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확대, 대출억제 등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들어서만 부동산 가격이 평균 5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됩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과 공급확대정책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까요.
소위 말해 '부동산 공화국'에 산다는 이유로 요즘 국민들은 너도나도 '나름 부동산 전문가'가 돼버렸습니다. 네티즌들은 넷세상에서 집값이 폭등한 이유에 대해 조목 조목 근거를 제시합니다. 수요 확대로 인한 공급 부족을 지적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선 저금리로 인한 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 남발, 즉 주택금융정책의 실패를 얘기합니다. 시민단체나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 공급자의 이윤을 통제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자, 투기를 막을 수단이나 분양가를 투명하게 파악할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고 이는 곧바로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인 셈입니다. 계속되는 공급확대정책이 투기심리, 더 정확히 말하면 전 국민의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 놓았다는 것이죠.
수도권은 규제, 지방은 발전.. '균형발전전략' 성공했나
건설업계의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은 간단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수도권 주택 수요는 늘어나는 마당에 공급은 수년간 거의 없었고 정부는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지방 투자만을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한 건설업계 종사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베이비붐 세대가 40대, 50대로 접어들고 이에 따라 자녀 결혼이나 노인층 독립 거주 등 주택 수요는 늘어났으며, 20평형대에 살던 사람은 30평형대를 30평형대에 살던 사람은 40평형대로 옮기길 원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주택교체 수요 연령대인 베이비붐 세대(37-45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3.5%에서 2013년 25.5%로 꾸준히 높아질 전망입니다. 즉 참여정부가 수도권 분산 정책을 내세웠지만 미흡한 실행력으로 분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수도권 집값만 폭등하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놓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참여정부가 경쟁력있는 수도권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균형 발전이란 미명하에 기업도시, 특화도시, 행정도시 등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붇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지방을 살린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 사이 수도권에 대한 투자 공급은 없었고, 그렇다고 지방 이전 효과가 정권 임기 내에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다'는 것이죠.
지방분산 위해 기업도시, 특화도시, 행정도시 추진.. 정치권과 시민들 반발
전국 10여개 도시를 상대로 공모한 기업도시는 재벌특혜도시라는 비판 속에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은 기업도시에 대해 재벌들이 이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개발이익을 노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기업도시의 효율성에도 물음표가 그려졌습니다. 지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식이 아닌 골프장 건설, 위락지 건설 등에 불과한 기업도시는 부동산 개발 이익만을 기대한 '무늬만 기업도시'일 뿐,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부분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런가하면 수도 이전을 내세웠던 신행정수도 또한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이에 대해 한 야당 정치인은 "강남사람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려 지역에 개발보따리만 잔뜩 풀어놨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정치 논리로 시장을 무시했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현 정부로서는 정권 차원의 수도권 분산 정책에 딴죽만 걸어온 야당이 현재의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정부 여당 탓으로 돌리는 것에 억울함을 느낄만도 합니다.
수도권은 아파트 값 폭등, 지방은 미분양 속출
지난 93년 조성된 충북 단양군 매포읍 평동리 택지가 분양이 안된채 10여년째 방치, 인근 주민들이 농작물을 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균형발전을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도시나 혁신도시와 같은 균형발전 정책이 가시적 성과없이 지지부진한 사이,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지방의 아파트 가격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집값이 참여정부 들어 50% 넘게 상승했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외려 분양되지 않고 남아 있는 주택이 7년 만에 가장 많이 쌓였습니다.
지난 달 31일 '수도권과밀반대전국연대'는 참여정부가 국가 균형에 발전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 지방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수도권 확대 지향 정책에 그쳤다고 지적합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속에 일관성있는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한 중앙 정부가 지방 경기 침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재계에서는 '시장을 무시한 정권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하고, 경실련과 민노당은 '개발주의 관료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정치권과 시민단체 모두에게서 사망선고를 받은 셈입니다.
단순 공급확대냐, 투기억제가 먼저냐
그렇다면 정부의 발표대로, 검단 등 고밀도 신도시에 싼 가격의 아파트를 조기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과연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요.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합니다. 그러나 업계와 시민단체가 공급확대론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공급 방식'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입니다.
업계는 용적률을 높이고 기반시설분담금을 지자체가 부담해 소비자가를 낮추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주택보급률 100%'는 통계치일 뿐, 더 좋은 주택에 살고 싶어하는 심리적 수요에 비하면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경실련이나 민노당 등은 공급 확대론은 결국 투기꾼과 건설업계에 특혜 보따리를 푸는 것이 불과하며 강력한 세제정책과 투기 억제정책으로 기존의 다주택자들이 가진 집을 시장에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낙관, 비관 엇갈리는 이유.. 당신의 생각은?
낙관론자들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향후 5,6년 후 본격적으로 신도시 주택 공급이 시작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 상황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자율화와 저금리가 만들어낸 고분양가가 거품 형성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또 전문가들은 공급이 늘어날 경우, 수도권 신도시의 경쟁력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즉 일산과 분당이 비슷한 시기에 공급됐으나 입지 경쟁력 등에 의해 가격 차이가 벌어졌듯이 말이죠. 즉 현재는 서울에서 멀거나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기대심리'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나 투기세력에 의한 거품 현상이 나타나지만, 공급이 확대되고 서울의 주택 보급률(2005년말 현재 89.7%)이 100%를 넘어서면 자연스레 수도권 주변의 경쟁력 없는 도시와 경쟁력 있는 도시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가격 거품이 걷힐 것이라는 전망인 셈입니다.
비관론자는 낙관론자와 정반대로 봅니다. 집값이 향후 5년, 10년은 끄덕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공급 확대 정책이 나오더라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시점까지의 시차가 있는데다 노령 인구 증가, 핵가족화,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에서입니다. 또 근본적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를테면 대학이전, 기업이전과 같이 수도권의 '파이'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전히 수도권은 땅은 좁고 사람은 터지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계산인 셈이죠.
엇갈리는 낙관론과 비관론 중에 여러분들의 전망은 무엇입니까?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은 "금융권이 눈치보기식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늘린다면 주택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지운동본부 단장은 "개발이익환수와 분양가 공개로 분양가를 낮추고 보유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자의 주택을 시장에 공급한다면 집값이 잡힌다"고 전망합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해 공급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고건 전 총리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려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예측가능한 공급확대 정책으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