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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가람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 산
다비다
아름다운 욥바에 예쁘고 귀한 다비다
알곡 믿음 따신 가슴 울타리로 살았는데
영혼을 도둑 맞았나 찬 시신이 돼 버렸네.
눈물로 정갈히 씻어 2층 방에 눕혀 놓고
살리려는 불같은 맘 급히 베드로 모셔왔네.
사랑을 흠뻑 입은 과부들 꿀벌처럼 모여 울고
만들어줬죠 저희 옷 다 풀잎 같은 저희 삶을
늘 꺼내줬죠 흐드러지게 온 마음 온 가슴을
꼭 찾아 돌려주세요 이천사 꽃 같은 영혼
과부들의 뜨거움에 베드로도도 같이 울고
풀무처럼 기도했네 시신에게 명령했네
다비다, 일어나거라. 홍해 갈리듯 살아났네
온 욥바를 흔들어 삼킨 뜨거운 감동의 놀
주님은 분명 살아계셔 생명의 줄을 잡고
우리도 빛 고운 믿음 다비다 되어 살아가리
억 새
얼마나 속을 태웠기에 이리 허연 나부낌인가
언덕에 다박이 피어 빈 가을을 채우고
귀하다 네 밝고 티 없는, 안쓰러운 모습이
눈빛 맑게 살려면 속이 허옇게 세는 법
사랑과 따신 맘으로 그리움을 지피며
너처럼 살 수 밖에 끝내 우린 빚진 자니까
그늘이나 긁힘이 왜 없었겠니 네 가슴에
마음의 귀한 건 허나 신이 주신 은총인걸
그 속에 눈물과 가슴 저림, 순잎처럼 숨어 있고
눈 시린 화사함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건
메마른 삶의 밭을 적셔 곱게 가꾸는 것
진실한 한 떨기 목숨, 기도하여 바치는 것
가볍고 맑은 네 혼이 깨달음을 살랑댄다
헛된 것에 마음 쓰지 맑고 밝게 살라고
가난한 마음 꽃잎이, 정녕 넉넉한 거라고
감 사
품게 해 줘요 모든 영혼 풀꽃 같은 가슴들을
마음을 아프게 한 가시 같은 마음까지
주님의 마음으로 보면 모두 품어야 할 여린 별들
우린 죄와 허물 말갛게 씻음 받은 빚진 자네
못 품을 이유 물리칠 권리 아예 없어 우리에겐
눈 시린 긍휼의 꽃잎들 포근히 삶을 보듬네
단 한 번 돌아가는 이 삶의 어귀에서
수 없이 긁힘 받고 긁혀가며 사는 세상
은총과 용서의 햇살 늘 마음 밝혀 붙드네
내가 먼저 따신 가슴 더운 맘으로 품으면
평안과 가쁨의 물결 봄비처럼 내려오고
감사는 붉은 감처럼 마음 하늘에 주렁저렁
]
다시 산 다비다
아름다운 옵바에 귀한 제자 다비다
알곡 믿음 따신 가슴 꽃 울타리로 살았는데
영혼을 도둑 맞았나 찬 시신이 돼 버렸네.
눈물로 정갈히 씻어2층 방에 눕혀놓고
살리려는 불같은 맘 급히 베드로 모셔 오고
사랑을 흠뻑 입은 과부들 꿀벌처럼 모여 우네.
만들어 줬죠 온갖 옷을 풀잎 같은 저희 삶을
늘 꺼내 줬죠. 흐드러지게 온 마음 온 가슴을
꼭 찾아 돌려주세요, 이 천사 꽃 같은 영혼
과부들의 뜨거움에 베드로 같이 울고
풀무처럼 기도하고 시신에게 명령 했네
다바다 일어나거라 홍해 갈리듯 살아났네.
온 옵바 흔들어 삼켜 눈물과 감동의 놀
주님은 분명 살아계셔 생명의 줄을 잡고
우리도 빛 고운 믿음 다비다로 살아가리.
나 무
걸었대 기린처럼
맨 첨엔 나무들도
가슴에 아기 눈 같은
바람한 점 물결 치고
하나님 호루라기 삐익
그 자리에 멈춰섰대
새들에게 둥지를
애들에겐 그늘 한 자락
빚어 주고 싶었던 것
마을을 안고 엄마마냥
다시 또 걸어갈 거래
가슴을 주러 마음을 주러
어떻게 해 그 가슴에
그 생각이 흘렀을까
사랑의 마음이지
가슴의 아린 울림
자기를 풀어 내리고
잎새 같은 세월 닦고
우리도 멈춰야 하리
나무처럼 삶의 걸음을
목마른 이웃들이
풀꽃처럼 꽃혀 오면
마음 속 삐익 소리에
오늘을 떨고 서야하리
산다는 건 멈춰 서는 것
마음 열어 내주는 것
순한 눈빛 얼른 따르면
연신 꽃망울 벙글고
하나님 미소 짓겠지
세상은 한 뼘 따셔지고
듣는 귀
우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내면의 음성을 들으면
인생을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타인의 음성을 들으면
좋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의 음성을 들으면
좋은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 음성을 다 듣는다 해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면
귀먹은 사람입니다.
역사는 하나님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고
인생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지음 받은 피조물의
피조물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할 때 복과 영광이 있고
하나님의 음성에 불순종할 때 저주와 고난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살펴보고 행동해야합니다
야간 운전
밤비는 옹글게 내려 창닦개도 숨 가쁘고
버짐처럼 서리는 김 앞을 꽁꽁 가로막네
시선은 칼날 같은 끈 옥죄어 곤두서고
잦은 커브 오르내림 어지럽히네 짐승처럼
속에서 연신 이르는 말 조심의 불을 켜라고
빙판길 간다고 우린 살얼음 위를 산다고
어제 멀쩡한 사람도 오늘 금새 미끄러지고
대낮에도 생각과 마음어둠에 갇혀 신음하고
침침해 엉금거리네 참 뜻과 방향 모른 채
찬 길 위를 밤비가 어둠과 몸을 섞고
목숨 같은 열매도 그냥 칼 맞은 듯 떨어지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밤길을 뚫는 인생운전
맡겨야 하리 운전대는 지혜의 영 그 손에
믿음의 기어 넣고 말씀의 전조등 켜고
쉼 없는 기도의 창닦개 깃발을 품고 가야 하리
생각과 감사
생각과 감사는
일란성 쌍둥이래
생각이 조금 위래
감사가 동생이고
무얼까 생각해 봤어
생각과 감사를 깊이
생각은 바라보는 것
마음의 렌즈 닦아
나를 벗고 이웃과 신
렌즈 속에 담으면
마음의 하늘 열리고
감사의 별이 떠올라
삶이란 생각하는 것
바라보고 깨닫는 것
삶의 길목 하 많은 생각
아픔을 닦아가며
미소로 환한 얼굴로
감사하며 나가는 것
가을
보이죠
들국화 위로
새로 열린 맑은 하늘
동화책을 펼쳐 읽는
착한 동물
솜구름
눈 시린
솔잎 푸른 빛
가슴으로 쏟아지고
들꽃들이 속삭이는
소롯길 길섶에선
햇살이랑 열매들이
바지런히 손 놀리고
보이죠
콩 꽃 노란 마음
송편 익는 냄새로
어디 살든 우리 가슴
일렁이며 익는 들판
햇살과 들풀 강물이
서로 웃고 보듬고
마음도
여물게 하는 손길
온몸으로 느끼죠.
강 물
흐르지요 선생님
그곳에도 맑은 강이
어스름 반짝이는 은빛
삶의 어깨 주무르며
산그늘
지친 얼굴을
씻어내는 물소리로
분주함과 고달픔이
연꽃으로 숨을 쉬고
제 안에도 제 삶에도
흐린 하늘이 내리지만
그래도 신비한 손길
강 위에 떠요
밝은 별이
삶이란 보석 찾는 것
찾고 묻고 또 찾으면
어둡고 거친 벌판
들꽃도 더러 피고
마음과 삶을 적시며
흘러가요
은총의 강물
꽃 불
내 여동생 목 디스크
수술을 하고나서
물결쳐오는 통증 속에
심호흡을 해야 했지
쓰레기
폐에 앉은 걸
씻어내기 위해서지.
전신 마취 신경을 끊어
더러운 게 쌓인 것
우리 영(靈)도 마찬가지
세상 것에 마취되면
그 분과
끊기는 거지
흙으로 덮이는 거지.
바빠도 힘들어도
영의 신경 살아야 하고
심령을 씻어 닦는 일
게을리 할 순 없네
꽃불을
지필 일이지
기도와 말씀 묵상에.
노 점
하루하루 지치고
어깨는 가라앉고
꿈과 소망도 구겨져
휴지 뭉치 같을 때에
가세요
한보 아파트
농협 옆에 조용히
석양 녘 왁자한 활기
꿀벌처럼 잉잉대고
빼곡히 들어앉은
우리 엄니 누이들
보여요
곱게 다듬은
몇 단의 삶이 푸르게
푸성귀와 반찬거리
펼쳐 놓은 마음 보자기
깨꽃 같은 얼굴들
잔주름도 말을 풀고
흘러요
눈 시린 강물
좌판을 어루만지며
뭉클뭉클 울려와요
액젖보다 더 진한 것
피붙이와 어린 것들로
절절한 더운 가슴
느껴요
찬 살풍경을 녹여
젖 먹이듯
빚어가는 삶
부 모
보았네 엄니 모습
위태위태 걸어가는
지팡이 확 굽은 허리
쓰러질 마른 풀 같은
가슴엔
싸한 기운이
연신 휘돌아 내리고
부모란 무엇인가
우릴 빚은 뿌리인
애태우며 다 내주고
늙고 병고만 남은
그 깊은
마음 가에서
우린 다만 작은 짐승
모두 다 이울어가네
이 무심한 세월 속에
홀로 선 풀 대궁으로
고단한 하늘을 사는 엄니
우리도
삶의 벌판을
허허로이 시들어가고
청 춘
그래 우린 청춘이지
울만의 시구(詩句)처럼
마음 속 깊은 샘은
풀빛 하늘 뿜어내고
푸른 별
희망과 기쁨
물결치는 영혼의 뜰
청춘은 때가 아냐
팽팽한 마음가짐
굽 일어오는 상상력
풀빛 고운 감수성
세월로
늙는 게 아냐
꿈 잃을 때 늙는 거지
무겁고 부끄러웠지
허허롭고 내 나이가
허나 또 힘을 얻네
아직 짙푸른 내 마음
소망의
불을 지피네
몇 음계씩 뛰는 가슴
만 남
만났다 오랜만에
착하디 착한 내 동창
남모를 멍울을 안고
들꽃처럼 사는 영혼
은총을 내려 주시길
마음으로 기도하는
알았다 삶의 여로(旅路)는
우리 소관 아님을
수많은 덫과 아픔
그 속에 뜻 숨어 있고
우리는 다만 온 마음으로
믿고 의지해야 하리
또 알았다 진실한 마음
기도하듯 만나면
가슴의 모든 것들이
말갛게 닦여지고
친구로 가장 편하게
서로 풀꽃이 되는 것을
오랜 만에 내 팔 안에
혼곤히 잠든 아내
순무 꽃 곱던 모습
낡은 수건처럼 돼버렸고
비바람 함께 한 세월
아려온다.
뭐 하나 해 준 것 없이
지치고 여윈 집 풀
소망과 감사함은
두 아들과 주님 사랑
매 미
수요 예배 남동댁을 데리러 가서
열나절 남동댁은 나오지 않고
감나무에서 매미만 질펀하게 울어댔다.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고
지리산 온 마을을 뒤흔들었다.
“작은 것도 힘이 있어요.”
“들풀보다 어귀찬 목숨이에요.”
이 세상 짖눌려 온 작고 여린 것의 속내
힘에 이치에 몰리며 기가 죽은 가슴
속상한 세월을 풀어 놓으며
어그러짐과 비겁함을 꾸짖으며
우렁찬 용사의 나팔을 쏟고 있었다.
“피어나세요. 작고 여린 눈망울들”
“큰 것만이 선이 아니고,
힘만이 정의가 아니고,
풀꽃 같은 작음이 더 선일 수 있고,
새털 같은 여림이 더 정의일 수 있어요“
“함께 가는 세상을 이루어 가요.”
매미는 목이 터지게 외치고 있었다.
기 도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얼마나 눈부신 기쁨인지요
목마름과 간절함의 마음 끝을 따라서
차오르는 더운 기운
은혜의 물결에 적시면서
응답의 손길을 내려 주시는 것을
은총의 오솔길로 이끌어 주시는 것을
때로는 사는 것이
수수깡처럼 가슴 뚫리고
버겁고 팍팍하다가도
기도의 뜨락을 열고
호수처럼 차오르는 평안함
잔잔한 마음 하늘 가득히
소망의 별들이 꽃처럼 떠오르는 것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이 순간은
최고의 선물을 드리는 마음
우리를 사랑하시고 쉬임없이 일하시는 분,
그분이 일하시도록 길을 열어 드리는 일
마를 길 없는 은총의 수원지에
은빛 파이프를 영결하는 것이거늘
2007.7.21.
임부의 고백
눈을 어르는 아름다움은
제게 없지만
다 봅니다
깊고 진실한 눈은
꽃씨의 씨눈처럼
바위를 들어 올리는 새싹처럼
제 안에 생명의 신비
반짝이는 것을
점차 무거워질수록
약속이 힘차게 발길질하는 것을
끊임없이 풀꽃을
어루만지는 햇살처럼
사랑의 두레박을 길어 올려
새 하늘을 빚어내는
큰 손길을 봅니다.
눈에 달보드레한 것 제게 없지만
익어가는 어머니 빛 고운 마음
제 삶을 부풀어 나오게 합니다.
고 백
이른 아침이면
새들의 해 맑은 지저귐이
온 하늘을 씻어 내립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
사랑일 겁니다.
저 작은 생명체의 가슴에도
솟아오르는 하늘의 신비한 에너지
만물을 감동시키고 행복케 하는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힘 //
우리는 사랑의 빛 속에 잉태되고
태어나 자라고 살다가 떠나갑니다.
그러기에 삶은 얼마나
출렁이는 감사입니까?
은모래 반짝이는 강물결입니가? //
부족한 저를 키우고, 택해 불러 주시고
허다한 허물을 덮어주고
상한 가슴을 만져 주고
붙들어 일으켜 세워 준 것도
사랑입니다.
거룩한 핏빛 사랑입니다. //
전 사랑에 빚진 자이고
그걸 갚아야 할 날만 남았습니니다. //
지금도 그 온기 싱그러운 기쁨이
제 영혼 갈피갈피에서 물결칩니다.
연신 해맑게 지저귑니다.
되고 싶습니다.
되고 싶습니다.
담쟁이덩굴이 되고 싶습니다.
팍팍한 일상의 골목마다 길섶마다
우뚝우뚝 막아서는 담장
그 메마르고 삭막한 삶의 벽을
썩은 서까래처럼 견디는 속을
서늘하게 가려 주고 어루만지는 잎새
품어 안아 어르는 푸르른 손길이
되고 싶습니다. //
들여다보면 우리의 속사정
답답하고 거친 벽인 것을
삶의 에움길에 도사려 있는
어둠과 아픔에 채어 넘어지고 부대끼는
흙담 가슴인 것을 //
그 비탈 버거운 자리에
거침없이 기어와 틀실한 그늘로
촉촉한 소망으로 적셔주는
덩굴잎의 넉넉하고 더운 마음 //
지금도 온몸을 던져
흙담과 벽을 끌어안고
새상의 허물과 아픔, 쓸쓸함을 끌어안는
두텁고 뜨거운 잎잎
해 맑은 사랑으로 싱그러운 내일로
실팍하게 옷 입혀 주는
아, 담쟁이덩굴이 되고 싶습니다.
다시 안고 싶어요
-- 폐교가 들려준 말 --
다시 안고 싶어요.
왁자한 새떼 아이들 웃음소리
벗꽃잎으로 흩날리던 발자욱 소리
제 가슴에 다시 안고 싶어요.
저는 지금 잡초로 뒤덮힌
빛바랜 몸골, 뒷길로 몰려
녹슨 세월로 가라안고 있지만
다 보여요
다 살아 있어요. 제안에
붓꽃 같은 선생님도
삼촌 같은 선생님도
단풍잎으로 번져오는 풍금소리도
개나리 꽃잎 같은 입술들이
어색하게 풀어 놓던 합창소리도
운동회의 푸른 함성소리
얼크러지던 몸싸움도
다 보여요 다 살아 있어요.
다시 안고 싶어요.
꼬맹이들 물보라 같은 웃음소리
사랑 많은 선생님 그 더운 가슴
들꽃 같은 마음들
아, 우리가 잃어버린 숱한 보물들을
다시 안고 싶어요.꼬옥, 꼬옥
길 찾아가기
진주에서 합천읍 거쳐 가야교회 가는 길
왜 이리 멀고 먼지 갈림길은 많고 많고
우리 사는 것도 이럴 것 초행길 더듬어 가는
길은 자꾸 헷갈리고 수많은 길 입 벌리고
연거푸 잘못 들고 얼마나 힘이 드는지
우리 삶도 이렇지 바른 길 얼른 안보이고
어디서 물어야 하나 지도도 아무것도 없고
이 세상에서 길을 못 찾아 헤메는 영혼들
그 어려움 답답함 새삼 다시 알 것 같아
이 세상 수많은 길, 길이 다 길 아니고
한 번 뿐인 이 세상 바른 길 찾아야지
헤메는 건 고달파 안내 받으면 좋을 것
내가 곧 길이라 외치신 분 정말 계셔
그 분 모시고 살아가면 참 복된 일일세
말씀으로 지혜로 깨우쳐 주고 이끌어 줘
지도이고 친구이지 이정표고 등불이고
바른 길 잡아 주는 분, 헝클어진 이 세상에서
2007. 6.3.
신록을 보며
알았습니다.
신록에도 다채로운 목소리가 있음을
연청, 연록, 연두,
제 빛깔을 뽑내며 일어선 산줄기들
다채로움이 진짜 아름다움임을
불평등이 더욱 자연스런 것임을
알았습니다.
있음과 없음과
장애와 비장애가
빛 고운 화성을 이루는
금쪽같은 음표가 되고
즐겁게 어우러지는 꽃밭이 됨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알아야겠습니다.
모눈종이 같은 생각들이 풀리고
안절부절 뒤만 좇는 삶들이 풀리고
묵은 틀에 묶인 안목이 풀리고
저 신록처럼
여러 빛깔로 당당하게
나부꼈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게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다 모두 다
이 땅 이 산하에서.
2007.5.10.
나무의 질문
불볕이 대지를 달구는 한낮에
싱그러운 신록을 꽃처럼 피어올린
이뿐 나무 한 그루 나직히 물었네.
“나는 이렇게 잎잎을 펴서
답답한 삶의 대기 속으로
싱그러움을 풀어 놓고 있는데
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지친 세상 속으로
싱그러운 생기를 몇 말이나 풀어 놨냐?“고
이어서 물어왔네
“ 난 이렇게 소박한 날개를 펴서
달궈진 대지를 서늘하게 덮고 있는 데
너는 지금까지 허덕이는 가슴 몇이나
그늘로 덮어 왔느나?“고
꽃들의 고백
요즈음 보이지요
저희들 화사한 음색이
사람들 마음을 잡아당겼다 풀었다 하는 것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 강을 타고 넘어
손님처럼 저희들이 오지요
하지만 저희들은 꽃이 아니에요
일기장에 개켜둔 마음
속으로 성실히 지펴온 불
삶의 꾸밈없는 고백이지요.
숯을 굽듯 메마른 시간을 구워내고
온몸으로 닦아내고
비바람을 다스려온 생애의 갈피갈피
그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사발의 생수이지요
우리는 이내 지고 말지요
하지만 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를 붙들어 온 햇살 앞에
말없이 순종하고 준비하는 거예요
다시 별처럼 꿈꾸며 엎드려서
안으로 더 아름다움을 빚는
목숨들의 합창이에요.
늘 그런 마음으로
축제나 잔치가 없어도
유흥이 없어도
살게 해 주십시오.
생각하면 어깨춤으로 출렁이는 하늘
그 넉넉하고 반짝이는 마음으로
햇살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온갖 생명을 어루만져 깨워 틔우고
잠자던 나뭇가지 마다
순잎들이 탄성을 지르며
범속치 않는 비밀을 피워 올리듯
늘 그런 마음으로
우리 안에 살아계신 주님
그 은총의 햇살이
온 영혼의 어귀어구를 어루만져 깨우고
어둠과 생채기를 씻어 녹이고
기쁨과 감사 싱그러움이
몇 옥타브씩 출렁대는 마음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백 현종 시조
자 수
바늘귀에 꿰어 나와
한 잎으로 피는 하늘
어머니 손끝에서
꽃밭으로 버는 마음
목숨을
풀어 엮는 실
한 생애 물살친다.
터지는 손끝에서
혼이 튕겨 홈치고
가라앉은 빈 가슴
한 뜸 한 뜸 뜨는 밤
장롱 속
갈앉은 세월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억 새
얼마나 속을 태웠기에
이리 허연 나부낌인가
언덕에 다박이 피어
빈 가을을 채우고
귀하다 목쉰 샛별 같은
밝고 가벼운 모습이.
눈빛 맑게 살려면
속이 허옇게 세는 법
사랑과 따신 맘으로
그리움을 지피며
너처럼 살 수 밖에 우린
다 빚진 들풀 가슴.
그늘이나 긁힘이
왜 없었겠니 네 가슴에
마음 귀한 건 허나
신이 주는 은총인걸
그 속에 눈물과 가슴 저림
순잎으로 숨어 있고.
눈 시린 화사함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건
메마른 삶의 밭을
적셔 곱게 가꾸는 것
진실한 한 떨기 목숨
기도하여 바치는 것.
가볍고 밝은 네 혼이
깨달음을 살랑댄다
헛된 것에 눌리지 말고
가볍고 밝게 살라고
가난한 마음 꽃잎이
정녕 귀한 보배라고.
아버지 산소에 와서
잠들어 계십니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덧없는 봉분으로 지울 수 없는 멍울로
세월은 무심한 녹물 질척이며 미끄러지고.
허나 전 듣습니다. 삽자루 같은 그 음성
고단한 하늘을 지고 푸새로 꺼진 평생
못 이룬 한 삼태기 꿈 그 아릿한 가슴을.
오뉴월 두엄처럼 깊은 속은 썪어가도
사립짝 한 뙈기 삶 밤낮으로 일구워
강변들 몇 섬의 목숨 몇 수레씩 거두셨죠.
지친 하루를 떨며 주신 따신 국물 같은 마음
호흡기 속 깜박이던 꺼지던 흑 빛 엄니 얼굴
꽃상여 놀처럼 너울너울 미치게 곱던 장례 꽃길.
못 잊습니다. 새벽 찬 달 수숫대로 굳은 시신
생각 때마다 미어지던 우렁 같은 내 심장
어머니 부서지던 가슴 하얗게 세던 나날을.
당신의 자양분으로 토란 대 마냥 자란 저는
사금파리 아린 들풀 어린 눈을 뜨게 됐고
차가운 삶의 벌판에 지금 온기 한 아름 안습니다.
나 무
맨 첨엔 나무들도
기린처럼 걸었는데
맑은 가슴 물결칠 일
애 울음으로 젖어오고
하나님 호루라기 삐익
그 자리에 멈췄대.
새들에게 둥지를
애들에겐 그늘 한 자락
빚어주고 싶었던 것
시냇물엔 인사하고
다시 또 걸어갈 거래
한 보시기 가슴 주러.
어찌 그리 삶의 틀을
머리 깎듯 바꿨을까
사랑의 여린 마음
잎새 푸른 가슴 울림
자신을 벗어버리고
영혼 보듬어 엄니처럼.
우리도 멈춰야겠지
잰 걸음을 저들처럼
목마른 이웃들이
들꽃으로 꽂혀오면
마음 속 삐익 소리에
모든 걸 떨고 서야 하리.
산다는 건 멈춰서는 것
마음 열어 내주는 것
순한 눈 곧 따르면
하늘도 연신 꽃 피고
하나님 미소 짖겠지
세상은 한 뼘 더 따셔지고.
노 점
하루하루 지치고
온 몸은 물먹은 솜
꿈의 하늘도 구겨져
휴지 뭉치 되는 날에
가시죠
고향 같은 들말거리
배추 잎 여린 가슴으로
석양 녘 왁자한 활기
꿀벌처럼 잉잉대고
살풍경 쪽파들인
우리 엄니 누이들
빛나요
곱게 다듬은
몇 단의 삶이 푸르게
애처럼 가꾼 푸성귀
펼쳐 놓은 마음 보자기
깨꽃이 핀 얼굴들
잔주름도 말을 풀고
흘러요
눈 시린 여울
좌판을 어루만지며
쇠북으로 울려와요
액젖보다 더 진한 것
살점같은 어린 것들
절절한 더운 가슴
피어요
송이꽃 웃음 먹이듯
곤한 어깨 주무르며
부 모
살얼음 걷듯 가시는
엄니를 바라봤네
확 굽은 지팡이 허리
쓰러질 마른 풀 같은
가슴엔
싸한 기운이
연신 휘돌아 내리고
부모란 무엇인가
우릴 빚은 더운 가슴
애태우며 다 내주고
늙고 병고만 남은
그 깊은
마음 가에서
우린 다만 작은 짐승
모두 다 이울어가네
이 무심한 세월 속에
홀로 선 풀 대궁으로
고단한 하늘을 사는 엄니
우리도
삶의 벌판을
허허로이 시들어가고
덮어 주소서 그 마음을
햇살의 더운 은실로
가을 뜨락 은행 잎
그 곱고 깊은 손으로
겉이야
고스라진 깻 대
속은 날로 푸르게
청 춘
그래 우린 청춘이지
울만의 시구(詩句)처럼
마음 속 깊은 샘은
풀빛 하늘 뿜어내고
푸른 별
희망과 기쁨
물결치는 영혼의 뜰
청춘은 때가 아냐
팽팽한 마음가짐
굽 일어오는 상상력
풀빛 고운 감수성
세월로
늙는 게 아냐
꿈 잃을 때 늙는 거지
무겁고 부끄러웠지
허허롭고 내 나이가
허나 또 힘을 얻네
아직 짙푸른 내 마음
소망의
불을 지피네
몇 음계씩 뛰는 가슴
만 남
만났다 오랜만에
착하디 착한 내 동창
남모를 멍울을 안고
들꽃처럼 사는 영혼
은총을 내려 주시길
마음으로 기도하는
알았다 삶의 여로(旅路)는
우리 소관 아님을
수많은 덫과 아픔
그 속에 뜻 숨어 있고
우리는 다만 온 마음으로
믿고 의지해야 하리
또 알았다 진실한 마음
기도하듯 만나면
가슴의 모든 것들이
말갛게 닦여지고
친구로 가장 편하게
서로 풀꽃이 되는 것을
자 수
바늘귀에 꿰어 나와
한 잎으로 피는 하늘
어머니 손끝에서
꽃밭으로 버는 마음
목숨을
풀어 엮는 실
한 생애 물살친다.
터지는 손끝에서
혼이 튕겨 홈치고
가라앉은 빈 가슴
한 뜸 한 뜸 뜨는 밤
장롱 속
갈앉은 세월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억 새
얼마나 속을 태웠기에
이리 허연 나부낌인가
언덕에 다박이 피어
빈 가을을 채우고
귀하다 목쉰 샛별 같은
밝고 가벼운 모습이.
눈빛 맑게 살려면
속이 허옇게 세는 법
사랑과 따신 맘으로
그리움을 지피며
너처럼 살 수 밖에 우린
다 빚진 들풀 가슴.
그늘이나 긁힘이
왜 없었겠니 네 가슴에
마음 귀한 건 허나
신이 주는 은총인걸
그 속에 눈물과 가슴 저림
순잎으로 숨어 있고.
눈 시린 화사함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건
메마른 삶의 밭을
적셔 곱게 가꾸는 것
진실한 한 떨기 목숨
기도하여 바치는 것.
가볍고 밝은 네 혼이
깨달음을 살랑댄다
헛된 것에 눌리지 말고
가볍고 밝게 살라고
가난한 마음 꽃잎이
정녕 귀한 보배라고.
아버지 산소에 와서
잠들어 계십니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덧없는 봉분으로 지울 수 없는 멍울로
세월은 무심한 녹물 질척이며 미끄러지고.
허나 전 듣습니다. 삽자루 같은 그 음성
고단한 하늘을 지고 푸새로 꺼진 평생
못 이룬 한 삼태기 꿈 그 아릿한 가슴을.
오뉴월 두엄처럼 깊은 속은 썪어가도
사립짝 한 뙈기 삶 밤낮으로 일구워
강변들 몇 섬의 목숨 몇 수레씩 거두셨죠.
지친 하루를 떨며 주신 따신 국물 같은 마음
호흡기 속 깜박이던 꺼지던 흑 빛 엄니 얼굴
꽃상여 놀처럼 너울너울 미치게 곱던 장례 꽃길.
못 잊습니다. 새벽 찬 달 수숫대로 굳은 시신
생각 때마다 미어지던 우렁 같은 내 심장
어머니 부서지던 가슴 하얗게 세던 나날을.
당신의 자양분으로 토란 대 마냥 자란 저는
사금파리 아린 들풀 어린 눈을 뜨게 됐고
차가운 삶의 벌판에 지금 온기 한 아름 안습니다.
나 무
맨 첨엔 나무들도
기린처럼 걸었는데
맑은 가슴 물결칠 일
애 울음으로 젖어오고
하나님 호루라기 삐익
그 자리에 멈췄대.
새들에게 둥지를
애들에겐 그늘 한 자락
빚어주고 싶었던 것
시냇물엔 인사하고
다시 또 걸어갈 거래
한 보시기 가슴 주러.
어찌 그리 삶의 틀을
머리 깎듯 바꿨을까
사랑의 여린 마음
잎새 푸른 가슴 울림
자신을 벗어버리고
영혼 보듬어 엄니처럼.
우리도 멈춰야겠지
잰 걸음을 저들처럼
목마른 이웃들이
들꽃으로 꽂혀오면
마음 속 삐익 소리에
모든 걸 떨고 서야 하리.
산다는 건 멈춰서는 것
마음 열어 내주는 것
순한 눈 곧 따르면
하늘도 연신 꽃 피고
하나님 미소 짖겠지
세상은 한 뼘 더 따셔지고.
노 점
하루하루 지치고
온 몸은 물먹은 솜
꿈의 하늘도 구겨져
휴지 뭉치 되는 날에
가시죠
고향 같은 들말거리
배추 잎 여린 가슴으로
석양 녘 왁자한 활기
꿀벌처럼 잉잉대고
살풍경 쪽파들인
우리 엄니 누이들
빛나요
곱게 다듬은
몇 단의 삶이 푸르게
애처럼 가꾼 푸성귀
펼쳐 놓은 마음 보자기
깨꽃이 핀 얼굴들
잔주름도 말을 풀고
흘러요
눈 시린 여울
좌판을 어루만지며
쇠북으로 울려와요
액젖보다 더 진한 것
살점같은 어린 것들
절절한 더운 가슴
피어요
송이꽃 웃음 먹이듯
곤한 어깨 주무르며
부 모
살얼음 걷듯 가시는
엄니를 바라봤네
확 굽은 지팡이 허리
쓰러질 마른 풀 같은
가슴엔
싸한 기운이
연신 휘돌아 내리고
부모란 무엇인가
우릴 빚은 더운 가슴
애태우며 다 내주고
늙고 병고만 남은
그 깊은
마음 가에서
우린 다만 작은 짐승
모두 다 이울어가네
이 무심한 세월 속에
홀로 선 풀 대궁으로
고단한 하늘을 사는 엄니
우리도
삶의 벌판을
허허로이 시들어가고
덮어 주소서 그 마음을
햇살의 더운 은실로
가을 뜨락 은행 잎
그 곱고 깊은 손으로
겉이야
고스라진 깻 대
속은 날로 푸르게
청 춘
그래 우린 청춘이지
울만의 시구(詩句)처럼
마음 속 깊은 샘은
풀빛 하늘 뿜어내고
푸른 별
희망과 기쁨
물결치는 영혼의 뜰
청춘은 때가 아냐
팽팽한 마음가짐
굽 일어오는 상상력
풀빛 고운 감수성
세월로
늙는 게 아냐
꿈 잃을 때 늙는 거지
무겁고 부끄러웠지
허허롭고 내 나이가
허나 또 힘을 얻네
아직 짙푸른 내 마음
소망의
불을 지피네
몇 음계씩 뛰는 가슴
만 남
만났다 오랜만에
착하디 착한 내 동창
남모를 멍울을 안고
들꽃처럼 사는 영혼
은총을 내려 주시길
마음으로 기도하는
알았다 삶의 여로(旅路)는
우리 소관 아님을
수많은 덫과 아픔
그 속에 뜻 숨어 있고
우리는 다만 온 마음으로
믿고 의지해야 하리
또 알았다 진실한 마음
기도하듯 만나면
가슴의 모든 것들이
말갛게 닦여지고
친구로 가장 편하게
서로 풀꽃이 되는 것을
첫댓글 이 원고는 산청군 금서면에 있는 교회에서 목사님으로 계시는 백현종님의 글입니다. 백현종님께서는 <<산청문학>> 5호를 우연히 보시고는 저에게 연락을 해와서 서로가 알게 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만나뵙지는 못한채 전화로만 만났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보내며 지체할 수가 없어 현산청문협 사무국장에게 연결을 시켜주었는데,.., 원고를 받은 산청문협 현사무국장이 이 원고를 어느 카페에 올려놨기에 제가 무조건 퍼서 산청문협공식카페인 여기에다가 이렇게 올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