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한명의 산객들이 포천으로 향하는 날. 우수가 지나서인지 하늘은 맑고 봄바람까지도
느껴지는 듯한 날씨입니다. 며칠 전 탄천을 걸을 때 버들강아지도 예쁘게 피어있을 만큼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요즘이지요.
그런데 산행 들머리인 광덕고개에 내리니 분당의 날씨와는 사뭇 다른 추운 날씨였습니다.
금세 손이 시려오고 목덜미로 싸늘한 바람이 파고드는 2월 본연의 날씨가 제대로 느껴집니다.
오늘 날씨를 얕잡아보다가는 큰코 다칠것 같은데요~ 버스 안에 있을 때는 비닐셀터도
가져갈 필요없고 아이젠 꺼낼 일도 없겠다싶었건만...
오늘은 매송 고문님을 대신하여 아우성님께서 준비체조를 진행했습니다. 매송님의 오리지날
체조는 따라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순서와 동작 모두 외우는거 너무 어려워요.
아우성님! 무전기 들고 후미대장 역할까지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좁다란 길 양옆으로
눈이 꽤 쌓여있습니다. 눈구경하기 힘들줄 알았건만 아니올시다네요.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포천의 경계지점! 강원도 똥바람을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갑자기 소백산 칼바람과 강원도 똥바람이 대결하면 누가 더 셀지 괜히 궁금해지네요.ㅋㅋ
산새들의 지저귐마저 숨게 만드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산행을 시작합니다.
풍천대장님께서 오늘 산행은 갈림길이 곳곳에 있어서 길을 잘못들면 헤맬 수 있으니
선두추월 금지령을 단단히 지시하셨습니다. 등산객으로 북적대지 않는 산, 평평한 길을
걷는 듯한 쉬운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후미와 함께 걸었기 때문에 좌우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미친 척 두 손으로 눈을 모아 공중에 뿌리며 장난도 쳐봤죠!
하얀 햇살과 함께 은빛으로 빛나는 눈발이 참 예뻤습니다.
맘같아서는 중간중간 쉬면서 눈뿌리기도 하고 눈길을 배경으로 사진도 여러장 찍고 싶었지만
좁은 길이라 정상에 도착해야 겨우 모든 회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백운산 정상에 오르니 사방은 파란 하늘에 흰구름까지 멋진 조망을 만들어냅니다.
잠깐만 쉬고 단체 인증샷을 찍고 다음 도착지인 도마치봉을 향했습니다.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봉우리가 세 개(도마치봉, 신노령, 국망봉)나 남았으니까요. 하얀 눈길이 이어집니다.
다행히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걷는 것은 편하기만한 산행입니다. 시시때때로 강렬한 햇빛에
반사되는 눈밭을 보면서 자꾸 얼굴을 찡그리게 되네요. 처음부터 선그라스를 끼고 산행을
해야 했는데... 산길을 걸으며 산 자체를 즐겨야 하는데 머리속에는 산행이 끝나고
유황온천에 가서 뜨끈하게 몸을 씻고 삼겹살 파티할 생각만 가득하네요. ㅎㅎ
드디어 도마치봉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우리를 졸졸 따라오던 매서운 바람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들이 밥 먹는 시간에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햇볕도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이라 비닐셀터 없이도 점심을 먹을 수 있었으니 행운입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되네요. 혹시 미끄러질 지도 몰라 아이젠을 착용했습니다.
바닥이 얼어있는 것이 아니라 얼었던 땅이 녹아 흐르면서 질척질척한 흙으로 변했기 때문이죠.
황토흙이 용암 흐르듯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은 산행하면서 처음 보았네요. 중간에 만난
약수터에서 얼음처럼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니 몸이 오싹해지네요. ^^ 다음 도착지점은
신로령! 아쉽지만 온천욕까지 할 시간을 감안해서 국망봉에 들르지 않고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로령으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네요. 우리 눈에 띄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포천시나 화천군에서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정표 관리에 좀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네요.
계획에 없던 하산로를 통해 차도까지 내려왔더니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여기서 산행을
끝내는 것이 다소 허탈하기도했지만 다시 신로령으로 가는 것은 힘들것 같네요.
날머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우리를 찾아오는 동안 도마치고개 칡골쉼터에 들어가
잠시 언 몸을 녹였습니다. 고로쇠수액도 팔고 각종 약초도 파는 곳이었습니다.
따뜻한 난롯불 주위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에 딱 좋은 정겨운 쉼터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온천이 있는 곳으로 출발한 시각은 정확히 2시30분!
우리는 지난 번에 들렀던 제일유황온천으로 갔습니다. 노천탕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세찬 물살에 어깨와 허리를 마사지하고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가 땀도 빼며 한시간 반 동안
온천욕을 즐기다 나왔습니다. 회원들의 얼굴은 모두들 뽀얗고 산뜻하게 바뀌어 있네요.
이젠 맛있는 삼겹살 파티... 왠지 송년산행 분위기가 납니다. 시산제(始山祭)를 지내기
한 달 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고기값이 만만잖게 나왔지만 음식 맛이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식당이어서 좋았어요. 단풍리님께서 찬조해주신 덕분에 총무님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드셨을겁니다. 단풍리님! 감사합니다. ^^
그리고 현재 산행대장이신 젬마님께서 예전에 총무를 하면서 식사비 절충하는 알짜노하우를
후배총무인 짱구님께 전수해주셨으니 산사랑 살림살이도 좀더 계획적이 될 것같습니다.
언제나 분당산사랑과 함께해 주셨던 산천해달님은 울산으로 근무지가 바뀌어 당분간은
참석이 힘들게 되었네요.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반면에
수원 영통에서 분당으로 이사 오신 조조님께서 분당산사랑과 첫 산행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또한 부부동반으로 오신 소방차님과 김관수님께서도 또다른 부부회원을 모시고 오셨답니다.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분당산사랑과의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달은 청계산에서 시산제를 올리는 산행이죠?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여 청계산 산신령님께 무탈산행을 빌어봐요.
첫댓글 2008년 4월에 똑같은 코스로 다녀왔는데 무난하게 산행했었죠.
눈길이 그만큼 힘들단 애기겠죠.
코스는 변경되었으나 안전산행하고 온천 즐긴것으로 만족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부 산우님들은 짧아진 산행에 얼굴에 화색이 확~ 돌면서 반기더군요.
딱 좋다고요... 아무래도 잿밥에 눈이 먼것 같기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회장님 대장님 수고들 하셨습니다!
저도 다른 카페[육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알고있습니다. 언제나 분당산사랑을 위해 봉사하시는 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이팅!
싹수님! 매번 산행기 쓰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고요.........
등산하면서 보았던것은 사진으로 남기고 느꼈던 것은 글로 남겨놓으면 시간이 흘러 다시 산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싹수님 덕분에 안가도 간듯..안봐도 본듯..
어디에 이렇게 꽁꽁 숨어계십니까?
이제 나타나시죠! 청계산에서 뵙겠습니다.^^
정말 안 가도 간듯한 착각을 할 만큼 산행기를 잘 쓴 싹수님 덕분에 못 간 아쉬움을 달랩니다.
그렇다고 산행기 믿고 안 갈수는 없지요. ㅎㅎㅎ ^&^
고문님!!! 꼭 오셔야 합니다.^^
청계산 시산제 때 뵙겠습니다.~~
싹수님 산행기 쭉으욱 잘 읽었어요 .역시 산행을 하면 할수록 건강해지고 행복 합니다.
될수있으면 담배 끊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산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금연1일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