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漢拏山,1950m)은 금강산(金剛山), 지리산(智異山)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한라산(漢拏山)은 능히 은하수를 잡아당길(雲漢可拏引也)만큼 높은 산이란 뜻으로 남한 최고봉을 자랑한다.
시인들은 '어느 기구한 여인이 쌓아올린 젖무덤인가, 선인들 피와 살이 쌓아올린 피안의 신전인가'라고 노래하였다
숙소인 코아호텔은 새벽부터 한라산 등반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우리는 새벽 6시에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썰렁한 도시락 한 개씩 배낭에 쑤셔넣고 어둠을 헤치고 성판악으로 향하였다
성판악휴게소(07:05)
성판악휴게소에는 이미 등반객들을 싣고 온 수많은 버스와 승용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가루눈들이 심상치 않은 날씨를 예고하고 있어서 완전무장을 한 후에 출발하였다
휴식(08:28)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하고 밋밋한 등산로엔 사람들로 넘쳐나서 한시도 이탈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정도의 산행 끝에 휴식을 취하면서 곶감호두말이와 쵸코렛과 사탕과 물로 원기를 보충하였다
아, 한라산이여..! (09:16)
단조롭고 지루한 등산로와 기나긴 구상나무 숲길을 벗어나니 아득히 먼 곳에서 한라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파란 하늘 사이로 은빛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불쑥 솟아오른 한라산의 위용은 남성적인 위압감마저 들게 하였다
진달래밭대피소(09:57)
수많은 설화(雪花)의 터널을 지나고, 제주 시내를 가득 덮은 운해(雲海)의 영접을 받으며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벌써 도착한 많은 산행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이들의 절반 가량은 이곳에서 되돌아 내려갔다
구름의 바다(10:08)
구름 한 점, 바람 한 줄기 없는 기막힌 날씨는 온 섬을 가득 덮은 환상적인 운해를 보게 해 주었다
마치 천국에 오른 듯한 환타스틱한 구름의 바다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값싼 카메라가 매우 아쉽다
해발 1,900m고지(11:29)
정상을 향해 오르는 계단 사이에 박혀있는 1,900m 고지 표지석은 '이제 다 왔구나'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체력이 달려 고통을 호소하는 구네군다가 애처로왔으나 안베드로의 도움을 받아 오르고 있는 모습이 장해 보였다
백록담(11:33)
드디어 우리 일행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꿈에 그리던 백록담 앞에 섰다
정지용 시인은 백록담을 '귀신도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고 표현했지만
오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흰 눈을 뒤집어 쓴 백록담은 한없이 포근하였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속에선 봄내음이 물씬 전해왔다
한라산은 다른 산들과 달리 최고봉의 이름이 없다.
고문헌에 혈망봉(穴望峰)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참 괜찮아 보인다
점심식사(12:08)
한라산의 웅장한 북벽이 올려다 보이는 안부에서 눈을 깔고 앉아 점심 식사를 하였다
등산객들로부터 음식을 얻어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까마귀들이 오락가락하며 소란을 피웠다
다행히 날씨가 포근하여서 어설픈 도시락이었지만 별 무리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구린굴(14:52)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굴이다. 굴의 총 연장 길이는 442m이며 옛날에 선인들은 이곳을 천연 얼음창고로
이용했다고 한다. 주변에는 선인들의 집터와 숯가마터가 보존되고 있었다
관음사 주차장(15:16)
성판악에서 시작한 산행은 8시간 만에 관음사 주차장에서 마무리 되었다
남한 최고봉을 오른 자부심을 가득 안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는 우리들 머리 위에서 까마귀들의 노래가 들려왔다
제주 여객선 터미널(16:10)
제주 여객선 터미널에서 씨월드 고속훼리호에 승선하여 306호실에 몸을 풀었다
제주항 횟집에서 떠온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로 제주 삼다수로 빚은 소주 열 병을 마시며 지친 심신을 달래었다
선상의 일몰(18:22)
선상에서 맞는 특별한 일몰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내일도 어김없이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를 거고, 우린 한라산의 정기를 힘으로 하여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목포항(21:57)
30여분 연착한 끝에 목포항에 도착하였다. 하선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통로를 비집고 나오니 라파엘 형님의 미소가
보였다. 목포에서 가장 유명한 해태식당에서 갈치탕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전주를 향하였다
첫댓글 백록담에는 괴물이 살고 있는데 사람마음만 잡아 먹고 산답니다. 이날 이 괴물은 배가 너무 불러 쉬고 있었습니다.얼음장 밑에서 ㅎㅎㅎ
눈보라가 치고 칼바람이 불어야 한라산의 진짜 맛을 볼수 있었을텐데...넘 따뜻해서 불만이었음...배때기 따뜻한 소리하고 있군
허걱....대장님 클날뻔 했스요..... 울 서방님 맘 뺐어 먹었음 어쩔뻔~~~ 휴~~~~ 송천동 성당의 멋진 형제님들 화이티~~~~~잉!
서방님의 맘 반절은 이미 뺏겨버렸다우...그래도 반절이나마 챙겨온 걸 다행으로 알아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