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인과 해체주의의 연결고리 찾기 이동훈(이)_ 현대는 크로스오버의 시대다. 서태지의 노래 ‘하여가’는 국악과 랩을 오버랩시켰고 밥과 햄버거가 만나 라이스버거가 나왔다. 퓨전 재즈를 시발점으로 음악에서 시작된 크로스오버의 개념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이젠 이 시대를,
그리고 헤어디자인까지 규정짓는 개념어가 되었다.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차를 통해 새로운 융합을 이루어내는 이 같은 자유로움은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한 사고체계를 이 사회가 벗어 던졌다는 것을 뜻한다.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것은 기존의 정답이라고 인정되어 왔던 것에 대한 해체가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둘, 셋일 수도 있다. 아니 없을 수도 있다. 해체주의 시각은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따라서 현대는 헤어디자인 표현에서도 하나의 구조물로 파악하고 분석적 ·비판적·해체적 방법으로 이슈를 취급하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경향은 여러 요소들을 대폭 수용하여 헤어스타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해체와 제 3의 요소들을 수용한 표현 기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강성민(강)_ 그렇다. 탈중심적인 사고방식은 해체주의에 또 다른 특성을 부여한다. 즉 주변적이거나 사소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헤어디자인에 있어서는 구성주의, 다다이즘 등 기능주의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모던운동들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조건 해체의 의미라고 단정짓기보다는 그 원점은 반드시 틀 안에 있다고 본다. 건축물을 설계해도 그 큰 토대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_ 일리 있는 말이다. 모든 헤어스타일이나 테크닉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패션 오브제가 등장한 시기나 헤어디자인에서 발레아쥬컬러가 등장한 시기나 모두 그 시대상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근본은 하나이되, 시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하듯 그 실정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다. 서양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그리고 70년대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듯 지금도 현 문화에 맞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건축물이든, 패션이든, 헤어디자인이든 정통성을 중시하면서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되는 현상이 해체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강_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여러 가지 디테일을 마구 뒤섞어 놓은 듯 융합시킨다. 따라서 그 완성된 결과물이 시사하는 메시지는 아주 강력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울린다. 물론 그 스타일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한다. 그러나 표현 방식에서는 신선한 반응은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헤어디자이너들도 항상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크 제이콥스의 복잡한 디자인을 볼 때 해체주의란 기본 틀은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_ 충분히 피부로 와 닿는 말이다. 패션디자이너들이 패치워크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형태라는 것을 만드는 헤어디자이너도 크로스오버를 통해 얼마든지 자신만의 독특한 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복잡한 혼란스러움이 구조적으로 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접근 방식에서 풀어볼 수 있는 헤어디자인의 해체주의 이_ 모티브를 제시받는 순간 내 뇌리를 스쳐 간 것은 전통 속에 잠재해 있던 원천적 성질을 밖으로 표출시켜 과장해서 보여주는 것, 즉 전통을 재해석해 보는 것도 해체라고 생각했다.
강_ 나는 그와는 달리 해체주의를 구성성에 중점을 두고 발상해보았다. 해체는 어떤 일정한 형태로 환언될 수 없고 단지 재사고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 구성을 위한 장식은 표면적인 덧붙이기식이 아닌 비대칭, 디스커넥션 등의 실루엣과 투톤, 쓰리톤 등의 멀티컬러와 같은 ‘디테일’을 차용해 그 자체가 하나의 미학, 형상으로 표출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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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 물론 형태적인, 구성적인 면에서는 그와 같은 이미지를 충분히 캐치할 수 있다. 해체라는 의미가 여러 가지 구조적으로 변화된 요소들을 분해했다가 다시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해체의 중심은 앞에서 언급했듯 원천이며 그 표현 방식이 정통성의 재해석이다. 이를 위해 포커스를 맞춘 매개체가 집시다. 집시는 참으로 모순된 집단이었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고수하고 타민족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주입시키고 그것을 정통성으로 세우면서 주변의 문화를 고립시킨다. 음악도 제 3세계 음악이 있다.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조하다보니 타협하지 않는다. 집시가 그렇다.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면서 다른 문화를 해체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이처럼 문화의 관점에서 차이가 오듯 형태와 테크닉도 우리가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쳇바퀴처럼 돌고 돌아 과거의 것들이 다시 돌아오고 그것을 재구성함으로써 현실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변형되고 해체되면서 다른 문화와의 접속성을 갖고 돌아오는 것이다. 나는 해체의 의미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모티브를 통한 1차 발상에서 집시라는 요소를 부여했다. 그들이 가진 고립된 정통성과 계속해서 변화된 히피풍의 패션과 이미지, 그를 바탕으로 시대에 따라 고유 영역에서 탈출을 시도한 집시를 재현해보고 싶었다. 자유에의 갈망이 해체의 시작이 아닌가.
강_ 매우 철학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본 모티브의 의도는 아이파크나 SK타워가 정형화된 사회 구조에서 미래지향적인, 혹은 비정형성을 제시하는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채로운 디테일을 차용했다. 결국 발현된 디자인 구성 요소는 선, 면, 원형과 직선, 곡선 등이다. 선들이 파괴되었다 다시 뭉쳐쳤을 때 그 선들의 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조화를 이루게끔 하고 싶은 것이 내 해체의 원리다.
이_ 표면적으론 느껴지는 2차적인 이미지는 복잡, 다양성을 가진 성향과 그레이하면서 매트한 컬러 감각이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아이파크의 경우 레드브라운과 하이라이트를 베이스로 부분적으로 발레아쥬했다. 또한 SK T 타워의 경우 전반적으로 그레이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애쉬 계열의 잿빛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 베이스컬러를 바탕으로 해체주의의 특징인 구조가 해체되어 분열, 일탈, 비틀림 등을 거쳐 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조합되어 나타난다는 점을 표출하기 위해 헤어피스와의 조합을 활용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다소 혼란스럽고 미완성되어 보이고 어디까지가 외부이고 어디까지가 내부인지에 관한 명확한 선이 없다. 즉 무형태, 무공식, 무질서 등으로 기존의 진부한 스타일에 있어서 단정한 표현을 거부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 숨은 커트와 컬러가 피스와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일반적인 디테일은 아니지만 색다르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_ SK 타워는 15도 각도로 숙여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기본 골격 구조에서 창틀은 서로 어긋나있다. 따라서 나는 면을 서로 어긋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고 아래와 위의 라인을 분리할 수 있는 섹션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밝은 하이라이트로 처리한 후 질감 조절함으로써 선을 이미화할 수 있었다. 한편 아이파크는 건물 내부를 연결시키는 통로에서 기본 사각형 안의 틀을 깨기 위해 큰 원을 차용했으며 무수한 선들이 서로 교차되어 있다. 이를 보고 연속성과 가속성이 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머쉬룸의 단순한 폼을 토대로 이에 대한 상대적인 원리를 나타낼 수 있는 선의 표현을 위해 프론트쪽으로 디테일을 첨가했고 앞과 뒤의 섹션을 달리 표현했다. 포인트컬러는 강렬한 레드로 처리, 베이스는 다크한 계열로 처리했다. 결국 이번 작업에서 발견한 내 디자인 감성은 모티브인 건축물 건립 자체의 의미와 해석, 설계 방법에 대한 조사를 통한 개개의 구조 분석의 중요성, 바로 해체 그 자체였다. |
좌담을 마치며_ 데리다의 말이 헤어디자인으로 해체주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긍정적인 의미를 시시한다. 그는 ‘해체‘의 뜻을 ‘더불어 있음’으로 확장해서 이해하도록 권고했다. 다시 말해서, 해체는 단순히 떼어내거나 또는 파괴하는 행위만 외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유지하는 힘 즉, 어떤 것들을 더불어 있게 하는 긍정적인 행위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참다운 창조, 가능성있는 헤어디자인은 해체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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