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 지하철 역을 오가다 보면 승객들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엉켜서 걷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좌측 통행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몸이 편한대로 우측 통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엇갈리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이런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해 88년 동안 지켜온 좌측 통행을 우측 통행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우측통행을 하게 되면 차도에 인접해 걷는 사람이 마주 오는 차량을 보면서 걸을 수 있어서 사고 예방에 유리하고, 인구의 90%에 가까운 오른손잡이에게는 우측보행이 인체 속성상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 관련글 : 88년 만에 사람도 우측보행 (한국일보.2009.4.30)
현재 미국과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우측통행을 하는 데 반해 영국과 일본은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이 있습니다. 원래 유럽은 귀족들이 좌측통행, 평민들이 우측통행이었으나 혁명으로 귀족 계층이 몰락하며 모든 마차가 우측통행을 하게 되었다, 일본 사무라이들이 좌측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녔기에 서로 칼을 맞부딪히지 않기 위해 좌측통행을 했다...는 등이 그것인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통행방법은 우측통행 원칙에서 좌측통행으로 바뀌었는데요, 우리나라의 통행방법 변천사, 한번 살펴볼까요?
ㅇ 1905.12.30. 대한제국 경무청, 보행자와 차마의 “우측통행 원칙” 규정(경무청령제2호 가로관리규칙) ㅇ 1921.4.1. 조선총독부, 사람과 차량을 좌측통행으로 변경(조선총독부령 제142호 도로취체규칙 제7조) ㅇ 1946.3.29. 미군정청, 차량만 우측통행으로 변경(군정청법 제65호, 제차·보행자의 통행규칙), 보행자의 통행방법 변경 없음 ㅇ 1961.12.31. 도로교통법 제정 : 보·차 비분리도로에서 보행자 좌측통행 원칙 명시(현행규정과 같음) ㅇ 1994.3.1. 횡단보도에서 우측통행 유도(경찰청 권고사항)
☞ 관련글 : 막 내린 좌측 통행시대...그 역사는 (아시아경제.2009.4.29)
좌측통행, 뭐가 문제죠?
이처럼 오랜 관행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 잡은 좌측통행. 하지만 문제는 좌측통행이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해양부는 2007년 "좌측통행이 신체특성, 교통안전, 국제관례에 맞지 않다"는 지적 등 사회적 논란이 일자,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인 연구에 착수했는데요,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좌측통행 보행문화는 보행자의 심리적 부담이 증가하고, 공항·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횡단보도 보행 시 보행자간 충돌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안전 문제에서도 교통사고 노출우려가 크다고 하는데요, 바로 마주 오는 차량을 정면으로 볼 수 없어 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측통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측통행문화가 정착됨에 따라, 1차적으로 보행자 교통사고가 20% 감소하며, 심리적 부담 역시 13~18% 감소합니다. 또 보행속도 증가(1.2∼1.7배), 충돌 횟수 감소(7∼24%), 보행밀도 감소(19∼58%) 등 긍정적 효과로 쾌적한 보행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같은 결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70여명 감소, 인적·심리적 피해비용 1400억 원 감소가 기대된다고 하니, 우측통행, 바꿀만 하겠죠?
☞ 관련글: 국토해양부, 보행문화개선 추진계획 발표 (국토해양부.2009.5.27)
우측통행, 시행해보니...
서울 송파구는 2007년 7월 우측통행을 시범 도입한 바 있습니다. 송파구 성내천 산책로는 2년 전부터 전국 최초로 우측보행을 도입한 곳인데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민들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오른쪽 보행이 더 편하다”는 입장이라고 하네요. 특히 노약자들은 계단을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한데 우측보행 덕분에 난간을 잡고 내려올 수 있어 안전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 관련글 : 우측보행 시행해보니… 훨씬 안전, 초기엔 혼란도 (경향신문. 2009.5.19)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에서 우측통행
우측통행은 국제관행에도 부합하는데요, 영국 정도가 관습적으로 보행자 좌측통행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외 미국, 캐나다,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는 우측통행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이미 공항, 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횡단보도 등 많은 시설물이 우측통행에 맞게 설치되어 있는데 우리는 시설물과 맞지 않은 보행을 해 온 것입니다.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기 위한 시설 개선에 따른 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미 공항·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횡단보도 등 많은 시설물들은 이미 우측통행에 편리하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설개선은 보행문화 개선 시 안내판?안내표지 부착 등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사실, 이러한 대국민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국민적 합의인데요, 다행히 국민 여론도 우호적입니다.
경향닷컴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7%가 우측통행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72.1%가 현재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아 우측통행이 완전히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의 90년간 지켜져 왔던 좌측통행의 관습을 짧은 기간 내에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교통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