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분께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때가 있어,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때가 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고, 아무리 만나지 않으려 해도 때가 되면 만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실습을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조금만 다른 때에 단기사회사업을 알게 되었다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복지관 중 이곳을 선택하고,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거쳐 여름을 보내게 된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만남은 어쩌면 참 신기한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모두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서로 어떤 사람인지도,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함께 밥을 먹고, 고민을 나누고, 주민분들을 만나러 다니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은 어느새 이 여름을 함께 기억할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관악드림타운에서 만난 주민분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생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었던 분들의 집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함께 웃고, 밥을 먹고, 콩국수를 만들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주민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어른,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주민분들에게 무엇인가 드리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제가 받은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웠고, 관계의 소중함을 배웠으며, 좋은 어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여름에 만난 모든 분이 저에게는 하나의 ‘시절인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오래 함께해야만 소중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짧게 스쳐 지나간 사람도 그 시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을 건네고, 생각을 바꾸어 놓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만남의 길이가 아니라 그 만남으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가 인연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실습은 끝납니다.
매일 만나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시절인연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인연에도 지금 이 시간이 필요했기에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헤어짐 역시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받은 것을 가지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여름을 붙잡기보다 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가끔 이번 여름을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참 많이 웃었다고,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서툴렀지만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그 시절에 우리가 서로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이번 여름을 떠올렸을 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절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시절인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