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요즘 핵폐기물 처리시설 문제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 벌금리.(당시에는 전남 영광군)
난 지난 58년 1월6일(음력) 오시에 태어나 그 해에 인근 전북 부안군 줄포항으로 주거지를 변경했다. 결론적으로 난 섬에서 태어나기만 했지 정통 섬 사람은 아니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이후 난 줄포초등학교에 입학, 3학년 겨울방학 때 전주 모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그리고 다시 전주 모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의 모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졸업했다.
이때까지는 내가 인생을 영위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전북소재 모 대학에 다닐때부터 난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놈으로 전락,현재까지 그 이력으로 살고 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매우 난감해진다. 난 항시 대답을 이렇게 한다. 전라도.
전라도 어디여? 부안. 부안 어디여? 줄포, 아니 위도. 이때부터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야 이사람아! 고향이 줄포면 줄포고, 위도면 위도지. 줄포 아니면 위도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두 군데에서 동시에 태어났나.
고향이 바뀌는 사연은 군대로부터 시작된다. 난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쳤는데 훈련받을 때의 일이다.
훈련소 교관이 다름아닌 전주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교관이 나에게 물었다. 귀관은 고향이 어디야? "녜 전주입니다" 당연히 그 교관은 나에게 전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초등학교 절반과 중학교를 전주에서 다닌 녀석인데 전주를 내가 모를리 없지, 상세하게 답변했더니 그날부터 난 특별취급(?)을 받았다. 동기들보다 밥도 많이 먹었고 훈련에도 자주 빠질 수 있고(아프지도 않은데 의무실근무) 아무튼 모든것이 순조로웠다.
자대에 가서도 필요에 따라 내 출신지역은 바뀌었다. 전남 고참이 물으면 당당하게 "녜 전남 영광입니다"(실제로 내가 위도에서 태어날때는 행정구역이 전남 영광군이었다)
전주고참이 물으면 당연히 "녜 전주입니다" 서울고참이 물으면 "녜 서울에서 생활하다 군에 왔습니다"
줄포선배와 있을때는 줄포가 어쩌구 저쩌구 하며 고향을 바꾸었고 위도출신과 같이 있으면 위도출신 등 상황에 따라 나의 고향은 바뀌었다.
제대후에도 고향에 대한 사연은 지속된다. 대학에 복학했을때의 일이다. 학생회장에 출마해 한창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있는데 전남 향우회에서 나를 도와 주겠단다.
또 서울지역 연합회에서도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고 전주, 부안지역 향우회에서도 나를 지원했다. 난 그덕에 무난히 당선됐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내 고향은 바뀌었고 그때마다 난 남보다 쉽게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난 항시 외로웠다. 왜냐면 줄포 향우회에서는 토종이 아니다는 이유로, 위도 향우회에서는 줄포놈이라는 이유로, 전주에서는 부안놈이라는 이유로 서울에서는 전라도놈이라고, 어디 한군데 발 붙일 곳이 없었다.
사람들 또한 나를 필요로 할 때에는 자기 선.후배라며 접근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자기 고향출신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현재 상황 또한 똑 같다. 전주에서 돈은 벌어먹으면서 잠은 군산에서 잔다. 군산지역 사람들이 나보고 전주놈이라고 하고 전주사람들은 군산놈이라고 한다.
그럼 난 무었일까. 개띠 친구들한테 한번 물어보자.(개띠는 바뀌지 않겠지)
동창회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난 7살에 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57년 닭띠들이 나보고 1살 어리다고 깔보곤 한다. 1년후배들은 같은 동갑내기다며 선배대우를 소홀히 한다.
어느날 언론사에 근무하는 친구녀석이 연합뉴스 기자들보고 "신문기자도 아니고 TV기자도 아닌것이 기자라고 한다"고 비아냥 되길래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와 연합뉴스 기자는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다"고.
*추신
지금 부안은 계엄 상황입니다. 시위하는 군민이 1천여명인데 경찰은 무려 8만명이 투입됐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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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아닌것이 풀도 아닌것이
청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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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2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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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게말야 어떻게 되려는지 참 걱정이네
어디서나 강인한 자생력으로 버티는게 수야! 나 좀봐 개집에 들어와서 잘 놀잖어.
'아개' 너 나한테 반발했어. 또 반발하면 개집에 묶어놓고 밥 안준다.(농담이고) 꽃뱀이 개떼들하고 잘 노니까 좋네. 그리고 달팽이. 자네가 술마시고 술 주정한 뒤로 위도근해에 고기가 사라졌어. 책임지소
여기서 존댓말하면 벌금이자너~~.
청룡~ 개 묶어놓고 밥 안주면 개 주거. 개 풀어놓고 밥 안줘도 개 주거. 개가 어디가서 노가다를 뛸거야 아니면 누가 알바로 받아줄거야. 개에게는 꼭 밥을 줘야혀. 개는 어디가서 구걸도 못해. 구걸하다 잡혀 먹혀. 그러니 청룡~ 개에게 가장 심한 말이 밥 안주겠다는 말이야. 곧 죽으라는 얘기지. 명심혀. 잘 알면서
애기아빠- 명심할께. 사료 사다 놓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