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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도 넘은 이야기지만 겨울의 기나긴 밤 보내는 참에 한 번 들어 보려우? 내가 고등학교 댕길 때 국어 교과서에 음악평론가 박용구 선생의 글이 실렸는데, 글의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주제는 아마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음악의 힘을 말하면서 선생은 6.25 전쟁 중 남으로 향해 가는 피난민 열차에서 겪은 이야기를 실어 놓았는데, 음악이 뭔지 클래식이 뭔지도 모르는 시골 무지랭이 출신인 내게도 선생의 그 글은 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으니...에궁! 기억해야 될 건 까맣게 잊고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건 여태꺼정 잊지 않고 있으니 나도 참 그닥 길지도 않을 앞날이 염려스럽구만 그랴.
나의 어쭙잖은 기억으로 선생의 글 가운데 위의 사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열찻간 속에 괴나리 봇짐 하나 달랑 맨 데다 굴비 엮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듯 어린 자식들 줄줄이 곁에 둔 아낙네 아직 채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가 하릴없이 배고프다 칭얼대니 더 이상 어찌 할 나위 없어 눈을 감는 순간 그 짧은 사품 어느 누가 포터블에 음반 하나 올려 놓았으니...순간 저잣거리보다 시끄러웠던 열찻간 속의 사위(四圍)가 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듯 조용해져 버렸다네. 그 음악은 첩첩산중 출신 무지랭이인 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바흐(Johann S. Bach)의「G 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string)」였다는구만.
이와 같은 박용구 선생의 글이 말하는 극적인(dramatic) 음악의 힘은 팀 로빈스(Tim Robbins)가 주연한 영화「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1995)에서도 감동적인 장면으로 나오지 아마? 종신형을 받은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장의 탈세를 도와준 공으로 신임을 받으면서 약간의 자유를 얻어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전축에 음반 한 장을 올리자 일순 교도소 내의 모든 범죄자들, 심지어는 관리인들조차 멍하니 공중에 매달린 스피커를 바라본다. 그 음악은 모짜르트(Wolfgang A. mozart)의『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였다지?
각설(却說)하고, 여기 영상에 올린 음악은 클래식이란 엿이나 바꿔 먹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골 무지랭이 출신인 내가 반 세기 넘게 열심히 사랑해 왔던 곡들인데, 그러고 봉게 고교 1학년 때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의 메인 테마를 흥얼거리던 P군이 문득 생각나는구만 그랴.
1) Waltz no. 2 from the Jazz Suite- Shostakovich
흐음! 영화 '전쟁과 평화' 중 '나타샤 왈츠'에서도 들었는디...
2) Spiegel im Spiegel- Arvo Pärt(Louder version)
영화 음악 중 가장 많이 삽입된 곡이 이 곡 '거울 속의 거울'이라더만...
3) No.1, Scène from from Swan Lake, Op.20a(정경)- Tchaikovsky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 중 맨 처음 나오는 곡이지 아마?
4) L'inverno II. Largo from four Seasons- Antonio Vivaldi
흐음! 가수 이현우의 노래 '헤어진 다음 날'의 배경음악이네 그랴.
5) La flle aux cheveux de lin(아마빛 머리칼의 소녀)- Claude Debussy
서곡집(Prelude Book) 제 1권에 나오는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곡이여.
6) Waltz No.15 Op.39- Brahm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선 고독마저 감미로웠다지?
7) III. Menuet from L`Arlésienne Suite No.2(미뉴에트) - Georges Bizet
이 음악을 듣고 프랑스의 아를르에 사는 여인들은 모두 미인들이라 믿었는데...
8) III. Mélodie from Souvenir d'un lieu cher, Op. 42- Tchaikovsky
'소중했던 곳의 추억'은 차이코프스키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었을 터.
9) Mov.1 Pezzo in forma di sonatina from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Tchaikovsky
'느리고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제 않게'? 뭐 어쩌란 말인지 모르긋구만.
10) Mov.2 Valse from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Tchaikovsky
C 장조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에 왈츠라니...이보다 가슴 저미는 음악 있을까?
11) 2. Menuetto from Serenade for strings Op. 22- Antonín Dvořák
여러 개의 왈츠, 그리고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주매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려니.
12) Divertimento in D Major Mov.1 Allegro K.136- Mozart
'희유곡(戱遊曲)'이라지만 이 곡은 거의 희롱 수준이라 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