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봄이 가까이 오지 않은 탓에 저녁 기운은 쌀쌀했다. 4월 4일 홍대거리도 그랬다. 4월 초임에도 여전히 저녁의 바람은 차가웠고 자연스레 몸을 움츠려야 했다. 밴드 공연 치고는 조금은 이른 6시, 롤링홀에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롤링홀에서 열렸던 스페셜 라이브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이었다. 오늘의 라인업 역시 주목할 만 했는데, 요즘 라이브클럽에서 자주 잘 볼 수 없는 팀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파스타'의 OST 를 맡았던 에브리싱글데이의 공연이 기대되었다. 오랜만에 클럽 무대에 선 밴드들을 <김기자의 인디 속 밴드 이야기>가 만나보았다.
애절한 음색으로 무대를 열다 - 모투(M.O.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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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투의 보컬 김형석. 연신 팬들의 안부를 묻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번째로 쌀쌀한 롤링홀의 공기를 깬 밴드는 바로 모투(M.O.T.U)였다. 모투는 김형석(보컬), 양유열(기타), 심문보(베이스), 양상열(드럼)으로 이루어진 4인조 남성 밴드다. 이들은 2006년에 밴드를 결성하였고, 인디씬에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활동으로는 올해 2월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작품집인 [Beyond The Second Wave]에 참여했다. '안녕이란 말대신', '거짓말' 등 모투의 대표곡들을 선보이며 쌀쌀하던 분위기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멤버간의 호흡이 잘 맞아 안정된 연주를 과시하였고, 대중적인 발라드 음색이면서도 조금은 거친 김형석의 보컬 톤도 주목할 수 있었다.
다시 신선한 봄바람 – 브리즈(The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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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활동을 시작한 브리즈.
다음으로 롤링홀을 채운 밴드는 브리즈(The Breeze)로, 2003년에 1집 앨범을 발매한 중견 밴드다. 브리즈는 조한철(드럼), 노주환(기타), 제영(베이스), 강불새(보컬)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로, 오래된 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2004년 2집 발매 이후 5년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러다 작년 10월 [Begin Anew]로 새로운 브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훤칠한 외모 뿐만 아니라 매력적이고 시원한 음색을 자랑하는 보컬 강불새와 울부짖는 듯한 솔로연주를 선보였던 노주환의 'Real Life'는 지금까지의 브리즈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한 것이었다. 이번 싱글 활동은 노주환과 강불새만 참여하였는데, 이번 싱글 앨범에서의 브리즈는 정통 락을 구사하는 듯 하다가 이내 대중적인 미디엄 템포까지도 커버한다. 앞으로의 브리즈의 활발한 공연소식을 기대해본다.
데뷔 11년차, 정겨운 밴드 – 에브리싱글데이(Every Singl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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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드라마의 ost 로 참여하면서 상승세를 탄 에브리싱글데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파스타'(Pasta)의 O.S.T 에 참여,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밴드인 에브리싱글데이. 에브리싱글데이는 문성남(보컬, 베이스), 정재우(기타, 프로그래밍), 유효준(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남성 밴드로, 오랜만에 공연장의 문을 두드렸다. 걸쭉한 문성남(보컬,베이스)의 부산 사투리는 관객들을 연신 웃음짓게 했다. 드라마 파스타에 삽입되었던 곡들인 ‘시간의 숲’, ‘Lucky Day’, ‘License to Smoke’ 등 이 연주되자 더욱더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에브리싱글데이는 1999년에 데뷔한 관록이 묻어나는 밴드로, 이날도 어김없이 척척맞는 호흡과 연주실력을 과시했다. 파스타의 OST 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에브리싱글데이보다 옥상달빛이 더 유명해지고 있다는 질투어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에브리싱글데이는 이번 4월 압구정예홀공연과 부산디자인센터 이벤트홀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팬들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줄 예정이다.
말이 필요 없는 실력파 밴드 - 브로큰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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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이자 베이스를 맡고 있는 성환과 언제나처럼 뜨거운 무대매너를 보여준 보컬 반.
브로큰발렌타인은 이미 작년에 아시안 비트 그랜드 파이널 대상을 받은 실력파 그룹으로,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진 메탈 락 밴드다. 멤버 모두의 무대매너와 쇼맨십, 연주 실력으로 인디씬에 팬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의 EP음반 [Calling You]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날도 브로큰발렌타인의 팬들이 어김없이 자리하여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관객수가 많지 않았지만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공연을 보여주었고, 멤버들 간 팀워크가 탁월했다. 이 날 공연중 가장 큰 호응을 받았고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한 브로큰 발렌타인이었다. 이번 EP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거의 들려주었고, 특히 패닉의 곡을 커버한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가 연주되자 브로큰 발렌타인을 모르던 관객들도 같이 따라 부르며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하였다.
기괴하고도 매력적인 ‘귀곡 메탈’ – 레이니썬(Rainy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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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넘치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레이니썬 보컬 정차식.
골수 마니아층이 많은 레이니썬, 이 날 공연에도 끝까지 남은 관객들은 거의 레이니썬의 마니아였던 듯 하다. 레이니썬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닌 인디씬의 중견밴드로, 이 날 찾아간 공연에서도 그 동안의 공연에서 많이 보았던 팬들이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레이니썬의 음악은 매우 독특하여, 팬들 사이에서는 ‘귀곡 메탈’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의 정서 어둠, 날카로운 우울함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레이니썬의 공연이 인기가 있는 것은 카리스마 있는 정차식의 느릿느릿하면서도 재미있는 공연멘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레이니썬의 곡들 중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North’를 비롯, ‘Beautiful Shine’이 연주되었으며 ‘Pig Cross’까지 연주되면서 이 날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인디씬에 대한 관심 꾸준히 이어질 듯
아무래도 대다수의 대학교들이 시험기간인 탓이라 예상했던 것 만큼 관객들이 많지 않았다. 한편 조금씩 인디씬을 찾는 관객들 중에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드는 이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영상을 녹화하고, DSLR 로 열심히 밴드들의 모습을 담는 팬들이 전보다 많아졌다. 안그래도 최근 인디 밴드와 인디 문화를 다루는 블로거들과 각종 SNS 서비스들이 늘었는데, 그와 같은 맥락인 듯 하다. 음악공연이라면 무조건 공연장으로 가야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렇게 가지 못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인디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향유 형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렇게 인디씬 전체에 다각적으로 쏠리는 관심이 많은 만큼 인디음악과 밴드가 발전할만한 가능성은 무한하지 않을까.
첫댓글 브로큰발랜타인 내서랍안에 바다 명곡이죠 ㅎ
글구 꺄아~~~~~~~~~~~~~~~~~~~~~~~ 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