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현각스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카페 게시글
교계소식 스크랩 경허 스님의 개고기 시비
善正花 추천 0 조회 52 08.05.14 08:3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경허(鏡虛) 스님이 출가 직후에 선지식을 찾아다니다가 한암(漢巖)스님이

대법회를 한다는 장소로 갔다. 법회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유리창이

깨어지는 등 앉을 곳이 없고 매우 소란스러웠다.

스님은 근기가 낮은 사람들은 가게 할 생각으로 한마디 했다.

"오늘이 복날이라 오늘 뉘 집에서 개장국을 잘 끓이는가 복다림을

해야겠는데.'

이 말을 들은 다수 대중은 거의 나가 버렸다.

경허 하나만 남으니까 한암 스님이 의아해 물었다.

"왜 너는 안가니?"

'나는 개고기 시비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고 스님의 설법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경허의 거침없는 말에 한암 스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어디 사람이 적어서 설교를 하겠느냐?'

이 말을 들은 경허 스님은 밖으로 나가더니 무밭에 가서 이백개 무를

뽑아다가 방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했다.

"스님 대중들을 많이 데려왔습니다."

경허의 행동에 한암 스님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어디 그것이 무지 대중들이냐?"

그러나 경허 스님은 더욱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까 개고기 시비를 하고 간 사람들이야말로 무나 다름이없으니 어서

설법하여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한암 스님은 경허가 후에 크게 될 인물임을 짐작하고

전력을 기울여 다음과 같이 설법을 하였다.

"불즉시심(佛卽是心)이요 심즉시불 (心卽是佛)이란 말이 있다.

마음이 맑으면 불심이 나타나고, 강물이 맑으면 달이 비치듯이

거울이 맑아야 자기 얼굴이 비친다. 얼굴은 사람의 마음이 나타나는

거울로 자기 마음이 성이 난 상태에서 타인을 보면 상대의 얼굴에

성이 난 사람으로 보여 언사가 거칠어지기 쉽다.

자기 얼굴에 숯검정이 묻은 사람이 자신의 환형을 보고 너는 왜 얼굴의

검정을 씻지 못하느냐 아무리 꾸짖어도 자기 얼굴을 씻지 않으면

안 되듯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워지면 자기 마음을 자기가 미워하지

않나 살펴보아야 한다.

사 (死)는 밤이요 생(生)은 낮이다. 그래서 생사가 둘이 아니다.

사는 열반이란 말로 무불생사를 나타냄이요, 빗방울 하나 하나가 바다로

가면 큰 바다를 이루기에 극락세계에 모인 성중을 대해중보살마하살

이라 한다. 이와 같이 인간 세계는 좁은 세계며 우물이나 같다."

경허 하나를 놓고 설법한 한암 스님은 성심을 다하여 경허의 마음을

곧추세워 붙들었다.

경허는 아홉 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절에 맡겨진 아이였다.

경허는 스물셋에 동학사 강사가 되고 밤낮으로 정진에 힘썼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가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여보게, 게으른 사람은 죽어서 소가 된다지?"

"이 사람아, 걱정 말게, 나는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이 없는 소가 될 걸세."

경허는 이 한마디에 새 하늘과 새 땅을 열었다. '콧구멍이 없는 소' 란

고삐에 매이지 않는 소, 즉 대 자유인인 것이다. 바로 경허가 그렇게

된 것이다.

얼마 후 경허 스님은 한겨울을 맞아 추위를 견디가 못해 경전을 찢어

문구멍을 바르고 벽틈새를 도배했다.

이 광경을 보고 제자들이 당황하여 물었다.

"스님, 어떻게 경전을 찢어 도배를 하십니까?"

제자들의 물음에 경허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부처가 얼어 죽으면 경전이 무슨 소용인감."

경전은 길을 가리키는 방편이다. 부처인 사람이 얼어 죽으면 경전도

필요 없다는 말이다.

어느 날 경허 스님과 만공이 단청    불사를 위해 시주를 나갔다가

주막집에 들르게 되었다.

만공은 곧 시주를 위해 마을로 들어갔고 그사이 경허 스님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만공이 돌아오자 경허 스님이 말했다.

"자네도 한 잔 들게나."

"단청 불사에 쓸 돈으로 술을 드시면 어떻게 합니까?"

만공이 기가 차다는 듯 따지는 투로 묻자 경허 스님이 키득거리며

만공에게 되물었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떤가?"

"불그락푸르락 합니다"

경허 스님이 그 말을 듣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 보다 잘 된 단청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고?"

경허 스님의 말에 만공이 맞장구를 쳤다

"예, 단청 불사 치고는 최고 걸작입니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길을 걸어 갔다. 한 시대의 거승 경허는

이렇게 걸리는 데가 없었다.

 

                              - 한생각 열어주는 108가지 중에서 -

 
다음검색
댓글
  • 08.05.15 19:44

    첫댓글 _()()()_

  • 08.05.15 20:17

    이 중생 게으름에 참회합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