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런경험을 하게 될진 모르지만
나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아침부터 들뜬마음으로 전철 구포역 대합실에 모였다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위해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다
비가 많지도 않게 부슬비 정도로 스산하게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갈 예정이던 11:15 비행기는 결항이다
이때 까지만해도 우리에게 무슨일이 일어 날지 몰랐다
단지 다음 비행길 타고 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한 4명은 버스로 김해공항 구내선청사로 향했다
일행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전광판을 주시했다
아침 첫비행기부터 계속 결항이다 제주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란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 할순 없다
다음 비행길 예약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싱숭생숭 천갈래 만갈래다.
한 두시간이 지났을까 또 결항이다
담 비행길 예약하고 직원에게 결항되면 연락달란 말을 남기고
점심식살 위해 공항을 떠났다
덕천동으로 향했다
점심식사중에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오늘 안엔 가겠지
식사가 끝나도 공항으로 부터의 연락은 없다
인제 가게 되는 건가 부푼가슴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다시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의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인제 한 두편의 비행기만 남았다. 한편더 결항을 확인하고 공항을 떠났다
배를 타러 중앙동 여객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택시에 몸을 싣고 하단역으로 향했다
하단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서 항구에 전화해서 배가 뜨는지 확인했다
결항이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 정말 포기해야하나
서면에 내려서 소주한잔 하며 대책을 의논했다
낼 첫비행기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낼도 비행기가 뜰거란 보장이 없다
갑론을박끝에 덕유산으로 일정을 잡았다
부산역에서 약간의 준비를 한다음 5:50 영동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의 맨 마자막 칸에 우리들의 좌석이 있었다
기차가 바퀴를 굴리자 마자 맨뒷부분 승객이 타고 내리는 곳에 술자릴 깔았다
술자리는 우리가 9시경 영동역에 도착 할때까지 계속 되었다
영동엔 눈이 내린다. 약간 알딸딸한 기분이 들면서 상쾌하다
운좋게 무주행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으로 설경들이 아름답게 지나간다
약 40분 기사님의 능숙한 눈길 주행 끝에 무주에 도착했다
내리는 승객은 우리밖에 없다
도로엔 눈이 딱 걷기 좋을 만큼 쌓였다 가까운 식당에서 삼겹살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구하기위해 무주읍내를 어슬렁거리고 다녔다
읍내엔 눈도 오고 늦은밤이어서 그런지 인적을 찾아볼 수없다
1시간 정도를 헤메고 다닌 끝에 이리스모텔에 입성했다
11:30쯤이다 창밖으로 눈은 하염없이 내린다
피곤해서 모두들 발 닦고 잤다
다음날 뉴스에서 무주에 대설경보소식을 들었다 참내 구천동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패쇄되었다
오늘도 출발이 안좋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는다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향적봉 중봉 삿갓봉에서 1박하고 하산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구천동행 버스로 리조트입구에서 내렸다
입구에서 곤돌라 타는스키장까지 30분을 가끔식 부는 눈보라를 맞으며 아스팔트를 통해 올라갔다
스키장가는 차들이 우리 일행옆으로 슁슁지나간다
스키장에는 스키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배낭메고 스틱들고 등산화신고 우리만이 다른 세상 사람들 같다
곤돌라가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번 불길하다
오늘 운행중단이란다. 인제 놀랍지도 않고 짜증도 안난다 겉으로는
사실 속으로 짜증 만땅이다
슬로프를 우회해서 설천봉까지 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무리다. 우리가 무슨 전문 등반인도 아니고
저하늘 아래로 안개로 덮힌 설천봉이 우릴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려다 보고있다
나도 한번 심하게 째려 봤다. 짜식 두고보자
우리가 아무리 오르려는 욕망이 강해도 산이 허락하지않으면 오를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스키장셔틀버스로 일단 무주로 철수하기로 했다
터미널서 또 대책회의끝에 한분은 부산으로 가시고 나머진 낼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인제 3명이 남았다 무슨 서바이벌게임도 아니고
계획은 설천봉에서 향적봉 중봉에서 오수자골로 내려오는 것이다
다시 어제 묵었던 이리스 모텔에 짐을 풀고 간단한 복장으로 나욌다
오후에 시간이 남아 무주읍내 야산(향로봉)에 오르기로 했다
무작정 지도보고 물어서 등산로입구 까진 왔지만 모르는 누군가가 친절하게 길을 내놓았다
여행을 떠난지 이틀동안 산이라곤 처음 오르는거다.
인제 동네야산도 좋다
나무에 눈이 쌓여 아름답다. 아런저런 이야기도하고 눈쌈도 하면서 재미있게 올랐다
모텔로 돌아와 어제와는 다르게 여유있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보냈다
담날 아침 6:00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고 7:15에 모텔을 나섰다
7:30에 리조트행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다 7:30이 지나도 버스가 안온다
리조트에 전화해보니 우리가 기다리는 장솔 잘못 알았다 놓쳤다
8;20구천동행 버스를타고 구천동에서 리조트로 들어가는 9:30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가 구천동을 벗어나지 않아서 봉고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운전사들끼리 10분정돌 옥신각신 말쌈을 한다. 얼씨구나 좋구나 좋아 인제 막 노래가 나오려한다
어쨋든 9:55에 리조트에 도착해서 10시경에 곤돌라에 올랐다
곤돌라에서 내려보는 경치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긴 좀 그렇고
15분 남짓이 지나서 설천봉에 도착했다
설천봉 레스토랑에서 산행장비를 착용하고 3000원 짜리 커피를 마셨다
날씨가 맑다 어제와는 다르게
10:50에 설천봉을 떠나 향적봉으로 향했다.온통 눈이다. 곳곳에 멋진 설경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있다
우리는 경치에 넋을 잃고 향적봉을 향해 내달았다
11:00에 향적봉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날씨는 좋고 경치도 좋다
약간 숨을 돌리고 중봉을 향해 갔다 .
이구간은 거의 눈꽃터널이라고 밖에는 뭐라고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11:30에 중봉에 도착했다
인제 부턴 길이 없다 우리가 길을 내면서 내려와야한다. (전문용어로 러셀)
눈이 허리까지 쌓였다. 좀 힘들긴 했지만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 기분을 느끼지 못할것이다
물아 일체란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내가 이때까지 산을 타면서 느껴본 가장 좋은 느낌이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무사히 오수자 동굴까지 내려왔다 이때가 12:30분이다
오수자굴에는 얼음종유석(고드름), 얼음기둥,이 시야에 들어 온다
마치 석회석동굴 같다. 굴이 10M내외였지만
우리가 길을 내서 내려왔기 때문에 산중에 우리만 있는 느낌으로
고드름으로 라면을 끊이면서 모처럼 산중에서의 고요한 여유를 즐겼다
그러나 이런여유는 오래 가지않았다.
우리에겐 거의 무장공비나 다름없는 국립공원직원의 등장
미처 버너를 숨길 시간도 없는 등장이었다.
벌금(1인당 50만원)을 물 뻔했으나 버너만 뺏기는 선에서 해결했다
잠시후 아줌마 아저씨혼성부대 출현이다
동굴안이 시끄럽다 거의 도때기시장 수준이다
잠시후 부대퇴장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으나 아직도 정신이 멍하다
끊이다만 라면을 토치로 끊여가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1:30에 오수자굴을 출발했다 공원직원들이 러셀을 해놓아서 보통때보다 더 걷기 편하다
전화위복이라는 말밖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정신없이 백련사까지 내달렸다
3:00에 백련사입구에 도착했다
안도감으로 인한 긴 한숨이 나온다 인제 끝났구나
3:50에 삼공매표소에 도착했다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다신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나름대로 내 삶에 있어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셀리의 법칙에도 풍덩 빠질 날이 있을꺼요! 기행문 잘 읽었음둥!!!!
ㅎㅎㅎ 기억력도 좋케 자세히 적었네요...담에 백두로 한 번 같이 가여...바쁜데 수고 많았습니다. 조만간 쐬주 한 잔 합세...
멘땅에 헤딩,,, 고생하신 만큼 더 노련해지실겁니다.
쿡쿡쿡...수고하셨슈..
그래도 이야기 거리가 남았잔수!!
.....대단하오 배낭 함 뒤집어 보오 쬐끔이라도 나눠줄거 있을란가 의지,용기 뭐 이런거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