 생소하다. 생산량의 70%가 커피 믹스등 대중적 커피에 배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고 아라비카 품종도 다른 지역의 커피에 밀려 주로 블렌딩에 사용되기 때문에 명성을 얻지 못했다. 우리 공방에서는 인도를 대표하는 아라비카종인 말라바, 그리고 마이소르의 두 브랜드를 구매해 쓰고 있다.
말라바는 해풍에 건조된 커피다. 18세기에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말라바에서 생두를 사 갑판에 적재한 후 유럽으로 향했다. 희망봉을 지나는 석달의 항해 끝에 유럽에 도착해 자루를 열어보니 생두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수분이 모두 증발해 생두 본래의 녹청색이 사라졌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맛도 달라졌다. 산미는 사라지고 향이 독특했다. 쫀득한 맛과 바디가 좋았다. 그 결과 매니아 층이 생겨 말라바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이제는 몇 달이나 지속되는 우기에 창고 바닥에 펼쳐놓아 같은 맛을 만들기 때문에 '몬순 말라바'라는 이름으로 거래된다. 우리 공방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쓰인다.
마이소르 커피는 '마이소르 너겟 엑스트라 볼드'라는 이름으로 드립하여 팔고 있다. 이 커피는 까르나따까라는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다. 그런데 왜 마이소르 커피라고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17세기에 바바 부단이란 이름의 수피교도가 마이소르 왕국에 살았다. 그는 지금의 이슬람교도처럼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를 순례하는 여행을 했다. 순례 여행에서 커피를 맛본 그는 그 맛에 반했다. 예멘의 모카항에서 인도로 가는 배를 타기 전 그는 생두 일곱 알을 구했다. 발아가능한 생두는 반출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수염 속에 그를 숨겨야 했다.
인도로 돌아와 그는 자신이 수도하던 마이소르 왕국의 산록에 생두를 심었다. 최고봉의 고도가 1,895m에 이르는 그 산맥의 고도와 기후가 다행히 에티오피아의 그것과 비슷해 생두는 싹을 틔웠고 나무는 잘 자랐다. 그것이 인도 커피의 기원이다. 그가 수도하며 커피를 재배한 산지는 지금 '바바 부단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재배와 정제에 공을 들인 마이소르 커피는 아침 커피로 제격이다. 맑고 가벼우며 부드럽다. 신맛이 있으나 잘 익은 살구처럼 단맛에 가려져 숨어있는 듯 찾기 어렵다. 쓴 맛이 살며시 일어나고 잔을 비운 후에도 입안에 은근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수줍어하는 소녀를 연상하게 하는, 아시아 커피답지 않은 특징이 있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