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미션>
1. 엔니오 모리코니의 사망 특집으로 마련된 ‘엔니오’의 대표적인 영화음악이 담긴 <미션>을 명필림에서 상영하였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는 있지만 이번 기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영혼구원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인간이 인간에게 충실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우리는 다른 선택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목표로 향하는 두 사람의 숭고한 행위를 목격할 수 있다.
2. 이 영화 속에서 주목할 내용은 3가지 주제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선교’의 진정성이다. 남아메리카의 오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서양인들의 침입을 극도로 경계하며 포교하는 선교사를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또 다른 신부 가브리엘이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폭포를 오르고 험한 길을 걸어 부족들의 마을에 도착한다. 그들과의 첫 번째 만남이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긴장과 적의를 띠고 접근하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신부는 오보에를 분다. 평화롭고 따뜻한 음악은 원주민들의 마음을 녹였고 그들과의 교류를 완성하게 하는 시작을 만들어낸다. ‘음악’이 가진 위대한 힘과 순수한 마음의 진정성이 합해지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3. 두 번째 주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제국주의적 식민정책과 예수회를 비롯한 선교회 신부들과의 관계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남유럽의 두 국가가 잔혹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살육했으며 그들을 파괴시켰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때 교회의 신부들도 이들 국가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신부들은 국가의 식민지 정책과 충돌한다. 예수회 신부들이 원주민과 협력하여 만든 선교회 예배당이 있는 지역을 두 나라의 협약을 통해 빼앗고 원주민들을 추방하려 한다. 선교회를 포기하라는 추기경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수회 신부들은 저항하는 원주민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 엄청난 힘에 차이에도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어가는 신부들의 모습은 그들의 선교(미션)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을, 원주민과의 동질감에서 만들어진 숭고한 행위였음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신부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 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인간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며, 참다운 사랑을 실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국주의적 집단은 상대의 대응방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다만 적대되는 세력을 파괴할 뿐이다. 제국주의적 이익과 영토 확장을 ‘불가피한 일’이라고 규정짓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는 일을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예수회 신부들은 신의 사랑과 국가의 이익을 구분짓고, 원주민과의 사랑과 연대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숭고한 죽음을 맞는다.
4. 세 번째 주제는 국가에 대한 저항을 다른 방식을 통해 표현하는 개별적 선택의 문제이다.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 분)는 교회와 국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결코 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용병 출신이었던 다른 신부(로버트 드니로 분)는 다른 신부들과 뜻을 같이 하여 군대의 공격에 맞서 싸울 것을 결정한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지만 이들은 그들의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원주민들의 용기를 지지하고 같이 행동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저항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두 사람은 저항할 것을 결정하지만, 저항의 방식은 동일하지는 않다. 한 사람은 무장으로, 다른 한 사람은 비폭력으로 적을 상대하는 것이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을 존중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든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어떤 선택이든 죽을 수밖에 없는 행위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패배할 수 있음에도 파괴되지 않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것이다. 그들의 희생의 의미는 영화 마지막 추기경의 다음과 같은 독백을 통해 표현된다. “남은 것은 우리고 죽은 것은 그들이지만,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그들이다.”
5. 서양의 신부와 선교사들의 선교 행위는 지금도 엄청난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지만, 그들 의 행동은 분명 욕망과 이익으로 가득찬 군인이나 상인과는 다른 ‘영혼’과 ‘인간’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숭고한 방식이 있었다. 그것은 선교의 중심이 ‘사랑’의 전파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의 핵심적인 가치와 초기 그리스도교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을 파괴하는 선교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이다. <미션> 속 예수회 신부들은 선교의 본질을 알았고, 선교의 책임을 기꺼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영화는 그러한 신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결코 과장되지도 결코 위대하게도 표현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을 종교적·인간적 신념의 충실한 실천자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영화 속 인물들과 마음을 같이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도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결코 빛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 Gabriel`s Oboe : 천상의 소리같은 선율이 아직도 귓전을 타고 흐른다.
-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보고 또 보고, 듣고 또듣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느끼고 또 느끼고......
- 삶과 죽음, 순수와 타락, 진실과 거짓, 권위와 순종, 사랑과 폭력.......
- 삶다운 삶을... 아름다운 삶을... 인간다운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