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역 답사(1)
1. ‘역인문학’과 ‘단기거주’를 위한 정보 탐색을 위해 ‘천안’으로 갔다. 천안은 한국의 역 중에서도 여러 방향의 노선이 운행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한국철도에서 발행한 전국의 철도 운행노선을 보면 철도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역을 몇 군데 발견할 수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살펴보면 충북의 ‘제천’역에서는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 등 경상도 지역과 충청도 지역 그리고 강원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음이 ‘천안’역으로 여기에서는 경부선, 전라선, 호남선, 장항선 등 한반도 서쪽 및 중앙지역을 포괄하는 열차들이 운행한다. 다음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을 이동하는 ‘대전’역이 있고, 경상도 내륙과 남부지역으로 향할 수 있는 ‘영주’역이 있으며, 전라선과 호남선 그리고 장항선의 분기점인 ‘익산’역이 있다. 이런 역들에서는 기분에 따라 다양한 지역으로 열차 여행의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2. 단기거주의 일차 후보지는 ‘제천’과 ‘봉양’역이었다. 2023년부터 계획하고 있는 ‘단기거주’를 위한 조건은 첫째, 다양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역이 있으며, 둘째, 주차 및 인터넷 시설을 갖춘 곳이며, 셋째, 주변에 도서관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가격에 6개월 정도의 월세가 가능한 장소였다. ‘봉양’역은 조용하고 주차 시설이 있으며 바로 옆에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조건이었지만 월세가 가능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천안’이다. 우연하게 들린 ‘부동산’에는 단기 월세가 가능한 오피스텔 건물을 발견했다. 상업적인 가게를 임대하여 운영하려 한 ‘역인문학’이 자금 사정으로 조금 멈칫한 지금, 우선은 ‘단기거주’를 통해 전국의 역들에 대한 인문-자연지리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천안’을 2023년 ‘단기거주’의 일차 대상으로 선정한다.
3. 천안을 내려간 김에 장항선 역답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역답사는 본격적인 답사를 하기 전에 일종의 ‘통독’을 한다는 기분으로 역 주변의 분위기와 건물 및 편의시설과 자연환경을 둘러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1월 셋째 주 역답사는 두 번에 걸쳐 글로 정리한다. 먼저 이번 글에서는 상업적인 시설이 많고 지역의 중심이 되는 역들과 반대로 역만 외롭게 건설되어 주변 지역과는 상대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역을 소개하고,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거주하고 싶은 조건을 찾았고 나름 의미가 있는 몇 군데 역을 정리한다.
4. <천안역>, <성환역>, <예산역>, <대천역>은 그 지역의 중심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천안역’은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의 낭만이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유일하게 사귀고 싶었던 후배의 고향이며, 망각을 위한 여행을 포기하고 찾아가 그녀와 사진을 남긴 곳이 바로 ‘천안역’ 앞 광장이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술에 취해 찾아갔을 정도로 이곳은 서울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한 장소였다. 지금 천안역 앞은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40년의 시간 속에서 혼잡해지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성환역’은 전형적인 지방 소도시의 분위기이지만 나름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예산역’은 정돈된 느낌의 공간이었다. 역 앞에는 큰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있었고 많은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부동산 가게 앞에 붙어있는 주택 시세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대천역’은 보령의 중심 지역으로 이동해 갈 수 있다. 보령시에는 ‘보령’역이 없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대천’이라는 지명이 훨씬 정감이 가고 익숙해있기 때문이다. 대천역의 특징은 역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카페(맥도날드, 스타벅스, 대형커피숍)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5. 역은 본래 그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역들은 중심과는 격리된 채 홀로 서있는 역들이 많다. 자가용이 없으면 이용하기 불편할 정도로 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장항선에도 그런 역들이 있다. <판교역>, <삽교역>이다. ‘판교역’은 경기도 판교와는 달리 조용하고 외롭게 떠있는 섬과 같은 역이다. 오래전부터 운행되던 역이었지만 지금은 주차되어 있는 차만 보인다. <삽교역>은 삽교천 주변의 예천공단과 가까운 장소에 있다. 주로 공단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역 주변에는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용도는 높은 편인 듯싶었다. 하지만 이 역도 사람들의 거주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공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새로 단장된 역이었다. 이런 조용한 역들을 찾는 것도 나름 묘미가 있다. 과거와 같은 간이역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역이 주는 미묘한 특징 때문에 차분하게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역’은 멈춰있지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머물 수 있는 여유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조용한 역에서 다시금 확인한다.
첫댓글 - 머물 수 있는 여유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