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난 i40의 다양한 매력을 살펴봤습니다
2011년 첫 국산 왜건으로 등장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i40가 상품성을 높여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왜건 고유의 개성과 장점을 5일 동안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1일차, 보는 사람마다 묻는다 “이 차 뭐예요?”
흔히 볼 수 없다는 것도 어찌 보면 i40의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i40 왜건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왜건과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SUV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한 몫 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시승 중 “이 차 이름이 뭐요?”하고 묻는 어르신들의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직 모델의 인지도가 다소 낮은 편이라는 증거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그만큼 독특한 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날 법도 합니다.
루프 라인을 뒤로 늘리고 과감한 캐릭터 라인으로 볼륨감을 더한 i40는 늘씬한 실루엣을 그려냅니다
SUV의 인기로 왜건의 장점이 예전만큼 부각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형 SUV 이상의 적재 공간을 가지면서도 차체가 낮은 세단의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왜건만의 장점입니다. SUV의 큰 덩치나 높은 무게중심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왜건의 주행안정감은 그 자체로 매력이죠.
낮은 차체에 넉넉한 적재용량을 갖춘 것은 왜건만이 가지는 뚜렷한 장점입니다
낮은 차체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리기에 편하다는 것도 SUV에서 누릴 수 없는 장점입니다. 2018년형 i40의 전동식 스마트 트렁크는 실내외 버튼은 물론 스마트키를 누르는 것만으로 게이트를 열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다면 트렁크 앞에 3초 간 서있기만 해도 저절로 게이트가 열리는 기능도 있습니다. 다소 기울어진 D필러가 공간을 살짝 손해보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i40의 기본 적재 용량은 553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719L까지 늘어납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SUV 모델과 비교해도 더욱 큰 공간이라 경쟁력이 상당합니다.
2일차, 장비병 걸린 캠퍼를 만족시키다
캠핑을 떠나보면 i40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 들어가네”
수입 중형 SUV 오너인 직장 선배 C는 주말이면 캠핑을 떠나곤 하는 골수 캠핑 마니아입니다. 그에게 캠핑을 같이 떠나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i40의 넓은 짐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시 캠핑이 제격이니까요.
짐이 정말 끝없이 채워집니다
i40의 트렁크는 활용도를 높이는 다양한 장치와 숨겨진 수납 공간으로 적재성을 높였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트렁크의 크기도 좋지만 쓰임새가 꽤 좋아. 짐칸 활용도를 높이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잖아. 내 차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처럼 2018년형 i40는 트렁크에 소소한 편의를 더했습니다. 바닥을 열면 유용한 수납공간이 숨어있고, 러기지 레일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량의 수화물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할 수도 있어 상당히 유용합니다.
i40가 캠퍼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 유일한 국산 왜건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깐깐한 캠퍼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건 i40가 그만큼 잘 만든 차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낮고 늘씬한 차체는 마치 텐트와 한몸인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낮고 늘씬한 차체는 텐트와 한몸인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자연과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죠. 그가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캠핑장에 가면 대부분 큼지막한 SUV 일색이거든. 물론 SUV도 캠핑에 좋기는 하지만, 이 풍경에는 i40가 더 어울리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커다란 내 차로는 이런 그림이 안나왔을 것 같아.”
한 가지 더. 캠핑장에서 디젤 SUV들이 한꺼번에 시동을 걸고 있으면 뭔가 불쾌했던 기억, 한 번쯤 있을 겁니다. 하지만 2018년형 i40는 엔진 라인업을 가솔린으로 단일화했습니다. 디젤 SUV에 지친 이들의 부러움을 살 만합니다.
3일차, 탄탄한 기본기에 감탄하다
i40는 탄탄한 차체강성을 바탕으로 주행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다듬었습니다
탄탄한 차체 강성은 i40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30.6(x 104kgf m2/rad)의 비틀림 강성은 첫 출시될 당시는 물론 현재 나오는 차량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입니다. 강인한 차체는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잠재력을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탄탄한 차체 덕분에 주행 안정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유럽에서도 꾸준히 인정받는 비결이기도 했습니다.
개선된 MDPS 시스템은 어느 코너를 돌더라도 만족스러운 조향감을 전달합니다
i40는 두 번의 모델 체인지를 통해 꾸준한 발전을 거쳤습니다. 특히 2015년 MDPS 시스템을 32비트로 개선해 스티어링 조작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더 부드럽고 치밀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탄탄한 차체 기본기를 운전대를 쥔 양손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탄탄한 차체를 기반으로 다져진 기본기는 고속도로 주행은 물론 산길에서의 와인딩도 묵묵하게 모두 받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뛰어난 운동성능이야말로 i40만이 가진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실용성이 좋은 차라도 기본기가 없다면 자동차로서의 기능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니까요. i40는 그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실내는 유럽차 감각으로 다듬었습니다
실내는 유럽을 겨냥한 모델답게 유러피안 감각으로 다듬었습니다. 운전석 왼편에 자리한 다이얼 타입 라이트 스위치와 직관적으로 배치한 공조장치 스위치 등은 유럽 메이커에서 보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유럽산 자동차가 손에 익은 유럽인을 배려한 것이죠. 1열 승객을 감싸는 형상의 대시보드와 후륜구동차 수준으로 높이 솟은 센터 터널은 탄탄한 기본기를 암시하는 듯 스포티한 감각입니다. 여기에 새로이 적용된 와인색 멜롯컬러 천연가죽 시트가 고급감을 더합니다.
4일차, 도시어부가 되어보다
캠핑은 물론 낚시터에서도 i40는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태환아, 아빠 따라 낚시하러 갈텨?”
어릴 때 이 말을 수 없이 듣고 자랐는데 i40의 넓은 트렁크를 보자마자 아버지가 생각나더군요. 전라남도의 자그마한 섬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는 도시로 생의 터전을 옮기신 뒤에도 줄곧 바다를 그리워하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시간이 날 때면 낚시를 하러 가곤 하셨죠. 80년대 작은 세단을 몰던 시절부터 트렁크에 낚시도구를 꽉꽉 채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버지께서 이 차를 보신다면 분명 맘에 들어하실 것 같았어요.
낚시광 작은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떠났습니다. 예상대로 이 차를 무척 맘에 들어하시더군요
“태환이가 웬일이여? 나한테 낚시를 하러 가자고 연락을 다하고” 아쉽게도, 이번에 아버지를 직접 찾아 뵙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멀리 계셔서요. 하지만 항상 아버지와 낚시를 다니던 작은아버지께 연락드려 함께 낚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만큼 멋진 추억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차가 낚시에 얼마나 유용한 차인지는 자랑할 수 있을 것 같군요.
i40는 넓고 평평한 트렁크 공간과 러기지 레일 시스템으로 큰 짐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작은아버지는 이 차의 트렁크를 무척 맘에 들어하셨습니다. 큼지막한 낚싯대 케이스 두 개를 단정하게 바닥에 둘 수 있을 만큼 넓은 바닥면과 짐이 서로 섞이지 않게 구분해서 둘 수 있게 하는 러기지 레일 시스템을 특히 좋아하시더군요.
트렁크 바닥에는 별도의 수납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작은 짐을 따로 보관하기에 딱 좋죠
따로 보관이 필요한 미끼나 찌 같은 것들은 바닥 아래 감춰진 별도의 수납공간에 둘 수 있어 유용합니다. 낚시터를 잠깐씩 이동할 때나, 낚시터에 짐을 둘 공간이 부족할 때, 더욱 유용하게 쓰일만한 공간입니다. 작은아버지는 “여기만 똑 떼다가 내 차에 갖다 붙이고 싶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작은아버지와 취향이 비슷한 아버지도 이 차를 본다면 분명 탐내셨을 듯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차로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떠나야겠다 다짐해봅니다.
5일차, 쏟아지는 별빛을 차 안에 채워 담다
넓게 열리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i40의 또 다른 자랑거리입니다
i40의 장점 중 하나는 긴 차체를 이용한 파노라마 선루프입니다. 문득 밤하늘을 떠올렸습니다. 낮에 이 넓은 선루프를 훌쩍 열기엔 좀 부담스러우니,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보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하늘을 보러 갈 땐 그다지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널찍한 i40의 짐칸을 허전해 보일 만큼 간소하게 꾸려봅니다. 별빛을 담을 카메라와 삼각대, 산 속에서 체온을 보호할 침낭,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 정도면 충분합니다.
밤하늘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하늘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천문대가 제격입니다
제대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천문대를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천문대는 밤하늘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있으니까요. 천문대에 오르는 순간,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빛에 감탄하게 됩니다. 원래 하늘에 별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하면서 말이죠.
2열 시트를 접고 침낭을 깔면 어디든 나만의 천문대가 됩니다.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아까 단촐하게 짐을 꾸린 이유입니다. 차 안에 누워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멋진 별빛을 감상하려면 2열 시트를 접어야 하거든요. 2열 시트를 접으면 성인 남자 두 명이 누워도 될 만큼 넉넉한 공간이 생겨납니다. 여기에 침낭이나 이불을 깔고 누우면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나만의 천문대가 완성됩니다.
밤하늘의 별은 사실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겼다면 장노출 촬영으로 별이 움직이는 궤적을 담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데,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 사진을 찍으면 별이 움직이는 궤적을 사진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까지 30여 분의 인내가 필요하지만 뒷공간에 꾸린 아늑한 침대 공간이 있기에 그 시간을 버틸 만하죠.
i40는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편안하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i40와 함께한 5일 간의 일상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캠핑과 낚시터, 어두운 산 속에서 잠깐 잠을 청할 때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탄탄한 주행 질감으로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했죠. ‘왜건을 타본 사람은 또 왜건을 타게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i40는 왜건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보석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 차를 타보니 현대자동차가 꼭 i40의 후속 차량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물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이 왜건에 대한 관심을 내비친다면, 제조사가 더 상품성 높은 왜건을 내놓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글. 사진. 주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