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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게으름.
진짜 게으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게으름이 아니었다.
그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다 뜻있는 인생을 보내라고.
열정 없음.
그건 마음이 병든 증상이다. 감기 걸리면 콧물 나듯.
그래서 일하기 싫어하는 것도 고쳐야 할 질환이란다.
뭐? 힘들다고? 누구는 안 힘들까?
얼핏 보면,
노동은 형벌인 것 같다.
그러나 노동은 저주가 아니라 특권이다.
인간이 에덴동산에 그냥 있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벌거벗고 과일이나 따 먹으면서 낮잠이나 잤을까?
아니다. 그랬더라면 거기가 어찌 낙원일 수 있겠는가?
좋은 경치, 맛있는 과일도 한두 달이지 지겹지 않았겠나?
그렇다. 노동은 죄에 대한 벌이 아니다. 노동은 신성하다.
다만 노동할 때 겪는 고통이 죄가 들어오며 생긴 거다.
*손에서 화병을 떨어뜨렸다. 개졌다.
흩어진 도자기 파편, 때늦은 후회.
가진 조각들 끝이 날카롭다.
아아, 내가 얼마나 아끼는 건데….
어쩔 도리가 없다. 흩어진 조각들 다시 붙일 수 없다.
불순종했을 때.
창조주와의 관계가 그렇게 깨졌던 거다.
모든 아름다운 조화가 다 깨졌다.
영혼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거기서 노동의 고통이 시작됐으니.
깨진 마음으로 망가진 세상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조화가 송두리째 사라지지는 않았기에.
이렇게 살아 있는 거다.
노동에서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거다.
그 이전
노동은 불사의 몸에 희열을 느끼게 했을 거다.
하나님을 알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 사랑 따라 일하는 게 사는 것이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았으랴!
사지를 못 쓰는 건 몸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생활이 게으른 건 마음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열렬히 살 수 없는 것은 마음의 질병,
영혼에 이상이 생긴 거다
몸의 병은 약으로 고쳐진다!
마음의 병은 무엇으로 고칠까?
*어디에 숨고 싶다.
아아, 나 태어나 어디에 저런 열정을 쏟아봤나?
내 설교 한 편 만드는 데 이는 열정.
냉면 한그릇 만드는 것만도 못하구나.
까투리 생각이 난다.
포수 만날 때, 무서워 엉덩이 치켜들고
머리만 낙엽 더미 속에 묻는다는 새 말이다.
열정 없음이 질병이라는 말에 고개를 떨군다.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단다.
뭐 하고 싶은 것도 없단다.
딱히 어디 가서 놀고 싶지도 않단다.
그 마음 어디서부터 생긴 병일까?
육체의 게으름은 영혼의 싫증에서 비롯된다."
게으름이야말로 가장 나쁜 성격이며,
타고난 성격이라면 고치기 가장 어렵단다.
그건 무기력하고 무성의한 것이며,
아무 일에도 관심이 없고
자기 일조차 시시하게 여기는 기질이란다.
게으름의 뿌리는 싫증이다.
싫증, 사랑과 미움 사이 중립 지대다
감정으로는 짜증과 신남 중간에 있다. 권태 구간이다.
*예쁘지 않은 산, 험한 산자락.
아무도 돌보지 않는 몇 개의 무덤들.
여기저기 무너지고, 비석들도 쓰러져 있다
봉분의 잡초는 탈모증 신사가 아끼는 한 춤의 머리카락
황토는 굵은 모래들만 남긴 채 비에 쓸려 갔다.
작은 비석 하나, 곧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다.
그래도 비문이 있네! 어디 뭐라고 써 있나 한번 볼까?
“사람으로 태어나 그냥 있다가 죽었다.”
어이쿠!
이런 내 무덤의 비석이구나!!
그냥 있다가 죽었단다.
나 몸으로 살았으니 의미론 그냥 있었단다.
내가 게으르게 살았더니 자식들도 날 닮아
지 애비 무덤도 안 돌보는구나.
하긴 맞지 나 평생 게으름 속에 지리멸렬하게 지냈지.
그건 살다가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있다가 죽은 거란다.
그럼 살지도 않을 나는 왜 태어났나?
세상에 있었으나 살아가지는 않았으니.
몸으로는 있었으나 정신으로는 산 적이 없었던 거다.
*맛있는 짜장면, 그림 1,000군데 중국집에서 먹어 봤단다.
전국을 누셨단다. 연천에서 마라도까지.
그의 입에서 짜장면 얘기가
자르지 않은 면발처럼 한없이 나온다.
언제 끝나려나. 말의 면발로 팔도를 휘감고 돈다.
짜장면은 검은 소스 아래 있고.
그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있다.
그런데, 그래서?"
그 맛있는 짜장면 먹고 힘내서 다음에 먹을 집을 찾았다고?
늙어서 돌아다닐 힘 없을 땐, 무슨 낙으로 살까?
영원한 그분을 떠났기에 사라질 것들 사랑하게 된 거다.
타락하기 전에나 후에나 사랑은 그대로였으니,
방향向이 바뀌었을 뿐이다.
참된 사랑 대신 헛된 욕망으로 향했다.
영원한 것 대신에 시간적인 것을 향해 살게 되었다.
삿된 욕망을 따르려고 정해진 질서를 뒤집었다.
창조하신 분은 아래 두고 피조물인 자기는 위에 두었다.
거기서 인간의 불행이 시작된 거다.
*수적석천木石.
학자에게는 바위에 물방울 떨어뜨려
구멍을 낸다는 믿음이 있단다.
뛰어난 학자? 그게 금년의 목표로 세울 수 없는 거란다.
고매한 인격자? 그게 한두 해에 이루어졌겠는가?
고쳐지지 않는 내 마음은 바위보다 단단하다.
하루에 변화될 리 없다.
그러나 그분의 은혜로 가능하다. 새 마음을 주신단다.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신단다.
*신앙도 저축과 같다.
깨닫는 진리 없이 젊은 시절 보낸다고?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품위 없는 노년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
청소년의 방황은 때론 아름답다지만
중년의 방황은 대체로 추하다.
저 때는 혼자 방황하지만, 그때는 가족들까지 길 잃게 한다.
삶의 참된 보람은 참된 의미를 따라 사는 거다.
그것은 나 지으신 분이 주셨기에 사명이다.
가다가 주저앉지 말라. 거기는 종착지가 아니다.
욕심대로 살지 말라. 길 잃은 자 될 게다.
향락을 좋아하는 자는
살았으나 실상은 죽었다고 하지 않는가?"
살아야 할 시간을 죽은 자로 산 대가는
죽어야 할 시간에 겁을 먹게 되는 거다.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분을 만날 담대함 없기에.
게으름을 죽이며 산 사람은 살고,
그 본성 따라 사는 사람은 죽는다.
병든 마음, 죽은 영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이 게으름을 찬양한다.
인간의 게으름은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이란다.
육체와 정신의 힘 아껴 자기 보존하는 거란다.
그래서 우리까지 씨가 퍼진 거란다.
게을렀던 조상에게 감사해야겠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구인가?
의미 있는 일 너무 열심히 하다가 죽게 된 사람.
너인가? 나인가?
짐승 새, 나무, 풀….
그것들에겐 살아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아니, 그 이상의 것에 대해 가치판단하지 못한다.
인간, 나, 너, 우리….
살아 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의미 있게 사는 거다. 그것이 살아 있는 이유다.
죽어도 계속될 의미,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할 의미다.
그건 나와 이웃을 행복하게 할 의미다.
*지혜롭고는 게으를 수 없으니.
게으르게 살 수 있는 건 미련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진정 사랑한다면 그게 정점(頂點)이다.
그 아래로 새로운 질서가 세워진다.
모든 사랑이 그런 거다.
연인들.
그래서 자꾸 물어보나 보다.
자기 세상에서 누가 젤루 좋아? 나 없이 살 수 있어?
자기가 그 사람 사랑의 정점이 되고 싶은 거다.
하나님을 사랑함.
그게 지혜의 근본이란다.
지혜는 마땅한 질서를 아는 거란다.
진리는 그걸 알려 주는 데 그 가치가 있단다.
진리의 가치는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거다.
하나님 사랑하면 그분 정하신 질서를 받아들이나니,
그것은 당신 안에서 만물을 복되게 하시는 질서다.
조화, 절제, 균정(均正)
만물은 그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
*보이는 사람 때문에 섬기지 말라.
안 보이는 하나님 사랑 때문에 살아 있으니.
누구 눈치 봐서 섬긴다면 그 어찌 자유인의 삶이랴?
충성스러운 사람에겐 굽힐 게 없다.
사랑하는 자는 용감한 자다.
자유와 담대함이 있다.
자유의 담력.
스스로 섬기는 사람이 자유롭다.
그분 사랑에 매여 살기에 담력을 얻는다.
그분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는가?
사랑은 빛, 두려움은 어두움에 속했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듯.
두려움은 사랑에 자리를 내준다.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찼는데.
누구를 두려워하겠는가?
*사막의 강물처럼,
메마른 곳흘러가 두루 적시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자원이 있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지상의 자원들
지혜와 덕과 사랑, 지식과 물질과 재능.
모든 자원
오직 그분께로부터 와서 누리고 있는 거다.
주시는 것도 때가 있으니, 예비할 수 있을 때 그리하라.
필요한 때를 위해 저장하라.
다 쓰지 못할까 염려 말고,
남에게 누 끼칠까 걱정하라.
가엾은 사람 맘껏 도울 수 있도록.
나를 사랑하시는 분.
그분으로 만족하도록 살자.
예비하자. 나 아니라 남 위해서
사람, 무슨 뜻일까?
사전이 그런다.
두 발로 서서 다니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해서.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동물이란다.
사람이라는 말. 살다에서 왔단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라는 뜻이란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 거란다.
모든 사람이 살아 있으니,
자기만 위해 사는 게 어찌 삶이겠는가?
그렇게 살면 그 인생 무엇이 재미있을까?
사람은 자기만이 아니라 남도 살게 하는 존재다.
그러니 내게 있는 것. 흘려보내 그들도 살게 하자.
예수. 가진 것 모두 우리 위해 주셨다.
게으른 사람.
남을 도울 수 없을 거다. 모아둔 자원이 없기에
아니, 그럴 마음이나 있을까? 게으름으로 저만 위하는데.
아아, 게으른 삶의 끝은 어디인가?
눈이 펑펑 내리더니 이제 그쳤다.
고향길. 사립문, 눈 소복이 내린 마당.
등불을 켜고 엄마가 기다릴 것 같은 밤이다.
*황무지 같은 벌판
들에는 초목도 채소도 없었다.
안개가 지면을 덮고 있었다!
뜨게 태초에 창조된 세상이다.
참 이상하지 않나?
전능하시고 완전하신 그분
이 세상을 왜 그리 불완전하게 창조하셨을까?
그리다 만 그림같이 부르다 멎은 노래처럼.
하지만 거기엔 뜻이 있단다.
세상. 완전하고 아름답게 창소하셨지만,
거기엔 더 아름답게 될 가능성까지 포함된 거란다.
선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셨으나, 우리의 노동을 통해
더욱 좋고 예쁜 세상이 될 수 있게 하셨단다.
그래, 살아서 아침을 다시 맞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인간, 그 일을 위해 지음 받았으니.
사람으로 사는 보람이 거기 있는 거다.
그래서 놀고먹지 말라는 거다.
그러면 의미 없이 살테니까.
행복은 의미를 따라 사는 데 있기에.
*게으른 사람
그는 세상에서 불쌍하다.
왜? 그가 밥 못 먹어서가 아니다.
열렬하게 살 이유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산자가 죽은 자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우심과 선하심을
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물론 하늘나라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분의 아름다우심과 선하심을 보겠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행복.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뵙는 거다.
세상에 잠시 있는 것을 기뻐함은
거기서 영원히 하늘에 있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육체는 땅에 살아도
영혼은 하늘 기쁨을 누리는 거다.
*게으른 사람
세월이 가도 후회하지 않을 목표가 없다.
그래서 그가 불쌍한 거다.
지금 마음 바쳐 사랑할 대상이 없다.
아아, 게으른 사람.
사랑할 대상을 못 찾았는데.
자신은 어디서 사랑을 받을까?
더 불쌍한 사람이 있다.
바르지 않은 것 위해 열렬히 사는 사람이니.
그는 사랑할 대상을 찾지 못한 사람보다 불행하다.
왜냐하면 그는 알맞은 대상을
바르게 사랑하지 못하기에
그런 사랑의 집착은 욕망을 증대시킨다.
자아가 확장되는 것 같을 것이다.
더 자유로운 것 같을 게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집착이 깊어질수록
자아와 세계의 구별은 불투명해진단다.
심리적으로 자아의 경계는 무너진다.
급기야 세상과 우리를 동일시하게 된단다.
그래, 그렇게 날 잃어버리고 남은 세상이 무엇이더냐?
보이고 만져지는 것, 들리고 냄새나는 것들이 아니더냐?
근데 그게 나더냐?
그럼 다. 생각하는 나는 어디로 사라졌나?
세상 사랑에 빠질 때.
자기 삶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정신은 오직 보이는 세상에 동화된다.
*하나님 섬기기 그만둔 사람들
꼭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야 만다.
그거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여러 사람 고생할 게다.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다.
세상에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 삶 살라고 태어났다.
한 번 가고 오지 않는 인생의 날들은 얼마나 소중한가?
오늘 살아 숨 쉬는 게 선물이다.
그래서 현재 present 가 선물이란다.
어제 죽은 자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이것은 한 인간으로서 가질 품격이다.
돈과 지위로 살 수 없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하지 않은 자에겐 보람이 없다.
보람! 그건 그냥 나 좋은 만족이 아니다.
선하고 아름다워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을 만족이다.
의미 있는 만족이다.
흐르는강물 되돌아오지 않듯,
흘려보낸 시간 다시 오지 않는다.
머무를 수 없는 순간.
의미를 따라 살 수는 있으니,
선물로 받은 나의 지금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게 하자!
띵동!
앗, 택배가 왔나 보다.
누가 선물이라도 보냈나?
*어허, 그런데 사람으로 사는 일에도 사표 쓸 수 있을까?
그건 누가 받아주는 건가?
인간으로 임명함!
그건 팔리지도 않고 떠날 수도 없다.
그분 자녀인 동시에 그분 일꾼이니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신실하신 하나님. 그를 버리실 리 없다.
그러니 게으른 자
평생 그분께 법랑질 벗겨진 이빨의 식초처럼 살 게다.
게으른 자신은 일하기 싫어서 그랬다 치자.
그런데 높으신 그분은 뭘 잘못하셨나?
사랑해 주셨을 뿐인데.
사람으로 지으시고, 선택하시고 구원하셔서
사명 주신 것밖에 없는데.
그것이 어디 그리 욕을 당할 일이라더냐?
사명만 해도 그렇다.
어디 하나님이 당신 능력 모자라 그 일 맡기셨더냐?
평생 그분 사랑 모르고 살던 우리.
고집대로 살다가 죽을 세상에서 헛된 것 찾으며 살았다.
그런 우리를 사랑하심은 허무하게 살지 않게 하심이다.
보람 있게, 사람답게 살라고 불러 주신 거 아니더냐?
*안구를 담고 있는 살
예민한 신경과 연약한 막으로 덮여 있단다.
낯선 물질 들어올 때
심한 이물감과 격한 통증을 느끼게 되어 있단다.
창조주의 솜씨가 오묘하다.
계속 앞으로 몰려오는 연기
고개 돌려도 매워서 눈 비비며 콜록콜록!!
아아, 괴롭다.
연기야! 가라! 저리 가라
게으른 나를 바라보시는 그분의 심정이란다.
게으름.
그분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는 그분을 싫어하는 증거란다.
*인생길.
세월은 가고 시간은 흘렀다.
진지하던 시절엔 부지런했으나 길 못 찾아 헤매느라고,
길을 찾았을 땐 간절한 마음 없어서 그랬다.
열심 있을 땐 지혜智慧가 부족했고,
지혜가 생겼을 땐 그렇게 살 힘이 없게 된다.
쇠털같이 많은 날 진짜 의미 있게 산 날은 며칠이나 될까?
내 인생. 참사랑으로 하얗게 불태운 날은 얼마나 될까?
*그것 때문에 사물의 가치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거다.
지성의 판단 흐리게 하는 표상.
그건 욕망 때문에 생기는 거다.
그래서 별로 가치 없는 건데 높은 자리에 놓게 된다.
진짜 중요한 건데 하찮게 여겨 낮은 자리에 놓게 된다.
심지어 버려야 할 악인데
붙잡아야 할 선으로 여겨 목숨을 건다.
뒤집힌 질서에 대한 사랑.
그게 인간의 악이다.
어느 유명 설교자가 그랬단다.
누가 자기보고 한 나라의 임금이 되라면 대답할 거란다.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그 사람. 더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한 거다.
잃어버린 영혼 구하려 복음 전하는 것.
방황하는 양 떼들 구원하는 일 말이다.
인간의 일생은 편지를 쓰는 거다.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세상에 쓴 편지는 답장이 없다.
그대는 세상을 사랑하지만, 세상은 그대 사랑하지 않기에.
답장이 없는 건 변심의 증거다.
*세상에 대한 사랑.
그것은 사실상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란다.
그건 모두 아버지께로부터 온 게 아니란다.
없어질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세상도 그걸 사랑하던 정욕도 다 지나간단다.
그분의 뜻대로 사랑하는 자만, 영원히 있을 거란다."
태어나는 것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다.
언제 죽을지 누가 알겠나?
자살 계획 세우지 않는 한 우린 모른다.
그래서 내일은 우리 날이 아니다.
숲속 새 열 마리보다 손안에 있는 한마리가 더 낫다는
영국 속담도 그래서 생겨났나 보다.
*자. 떨이요. 떨이.
오늘 팔다 남은 것 거저 주는 떨이요.
사단이 좌판을 벌였다. 많은 구경꾼들 모였다.
세상밖에 없는 줄 알고 사는 사람,
하나님 사랑하다 변절한 사람.
사명 따라 살다가 미끄러진 사람.
별의별 사람들 다 모였단다.
모두들 무얼 살까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린다.
파는 놈이나 사려는 인간이나 한통속이다.
배교, 살인, 간음, 허영, 탐욕, 거짓말, 폭행, 교
품목마다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걸 사려면
더 많이 자기 영혼을 팔아야 한단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천상의 서곡
양극성을 지닌 파우스트
하늘에서는 더없이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
땅에서는 지고의 쾌락을 원하니.
그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 줄 게 세상에 없었단다.
사단 빌어먹을 자식!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냥하려는 거였다.
*원플러스 원 사은품 행사란다.
뭘 사든지 하나 더 주고,
게다가 공짜로 사은품까지 준단다.
으응? 그 사은품이 뭔데? 게으름이란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공짜 좋아하는 마음. 영혼 거래에서도 발동하나 보다.
예수 믿기에 게으른 자가 배교하고,
미움과 싸우기 게을렀던 자가 살인한다.
순결하기에 게으른 자가 자기 더럽히고,
절제하기 게을렀던 자가 허영에 빠진다.
진실하기에 게으르므로 거짓말하는 거다.
게으름.
하나님 사랑하지 않는 영혼의 병듦이다.
게으른 것만큼 자기를 그릇되게 사랑하는 거다.
선한 일에 열심 낼 수 없게 하는 괴질이다.
그 병든 마음, 생각하는 모든 것을 오염시킨다.
몸만 아니라 정신도 핍절하게 한다.
*늦겨울부터 생명을 잉태했다.
봉오리 맺고 꽃 피던 때.
꽃샘추위와 비바람을 견뎌 왔나니. 이 한순간을 위함이었다.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해도 무대의 막은 내린다.
이 길 끝에서, 내 인생의 막도 내릴 것이다.
걸쳤던 무대 의상을 벗고 화장도 지우고 나면
거기는 홀로 던져지는 우주 공간.
있었던 것들은 없고 없었던 것은 나타날 것이니.
그때 몸안에 쏟아지는 엔도르핀은 은퇴식장의 꽃다발이다.
하나님, 내 영혼을 받으소서!
인생나무, 꽃잎 되어 떨어지는 순간.
'아무나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
잘 살려고 애쓴 사람만이 그럴 수 있으리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렇게 산 사람.
그때 나도 한 장의 예쁜 꽃잎이 되고 싶다.
그대도 나와 함께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어여쁜 꽃잎이 되어지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죽을 이유만큼 분명한 사람으로 사소서.
그래야 그대 행복할 것이기에
저 멀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어느새 봄날이 저물어 가는군요.
아아, 누군가에겐 마지막 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