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서해 가을 주꾸미낚시가 금지된다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코웃음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9~10월 주꾸미낚시를 금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된지 여러 달이 지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 관계부처에 낚시 제한기준에 대해 의견조회를 했으며, 충청남도로부터 9~10월 주꾸미낚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주꾸미낚시 금지? 견제장치도 없다
가을 주꾸미낚시는 우리나라 생활낚시를 대표하는 장르다. 장비와 채비를 판매하는 낚시업계 뿐 아니라, 보령 오천항이나 서천 홍원항의 경우 낚시어선 뿐 아니라 민박이나 식당 등 현지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시행된 지금, 언제라도 주꾸미낚시가 금지될 수 있다. 낚시 제한 기준 설정 권한이 표면적으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제5조(낚시제한기준의 설정) 1항은 ‘낚시제한기준’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으며, 2항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3항을 보면,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이하 "시·도"라 한다)가 조례로 제1항보다 강화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도의 조례로 강화된 낚시제한기준을 정해도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시·도가 강화된 낚시제한기준을 정하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낚시인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만 법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이라도 낚시에 고까운 인식을 가진 어민과 친한 충남도의원 몇 명이 조례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그날로 오천항과 홍원항은 물론 충남권 전역에서 주꾸미낚시가 금지된다. 이것이 바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의 실체다. 제5조(낚시제한기준의 설정) 제③항은 반드시 폐지돼야 마땅한 독소조항 중에 독소조항이다.
낚시 통제구역, 장관에게 권한을!
위에서 보듯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는 유해낚시도구 문제 말고도 낚시계를 위태롭게 만들 독소조항이 여럿 있다. 더구나 이번 ‘납 전면 규제’ 사태에서 보듯, 법에 명시된 내용은 언제든지 낚시계의 숨통을 죄어올 수 있다. 따라서 독소조항은 폐기시키거나 개정해야 마땅하다. 또다른 독소조항은 제6조(낚시통제구역)이다. 낚시통제구역 설정 권한을 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준 것이 문제다. 이 조항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낚시통제구역 남발을 우려한 낚시계의 의견을 수용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변경했던 것을, 그 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뜯어고쳐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다. 참고로 말하자면, 2006년 해양수산부가 마련했던 법안(이 법의 모태가 되는 법안으로, 해양수산부가 해체되고 농림수산식품부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낚시 관련 법안 내용이 대폭 후퇴하였다)에서는 낚시통제구역 설정을 해양수산부장관이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법이 이미 시행된 지금부터는, 낚시인과 지역민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지역민들이 낚시터 관리를 둘러싼 이권을 주장할 경우, 조례 제정 권한을 가진 시장이나 시의원들이 투표권을 가진 지역민의 의견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낚시통제구역이 무분별하게 남발돼 낚시가 위축되고 과도한 제한을 받게 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2006년 해양수산부 시절 만들었던 법 정신에 따라, 낚시통제지역 설정 권한을 장관에게 돌려줘야 하며, 지역민들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산자원보호와 낚시인 안전사고 예방 등 이 법률의 목적과 분명하게 부합되는 지역에 한해서만 낚시통제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전국토의 유료낚시터, 현실화 우려
법 제10조(낚시터업의 허가)도 문제점이 많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으면 바다, 바닷가, 공유수면, 사유수면 어디서나 낚시터업(유료낚시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허가사항이기는 하지만, 허가권이 지역민들의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치단체장에게 있다는 것은, 자칫 모든 바다와 바닷가, 그리고 내수면이 유료낚시터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낚시계에서는 유료낚시터 허가권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가지도록 해줄 것을 법안 제정 과정에서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 법을 근거로 우리나라 모든 바다와 바닷가, 그리고 전국 각지의 저수지를 비롯한 내수면마다 낚시인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유료낚시터로 만들려는 시도가 봇물을 이루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더구나 허가권을 기초자치단체에게 줘버렸으므로,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유료낚시터가 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개정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