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해열제를 사용하는 방법
많은 전문가는 건강한 아이가 39℃ 이하의 열이 난다면 열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열이 38℃가 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만큼 강심장인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할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해열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열제는 열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원인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한두 번의 해열제 사용으로 열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감염에 의해서 열이 나는 것은 우리 두뇌의 체온 조절 중추의 기준 온도가 평소의 36.5℃에서 38℃로 상향 조절되었기 때문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떠어집니다. 또한 외부 온도가 올라가서 생기는 고체온증의 상태가 아니라면, 열 자체 때문에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열이 나더라도(특히 38℃ 미만의 미열이라면) 아이가 잘 놀고, 평소처럼 먹고, 활동량도 양호하다면 심각한 상태가 아니므로 해열제를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38.3℃ 이상의 고열로, 열이 잘 내려가지 않고 아이가 보채거나 식욕이 없으면 일단
적정량의 해열제를 먹여서 체온을 낮추어주면 아이가 좀 더 편안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는 열이 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탈수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체온을 떨어뜨려야 아이의 컨디션이 돌아와 먹기도 하고 수분도 더 쉽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 대표적인 해열제, 타이레놀과 부르펜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해열제로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과 부르펜이 있습니다.
6개월 미만의 아이가 탈수 소견을 보일 때 타이레놀을 추천하지만, 이외의 경우에는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2개월 미만의
아이가 열이 날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고 난 뒤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복용량과 복용 간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혹 약 설명서에는 부모의 편의를 위해서 나이별로 용량을 써놓은 경우도 있으나 정확하게는 몸무게에 따라 투여량을 결정합니다.
타이레놀은 몸무게당 10~15㎎(시럽은 32㎎/㎖이므로 0.3~0.45㎖/㎏, 일반적으로는 0.4㎖/㎏)을 4~6시간 간격으로 투여하는데, 항문으로 삽입하는 제제는 흡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8시간 간격을 지켜야 합니다. 부루펜은 몸무게당 5~10㎎(시럽은 대개 20㎎/㎖이므로 1.25~0.5㎖/㎏,
일반적으로는 0.25㎖/㎏)을 8시간 간격으로 투여합니다.
아이들이 다행히 해열제를 잘 먹는다면 좋겠지만, 구토 증상이 있거나, 시럽맛을 싫어하거나,
강제로 먹이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면 부모로서 참 난감합니다. 이 때 해열제 좌약을
항문에 넣어봅니다.
타이레놀 성분인 써스펜 좌약(한미)은 몸무게가 10kg인 아이의 경우 1개(125㎎)를 8시간 간격
으로 하루 3회 미만, 부루펜 좌약(삼일)은 1개(50㎎)를 하루 2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항문으로 약을 넣은 다음 약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잘 막고 있어야 하고,
먹는 해열제와 같은 성분이므로 과량 복용하지 않도록 횟수를 조절해야 합니다.
▪ 해열제의 효과적이고 안전한 사용, 교차 투여와 과량 복용
해열제 복용 후 1~2시간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면 교차 투여도 가능합니다.
일부에서는 해열제의 교차 투여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논문과 의학서에는
고열이 날 때는 두 가지 해열제를 동시에 투여할 수도 있다고 써 있으므로, 투여량과 시간을
기록하면서 적절히 교차 투여한다면 열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 투여 3시간 후에 부루펜을 투여하고, 3시간 후에 다시 타이레놀을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같은 해열제를 계속 투여하면 과다 복용의 위험이
있습니다.
과량 복용의 가장 흔한 경우는 이미 해열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약과 해열제를 함께
먹는 것입니다. 다행히 각각 다른 해열제 성분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먹일 경우에는 과량 복용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처방한 해열제가 어떤 성분인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사의
진찰없이 아이에게 종합 감기약을 먹여서는 안 되지만 너무 급해서 먹였다면 성분표에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부루펜 성분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조급해서 바로 해열제를 먹이는데 이런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레놀은 매 6시간 하루 5회 미만으로,
부루펜은 매 8시간 하루 4회 미만으로 주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좌약을 넣고 같은 성분의 약을 또 먹이는 실수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실수는 소아과
전문의의 지시를 따라 약을 제대로 먹이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저자 : 연세대 의대 졸, 現 일동맘 소아과 상담위원,
現 연세한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서정원
- 자료 : "앙앙 엄마! 아파요 SOS" (2011, 국일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