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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실크로드(2003.06.16~2003.08.23)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1
1.
# 건방진 소프트 부치의 하루 #
변함없는 햇빛에 눈이 떠진다.
하루 중 눈을 떠야하는 이 시간이 제일 싫다.
왜 항상 해는 동쪽에서 뜨는가?
태양!
넌 지루하지도 않은가?
가끔은 서쪽에서 떠서 유머감각과 너의 위트를 보여달란 말이다.
싫다고?
싫음 말고...
아흐흐흠
오늘도 언제나 같은 하루가 되어 날 지루하게 할까?
결국 이 지리한 삶을 잊을 수 있는 건 여자밖에는 없단 말이지...
젠장할이다.
아침샤워를 마치고 나와 PDA로 오늘의 데이트 스케쥴은 확인한다.
PM 12:00
은수와 학교에서 점심
은수가 좋아하는 음식 - 피자, 스파게티
은수가 좋아하는 타입 - 무식할만큼 힘좋은 사람(그렇게 보이는 사람)
애교 없는 사람
집착력이 강한 사람(편집증 사절)
자기 일을 가진 사람
술 잘 먹는 사람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사람
부치, 팸의 중간
공략 가능성 - 무식할만큼 힘좋은 사람(그렇게 보이는 사람) : 힘은 좋은데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난해하구만
애교 없는 사람 : 나 애교만땅인데~ 근엄한 척이야 뭐~ 당산 해 줄 수 있으니 패스!
집착력이 강한 사람(편집증 사절) : 집착? 오우~ 노우! 돈과 뉴 걸외에는 집착 안해! 제발 집착하지만 말아줘
자기일을 가진 사람 : 아직 학생인데? 공부는 일이 아니잖오. 경제활동을 못 하는데
술 잘 먹는 사람 : 술?!! 흐흐흐... 술 하면 나 아니겠어? 패스!!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사람 : 원피스가 잘 어울림 내가 부치겠니?
설마 왕팸스타일과의 팸투팸을 원하는 건가?
물론 잠자리에서 나도 일방적인 봉사는 싫어~
내 외모정도라면 원피스를 입어도 괜찮긴 하겠지만 활동성과 이미지가 떨어지잖오.
굳이 정장 타입을 원한다면 나의 매니쉬한 정장에 만족해주...
캐주얼이라면 톰보이 스타일은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데 그 정도면 되지 않겠어?
부치, 팸의 중간 : 외모야 소프트 부치니까 일단 괜찮겠쥐
부치와 팸의 중간이라.. 박쥐가 좋은거니?
이쁘장하게 생긴 걸이 취향한번 오묘하네
* 현재 공략 가능성은 65%(오차 앞뒤로 10%씩)
PM 3:30
재경과 영화보기 - 니모를 찾아서
재경이 좋아하는 영화 - 공포 빼고 전부 다~
재경이 좋아하는 타입 - 고소영의 분위기
여성스러우면서도 풍기는 이미지는 이지적이고 약간 당차(?)보인다고 해야하나
이미지가 보이쉬한 그런 타입
공략 가능성 - 내가 얼굴이 좀 바치긴 해도 고소영 스타일은 아닌데...
고소영은 완벽한 팸 스타일 아닌가? -_-;;;
보이쉬와 이지적임은 자신 있고 ^__^
설마하니 내가 공부하길 좋아해서 그 좋은 고삐리 시절에 등골과 머리 빠지게 공부해서 약대 온줄 아뉘?
집에서 약대가야 파이어버드 사준다고 하는데다 차가 폼나야 걸들을 꼬시기 쉬어서쥐...
크크크, 거기다 전공이 뭐냐고 물음 말하기 좋고, 머리에 좀 차보이지 않겠어?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쬐고 일석삼조지.
* 현재 공략 가능성은 95%(오차 5% 미만)
PM 7:30
수희샘과 대학로에서 저녁
수희샘이 좋아하는 음식 - 한식, 느끼한거 싫어함
수희샘이 좋아하는 타입 - 키아누 리브스, 배용준, 장동건
공략 가능성 - 키아누 리브스 : 나도 머리는 검은색이고 얼굴 하얗고, 키는 커
하지만 내가 이제 19살인데 당산 아직 귀연 이미지가 강하지~
키아누 분위기가 완벽하게 나겠냐? 쩝 >_<
배용준 : 음후훼훼헤
쭌은 자신있지...
내 옆모습이 바로 용준이형의 옆모습 그자체 아니겠소?
장동건 : 이봐요, 정수희 선생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십쇼!
위의 세명은 공통점은 잘 생겼다지
얼굴이 비스꾸리 한 건 아니잖오
난해해...
키아누와 배용준은 어느정도 커버되지만 장동건은 좀 힘들군~
* 현재 공략 가능성은 30%(오차 무지 클런지도)
흠...
역시 수희샘을 공략하는게 가장 힘들겠군.
수희샘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학교 교생으로 왔던 선생님이다.
연예인이 아닌 범인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 아리따운 외모에 5살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바람돌이 최인 내가 필이 꽃혀 버렸다.
문제는 이분께서는 일반이시라는 것!
물론 남친도 있다. ㅠㅠ
날 귀여워해서 만나주는 거 같다.
근데 그 귀여워함이 제자로서는 아니고 묘하게도 남동생을 대하는 그런 귀여워함이랄까?
공략을 하려면 모성본능을 마구마구 자극하던가,
내가 성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모종의 사건이 필요할 거 같다.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2
# 정수희 선생님의 하루 #
출근하는 길에 핸드폰이 울린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 사랑해] 라는 간단한 메세지
영준이다. 영준은 이제 2년째 되어가는 내 남자친구다. 친절하고 섬세한 남자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아무래도 그와 결혼을 하게 될것이다.
또 핸드폰 메세지음이 울린다.
폴더를 열어보니 진이가 보낸 메세지다.
[저녁 약속 잊지 마세요^^ 샘!! 보고 싶어요!]
문자만큼이나 귀여운 아이다.
진이는 작년에 내가 교생실습을 나갔던 여고에서 만난 학생이다. 어느 날 아침조회가 끝나고 교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진이가 장미꽃을 내게 건냈다.
"이게 왠 꽃이니?"
"그냥 우연히 생긴 거에요. 저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갖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그래? 고맙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꽃은 진이를 흠모하던 후배가 준 꽃이었고, 그 애는 상당한 인기인이었다.
나도 여고를 나온지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진이의 인기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팬클럽이 있을 정도니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런 인기인이 날 잘 따르는게 뿌듯하기도 하고, 워낙에 붙임성과 성격이 좋은 진이가 귀여워서 교생실습이 끝난 뒤에도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았고, 진이는 대학을 가서도 잊지 않고 내게 연락을 한다. 대학에 진학한 후 한번도 보지 못한 진이가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다. 이제 좀 여성스러워졌을까? 꽤 이쁘장한 얼굴인데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하지만 화장한 모습이나 스커트를 입은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교무실에서 책과 출석부를 챙기고 0교시 보충에 들어가 잠이 덜깬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나니 맥이 빠진다.
0교시 수업은 정말 전쟁이다. 비능률적인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하는건지...
잠에 취한 아이들도, 피곤과 타성에 젖어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다 불쌍할 뿐이다.
0교시 보충이 끝나기 무섭게 교무회의를 하고 늘 비슷비슷한 전달사항과 회의내용을 교무수첩에 적고 담임반으로 간다.
아침을 못 먹고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매점에서 사 온 빵 등의 먹거리를 먹느라고 정신 없는 아이들이 25%, 잠에 취해서 책상에 머리가 달라붙은 아이들이 40%, 기운도 좋지 조잘거리는 아이들이 25%, 자신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이 나머지 10%다.
그 10% 중 두 명만이 공부에 목숨 거는 아이들이다. 대견하긴 하지만 사실 좀 신기한 애들이다. 선생으로써 할 말은 아니지만 한창인10대에 저렇게 공부만 파는게 쟤들은 정말 좋은건지 궁금하다.
10%의 나머지 두 명중 한명인 태명이는 책 속에 빠져 사는 신선이다. 공부도 곧잘 하는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항상 여러가지 책들속에 묻혀 사는 아이다. 상담할 때 느낀거지만 요새 아이같지가 않다.
다른 한명은 진이와 같은 부류다. 꽤 예쁜 얼굴, 큰편인 키, 활발한 성격, 적당한 성적, 괜찮은 운동신경, 타고난 리더쉽을 가진 재경이는 우리 학교의 인기인이다. 진이가 섬세하고 곱상하지만 보이쉬한 외모로 인기인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예쁜 얼굴로 여고에서 인기인이 된 경우다.
아이들을 정리시키고 전달 사항을 빠르게 이야기 하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상투적인 말을 끝으로 아침 조회를 하고 나온다.
10분후부터 아이들이나 나나 또 수업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고 3수업이 4개나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절실하다.
3교시까지 연짱 수업을 하고 난 후 4교시는 수업이 없다.
그렇다고 놀 시간은 없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보기와는 다르게 해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다. 수업외에도 사무처리와 보고서 작성, 각종 서식 처리, 성적 처리, 시험 문제 출제, 속한 부서에 대한 일처리, 담임반 애들 상담 등 할일이 태산이다.
고 3 담임인 선생님들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난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고 3 담임은 사양하고 싶다.
8시까지 학교 오는 것도 힘든데 11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야자 감독을 하라면 난 미칠거다.
학교에 오래 있는 건 학생뿐 아니라 선생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만 그런건 아니리라 믿는다.
국사가 담당 과목인 것도 정말 다행이다. 국영수등의 중요 과목이었으면 일찍 퇴근한다거나 하는 일은 정말 꿈이다.
음악 선생님과 같이 점심을 먹고 교무실에 들어 와 일처리를 한다. 교직에 선지 3개월 째...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중간고사가 끝난지 이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음 시험 범위에 따라 각 반 수업시간에 맞춰 진도를 어떻게 나갈지 대강 정하고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끝났다.
두 시간만 수업을 더 하면 오늘은 수업이 없다. 마지막 보충도 없고.. 간만에 여유롭게 퇴근하겠네.
종례를 마치고 와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퇴근준비를 하고 6시가 땡치자 바로 나왔다. 몇 주만에 칼퇴근인지 모르겠다.
진이와 약속한 대학로 커피숍에서 들어서자 진이가 손을 흔든다.
고등학교때보다 머리가 오히려 더 짧아졌다. 살이 좀 더 빠진 거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 머리색이 보라색으로 변한게 가장 큰 변화인거 같다.
"선생님, 여기요"
"어쩜 하나도 안 변했네"
"그래요? 선생님은 더 이뻐지셨네요"
"그래? 말뿐이라도 고맙네"
"진심인데요"
"참. 사귀는 사람은 생겼니?"
"아직이요"
"요새도 여자애들이 쫓아다녀?"
"하하하, 비밀이에요"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으러 나섰다. 일어 선 모습을 보니 작년보다 키가 더 커진거 같다. 큰 변화가 없는게 아니라 염색한 머리에 살이 빠져 샤프해진 얼굴선과 사복차림인 모습을 보니 귀여운 아이에서 미소년으로 자란거 같다.
"우리 학교 애들이 보면 오해하겠다."
"뭘요?"
"네가 내 남동생인줄 알겠어. 키가 더 커지고 살이 빠져서 더 남자애 같아졌어"
"그런가요? 남자친구로 오해하지 않을까요?"
"이런 미소년을 누가 내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겠니?"
"샘같은 미인은 미소년을 거느리셔야죠"
"너 아부하는게 늘었다. 아무래도 오늘 밥 거하게 사야겠구나"
"대학가서 뺀질거리는것만 더 늘었죠 뭐"
비록 가벼운 농담이라 해도 미인이라고 추켜세워주는 진이의 말은 유난히 기분이 좋다. 시원한 미소를 가진 진이의 옆모습은 여전히 배용준을 연상시킨다. 가끔 진이의 이런 모습들에 설레이는 내가 주책스럽다.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3
# 손재경의 하루 #
'아휴~ 어떻게 해야 3:30분 영화를 보러 나갈 수가 있지? 처음부터 고삐리라고 솔직하게 말할껄 괜히 대학생이라고 해가지고 이게 뭐야?'
저번주부터 아무리 고민을 해도 학교를 땡땡이치고 나갈 기막힌 변명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최후의 카드는 정희 이모밖에 없다.
정희 : 여보세요
재경 : 이모, 나야 재경이
정희 : 아침부터 왠 일이니?
재경 : 이모, 나 일생일대의 소원이 있어, 들어준다고 약속해
정희 : 일단 들어보고
재경 : 안돼! 이모 무조건 들어줘야만해
정희 : 너 전에 말하던 진이인가 하는 애때문에 그러니?
재경 : 응, 이모~ 나 오늘 점심때 학교에서 빼내주라
정희 : 너 성적 안 떨어질 자신 있지? 네 성적 떨어짐 언니한테 내가 한소리 들어야 한단 말이야
재경 : 그건 절대 약속할께
정희 : 이따 학교에서 보자
우리 엄마는 유명한 디자이너시다. 고로 집에서 뵙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한국에는 일년에 3달 정도나 계시려나?
아빠도 일때문에 얼굴 보기가 로또에서 1등할 확률 수준으로 희박하다.
그래서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막내 이모(정희 이모)가 나랑 동생을 거의 챙긴다.
번역일을 하기때문에 상당히 프리하고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해서인지 내가 이반인걸 이해해준다.
처음에 이모한테 커밍을 하게 된거는 술에 취해서였다. -0-
고등학생이 되면서 가입을 한 카페에서 정팅을 하던 날 진이언니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다는게 뭔지 진이언니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짝사랑 해왔던 것들은 모두 애들 장난같은 감정이었다.
하루라도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미칠거 같은 이런 상태라니... 나도 학교에서 잘 나가는 편이기에 내가 누군가한테 반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진 상대가 나한테 무관심 할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원진 이 인간은 도대체가 나한테 관심을 갖지 않는 거였다. 내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도 시큰둥할 뿐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사귀는 사람이 있는건 아닌데 학교 다닐때부터 원체 유명한 인기인인데다가 바람둥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왠만큼 이쁘지 않고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가시내들이 더 미웠다.
안 그래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데 연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두달을 쫓아다녀도 반응이 없는 그 인간때문에 너무 열이 받아서 깡소주를 세병이나 마신게 커밍을 하게 된 계기였다.
술에 취해서 이모를 붙잡고 울면서 진이 데리고 오라고 쌩쇼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직 어리니까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하던 이모도 나의 태도가 강경함을 알자 이제는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버렸다.
반쯤 졸면서 0교시 보충을 마치자 담탱이 들어온다. 이 학교 다닐만한 이유중에 하나가 선생들이 이쁘다는거다.
우리 담탱도 봐줄만한 얼굴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젊고 이쁜 여자가 좋지 않겠는가?
학교 애들 수준은 어떻냐고? 보통이다. 내 미모가 가장 출중하리라고 생각한다. 공주병이냐고? 설마.. 난 진솔한 사람이다.
이쁜 애들도 있긴 한데 별로 내 취향은 아니다. 여성스러우려면 고소영같이 뻑가게 이쁘지 않는 이상은 눈에 차지 않는다.
보이쉬한 애들도 몇 있는데 걔네들은 원진한테 비하면 껌이다. 진이 언니의 이지적이고 약간 당차보이는 그런 보이쉬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이 언니는 완벽한 내 이상형이다. 눈에 콩까지가 씌인 거라고? 시끄럽다. 너희들도 이상형 만나서 한눈에 반해봐라. 그래야 내 맘 이해한다.
점심때가 되서 이모가 학교로 와서 집안 일로 조퇴를 해야한다고 우아한 거짓말을 해서 날 빼돌려 주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붙었다. 방학때 수학과외를 받으란다. 영화 한편에 과외를 한달 넘게 해야하는건 억울하지만 선택의 도리가 없다. 진을 만나기 위해서 과외쯤이야...
극장 앞에 10분전에 도착하니 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음료를 사기 위해 잠시 근처 패스트 푸드점에 갔다 왔더니 진이 날 보며 웃고 있다. 진이 언니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다.
"언제 온거야?"
"방금, 들어가자 10분 있음 영화 시작해"
"응"
영화를 보는 내내 진이 언니가 신경쓰여서 영화가 들어 오지 않는다. 옆 얼굴을 넋을 잃고 쳐다보는데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재미없어?"
"어? 아..아냐"
"근데 왜 영화 안 봐?"
"눈이 피곤해서"
"괜찮아?"
"응, 영화보자. 이러다 제대로 못 보겠다."
영화가 끝나고 나가면서 사람들은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신나하는데 난 뭘 본건지 모르겠다. 다음부터 극장에 오지 말아야겠다. 얼굴 보면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지.
극장에서 나온 후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진이 언니가 안약을 사다준다.
"계속 아프면 병원가봐. 알았지?"
"응, 고마워"
어쩜 이렇게 자상할수가... 정말 마음씀씀이에 성격, 외모까지 완벽하다.
이런 사람을 만나다니 난 행운아다. 내가 그동안 착하게 살아서 복 받은거다. 흐흐흐
더 같이 있고 싶지만 고등학교때 선생님하고 저녁 약속이 있어서 못 데려다 준다고 미안하다면서 헤어졌다.
그냥 집에 가자니 심심할거 같다.
카페 친구들이 대학로에서 논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야겠다.
애들과 스파게티를 먹고 나오는데 많이 본 여자가 지나간다.
헉..... 담탱이다. 다행히 날 못봤다. 남자랑 같이 있어서 정신이 없나보다.
어라? 많이 보던 차림새다. 우잉? 진이 언니다. 둘이 아는 사이였어?
울 담임이랑 진이 언니랑 둘이 웃느라고 난리났다. 뭐가 좋은지 둘이 웃고 이야기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저것이 사제지간의 분위기인가? 매우 수상쩍다.
담탱이한테 남친이 있다고 했는데... 쫓아가서 둘의 대화를 엿듣고 싶지만 내 입장이 심히 불리한 관계로 지금은 포기해야겠다.
집에 와서 둘의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데 문자가 들어온다
[눈 아픈거 괜찮아? 아프지 말고 좋은 꿈 꿔라^^]
진이 언니한테서 온 문자다. 매너도 좋다. 기왕이면 전화할 것이지... 목소리 듣고 싶은데
시간을 보니 12시 10분이다. 전화하기는 좀 그렇다. 괜찮다고 잘 자라고 답문을 보내주고 피부미용을 위해서 일찍 잠이나 자야겠다.
담임과 진이가 계속 신경에 거슬리지만 설마 둘이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나이차가 좀 나는데
진이 언니 꿈이나 꿨으면 좋겠다.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4
#설은수의 하루#
오전 강의가 다 끝나고 학교 시계탑이 있는 광장으로 가니 진이가 날 기다리고 있다.
최원진. 고등학교 2년 후배. 때때로 꽤 귀엽기도 하고 하여간 괜찮은 녀석이다. 후배나 아는 인간으로서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이들처럼 진이를 만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분명 나에게 상처만 줄 게 뻔한 녀석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그 누구도 특별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자신에게 한걸음 다가서면 열걸음은 물러나는 타입
저런 성격이라면 아무에게도 정착하지 못할거다. 결과가 뻔한 도박은 하고 싶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 앞 골목에 들어서니 진이의 차가 보인다. 놀래켜주려고 살짝 다가가니 어딘가에 열심히 문자를 보내고 있다.
"진아, 뭐해?"
"친구가 아프다고 해서 문자보내요"
"이 시간에 왠일이야?"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얼굴이나 보고 가려구요"
저렇게 작업적인 멘트를 날릴때마다 심히 고민된다.
하지만 분명히 저런 대사를 수도없이 많은 여자에게 날렸을거라 생각을 굳힌다.
저놈은 태생적인 카사노바다.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진이를 보내고 씻고 나오니 문자가 와 있다.
[오늘밤엔 내 꿈 꿔요~ 나도 선배 꿈 꿀테니까 *^^*]
제발... 내 마음을 흔들지 말아라! 너만은 절대 안 된다.
2.
#최원진의 작업모드 여름방학#
역시 은수 선배는 강적이다. 지난 4년간의 내 작업에도 절대 가벼운 키스 이상의 선을 넘어 오지 않는다.
뭐... 굳이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나에게 어느정도 마음이 있다는 건 안다. 나중에 골치 아프게 매달리는 것보다 쿨한 모습으로 남아주는게 훨씬 매력적이다.
정수희... 그녀도 당췌 속을 알수 없다. 그 은근한 스킨쉽과 말들을 보면 어느정도 마음이 있는 듯 한데 스트레이트라서 작업하기 힘들다.
재경... 날 좋아하는게 너무 티난다. 얼굴도 이쁜고 몸매도 좋은데 왜 진도 나가기가 싫은걸까? 내가 미쳤나?
오늘도 나의 하루는 3명의 여자와의 약속으로 꽉 짜여져 있다. 물론 어제의 그녀들은 아니다.
난 일주일에 최소한 10명 이상의 여자를 만난다. 당연히 그 중에 고 스테디 하는 사람은 없다. 아직 특정상대를 정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 최원진 쉬임없이 여체의 바다를 항해하라~
마지막 여자와 헤어진 후 수희샘의 아파트에 차를 대놓고 기다렸다.
30분쯤 기다리자 왠 중형차가 스르륵 스더니 거기서 남자와 내린다. 전에 말한 남친인가 보다.
얼라리요... 그 넘이 수희샘의 입술을 훔친다. 으아악 나도 건드려보지 못했는데... 제길 매우 부럽다.
#정수희 선생님의 획기적인 여름방학#
간만에 영준과 데이트를 했다. 항상 친절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사람 그래서 재미없다고 하면 내게 욕을 하겠지만 사실이다.
그와 데이트를 하면서 진이와 만나는게 더 즐거웠을거란 생각과, 굿나잇 키스를 해주는 영준의 입술을 보면서 진이와 키스하면 어떨까하는 나 자신을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난 왜 자꾸 진이를 생각하는 걸까?
영준을 보내고 나서 돌아서는데 눈에 익은 빨간 스포츠카가 들어온다. 넘버를 보니 진이의 차다.
다 본걸까?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두근거리며 차 안을 들여다 보니 자고 있다.
전화를 걸자 눈도 뜨지 않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아내어 받는다.
원진 : 여보세요
수희 : 자고 있니?
원진 : 아뇨, 누구 기다려요
수희 : 어딘데?
원진 : 비밀이요. 선생님은요?
수희 : 눈이나 떠보지 그래
눈을 뜨고는 날 보더니 빙그레 웃는 진이를 보자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잔거 아니야?"
"명상중이었어요"
"그러셨군요. 들어가자,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
"커피보다 시원한 맥주 한잔 어때요?"
"차는?"
"내일 주워가죠"
"그럼 그럴까?"
두어시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다 화장실에 갔다오니 진이가 잠이 들어 있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소파에 기대서 자는게 불편해 보여서 방에 들여보내 재우려고 진이를 깨웠다.
비몽사몽인 진이를 침대에 눕히고 거실을 치우고 나도 잠자리에 들려고 보니 대각선으로 자고 있다.
"진아, 옆으로 좀 갈래"
"아..응, 일루와"
헉! 이 녀석이 옆으로 좀 비키더니 날 휙 끌어안는다. 졸지에 진이한테 안긴 형국이 되었다.
제자한테 그것도 여자애한테 안겨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난 뭐란 말인가?
팔을 풀러야 하는데...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그래 잠시만 이대로 있자.
그 잠시만이 화근이었다. 잠시는 한참이 지나서 아침이 되어 있었다. 눈을 떠보니 난 완벽하게 진이 품안에 갇혀 있었다.
팔과 다리가 내 몸을 감싸안고 있어서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얼굴은 숨결이 느껴질만큼 가까이에 있다. 고개라도 살짝 돌리면 바로 입술에 스치는 거리... 이 상황을 모면할 길이 없다. 잠이 깨 눈이라도 마주치면 아무래도 민망할거 같아서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진이가 내게 얹은 다리를 내리고 팔에 힘이 좀 빠지는게 느껴져 살짝 눈을 떠보니, 이게 웬일인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깨...깼니?"
"선생님 화장 지운 얼굴도 정말 이쁘네요"
왠 동문서답?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진이의 얼굴이 순간 흐려졌다가 아주 가까이에서 다시 보였다.
맙소사! 진이가 나에게 키스를 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부드럽고 강렬하게...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눈부시기를... 5 [완결]
#손재경의 충격적인 여름방학#
방학이라 할일도 없고 진이언닌 바쁘다고 연락도 없고해서 쇼핑이나 하려고 이모네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빨간색 파이어버드..... 진이 언니 차다. 역시 우린 운명인가보다.
전화를 했다. 아직 자는건지 바쁜건지 받지 않는다. 소리샘으로만 넘어간다.
쇼핑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베란다에서 진이 언니가 나오기만 기다린다. 점심 나절이 지나서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놓칠까봐 짜장면을 시켜서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먹고 기다려도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계속 전화를 했더니 바쁘다고 나중에 전화한다고 바로 끊어버린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도 여전히 안 보인다. 벌러덩 누워 있다 그만 잠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서 주차장을 확인하니 차가 사라졌다.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어쩌구 한다. 뿔따구 난다.
다음 날 낮에 이모와 쇼핑을 마치고 왔더니 진이언니 차가 또 서있다. 전화를 해보니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수상쩍다.
그렇게 이모네 집에서 삼일을 지킨 끝에 진이 언니의 뒷모습을 잡았다.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쫓아 내려갔는데... 이럴수가.....
어떤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진이 언니의 모습이 보인다.
슬리퍼를 벗어들고 간신히 쫓아갔는데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키스하는 원진의 모습이 스륵 비친다.
눈을 부비고 다시 봐도 진이 언니다. 그리고 그 옆의 여자는 우리 담탱이다.
믿을 수가 없어서 비상연락망의 주소를 알아내니 이 아파트가 담탱이가 사는 아파트가 맞다.
그리고 최원진은 소문대로 소원은 절대 들어주지 않는 사이비 바람돌이였다.
천하의 손재경이 차인거다... 사귄것도 아니니 채였다고 할 수도 없는건가?
난 방학내내 소개팅과 술에 쪄들었다.
제기랄... 둘이 얼마나 잘 사나 두고보자. 너보다 더 괜찮은 인간을 만나리라.
#설은수의 애인 만들기 대작전 여름방학#
이반빠에 진이가 꽤 미모의 여자를 동행한채로 나타났다. 분위기가 어째 사귀는거 같다.
최원진이 누군가와 진지하게 만난다니 놀랠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한달정도였다.
곧 진이는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빠에 나타났고 열심히 여자들을 갈아치워댔다. 어쩔 수 없는 녀석이다.
이제 나도 진이에게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애인을 만들어야 할거 같다.
그닥 내키진 않았지만 친구소개로 왕부치인 나지환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계속 만나보니 좀 못생기긴 했지만 마음씀이 여간 좋은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그사람은 나만 바라봐 준다.
지환과 데이트를 한지 한 이주쯤 되었을까? 진이가 집앞으로 날 찾아왔다.
그 여자에 대해 물으니 사귀는거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정말이지 언제가 되야 정착을 할까?
진이와 비교하면 할수록 지환에게 더욱더 마음이 간다.
3.
이제 시점을 바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최원진과 정수희는 그 키스를 계기로 교생과 제자의 관계에서 연인 분위기의 관계가 되었다.
그들의 관계가 연인으로 규정되지 않은건 수희는 원진을 힘겹게 받아들였지만 원진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진은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났고 수희는 그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개학을 할때 쯤 그들의 관계는 어정쩡하게 머무르고 있었다.
손재경은 둘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끊임없이 한 소개팅에서는 아무 것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개학 후 학교 합창부 연습에서 아주 이쁘장한 팸과 눈이 맞았다. 지금 재경은 후배와 알콩달콩 연애중이다.
설은수는 방학이 끝날무렵 지환과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
진이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외모에 왕부치라는 점이 탐탁치 않긴 했으나 자신만 봐주는 일편단심에 눈 딱 감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진이와의 4년여에 걸친 애매한 관계는 허무하게 끝났다.
원진은 그녀들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도 상관이 없다는 듯, 수희가 괴로움에 쪄들어도 나 몰라라 또 다른 누군가와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사고로 인해 원진은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게 누구인지를 깨닫게 된다.
다시 일인칭으로 시점을 돌린다.
정신 없다고? 미안하다. 그냥 읽어라. 곧 끝난다.
4.
빗길에 미끄러지며 필사적으로 핸들을 돌렸다. 다행히도 차 범퍼와 조수석 백미러만 나가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
이제 죽는다고 생각한 순간 한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게 누구인지 이제야 알거 같다. 서울에 도착한 그 길로 그녀를 찾아갔다.
"나 죽는다고 생각한 순간에 당신이 떠올랐어. 보고 싶었어"
"지난날 내 행동들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내 옆에 있어줄래?"
"최원진. 넌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난 널 받아들이는게 처음부터 쉽지가 않았어"
"널 보면 내가 눈부신 만큼 너도 그러길 바랬어. 그런데 넌 그렇지가 않은거 같아"
"그런게 아냐, 단정짓지마.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할께"
"진아, 우리 생각을 좀 해보자.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원하는지"
"... 그래. 알았어"
차를 돌려 수희의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피디에이의 알람이 울린다.
확인하니 오늘 저녁에 정윤이를 만나기로 되어 있다.
PM 09:00
정윤과 바에서 술 한잔
정윤이 좋아하는 안주 - 과일, 골뱅이
정윤이 좋아하는 타입 - 술 잘 마시고. 담배도 피고. 고정관념이 없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차갑지만, 차갑게 대해도 사랑받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에게만 한없이 따뜻하고.
딱히 특출나게 잘하는게 없더라도 꿀리는것도 없는 사람.
좌중을 압도할줄 아는 사람이면 더 금상첨화.
바보같은 짓도 잘하고, 때론 헉 할 정도로 똑부러져보이는 사람.
사람냄새 풍기는 인간적인 사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솔직한 사람. 솔직해서 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공략 가능성 - 이상형 자체가 모호함. 현재 생각하기 귀찮아서 파악불가능
* 현재 공략 가능성은 50% (100% 육감에 의존한 분석)
아직 수희와 고 스테디 하기로 한 건 아니니 만나도 상관이 없을 거 같다.
차를 홍대방향으로 돌린다. 길이 많이 막히지 않아야 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다.
첫댓글 버릇은 영 고쳐지질 않네요 ㅋㅋ
허허...수많은 영상들이 스치네여~~그누군가의 소실적 모습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