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聖潔)은 궁색함이 아니라, 사랑의 떳떳함입니다.(261007)
성경을 읽다 보면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리는 말씀 한 구절과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이 거룩함, 곧 ‘성결(聖潔)’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머리를 조아리고 성경을 깊이 묵상하며, 교리 책의 활자 너머 내 매일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진짜 성결의 모습을 찾아보았습니다.
신학교에서는 중생(거듭남) 이후에 임하는 은혜의 깊은 단계를 성결이라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그 거룩함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할까요?
그저 막연하게 착하게 사는 것일까요, 남들보다 예배당을 더 자주 드나드는 열심일까요, 아니면 세상 욕심을 끊어낸 검소한 삶일까요?
어느 날 한 성도님이 어떤 분을 두고 “저분은 참 성결한 삶을 사신다”라며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참 묘했습니다.
“양복도 겨울과 여름 딱 한 벌씩뿐이고요, 와이셔츠 깃이 닳아 헤지면 뒤집어서 손수 꿰매 입고 다닐 만큼 청빈하시거든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에 씁쓸한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절약과 검소함은 귀한 덕목이지만, 깃을 뒤집어 꿰맨 옷 한 벌이 어찌 한 영혼의 ‘성결’을 증명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자칫 성결이 아니라 그저 ‘궁색함’이나 겉치레에 머무는 자기만족일 수도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성결은 나를 억지로 쥐어짜 내어 초라하게 만드는 금욕이나 고행이 아닙니다.
진정한 성결은 ‘사랑의 온전함’이며, ‘관계의 떳떳함’입니다.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떳떳함.
내 몫을 챙기느라 남을 밀쳐내지 않고 하나님을 온 마음 다해 사랑하며, 내 곁의 이웃을 내 몸처럼 따뜻하게 보듬고 품어주는 삶.
시기와 분열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화평의 다리를 놓으며 서로 화합하게 만드는 그 넉넉한 품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함입니다.
성결은 낡은 옷깃에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해 활짝 열린 가슴과 정직하고 맑은 눈빛에서 피어납니다.
오늘도 주님 앞에 조용히 두 손을 모읍니다.
형식적인 경건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오늘 내가 머무는 가정과 일터에서 가장 따뜻하게 사랑하고 가장 떳떳하게 화평을 이루는, 향기로운 성결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예천에서 하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