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호는 태평양을 건넌 배 답게 장거리 및 야간 항해를 위한 준비가 잘 된 배였다.
무선통신장비와 레이더, 풍력발전기 등이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고 항해에 잘 활용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도에서 점심을 먹고 13:00경 출항하여 제주도를 향해 갈 때 거문도를 지날때 쯤 해가 졌고 저녁 식사 후 선장님은 새벽 교대를 위해 일찍 취침하셨다.
지금까지 항해 하면서 이것 저것 장비 사용법을 가르쳐 주셧고 우릴 믿는지^^ 이루리호를 믿는지...
난 세일링 후 처음으로 막중한 스키퍼 임무를 맡았다. 그것도 야간에.. 물론 몇 시간 정도 였지만 ㅎㅎㅎ
짧은 시간이었지만 별 생각이 다들었다. 어선이나 큰 물건은 레이더가 있으니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가끔 떠 다닌다는 통나무나 폐쓰레기에 부딪히면 어쩌나 ...
동해에서 스크류에 폐로프가 걸려 초보 3명이 번갈아 가며 바다에 들어가 제거할 때까지 1시간 가량 표류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해류와 파도 때문인지 배는 남서쪽으로 조금씩 밀렸다. 오토파일럿도 남동쪽으로 밀릴 때는 바로 항로를 수정하여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으나 남서쪽으로 밀릴 때는 힘에 겨운지 경보음을 토해낸다. 그럴때면 즉시 오토 해제후 제가동 하였고 즉시 항로를 조금씩 수정하며 이루리호는 별 무리없이 쭈욱쭉 잘 갔다.
특히 이번 항해에서는 레이다 운용을 처음 해 봤는데 야간이나 안개낀 해상에서는 정말 필요한 장비였다.
물론 폭우가 쏟아질 때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야간 항해시 육안으로 불 빛이 보이지 않는데 레이다 화면에는 배가 잘 잡힌다. 특히 그 배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도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 보다 훨씬 쉬웠다. 야간항해시 정말 든든한 장비였다.
석양이 질 무렵 레이다를 작동했는데 잠시 후 레이다 상의 왼쪽편이 뿌였게 변했다. 선장님은 비가 내리는 영상이라고 하며 오른 쪽으로 비를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레이다 상, 비의 영상은 예쁘게 보이기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비가 오는 부분과 오지 않는 부분이 뚜렷이 구분이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약 5분 후 영상 전체가 뿌엿게 변한다. 전 해상에 비가 오고 있다는 것... 역시 칵핏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로 인해 전파 반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 멋대로 반사되어 영상이 전달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안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다. 섬 주민들은 투박하면서도 친절하고.. 우리 일행이 최근 두번째라고 한다. 얼마전 요트 한척이 다녀갔다고 하고...
이루리 호에서 2번째 밤을 보내고.... 선장님 포함 3명이 자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밤에 출렁거리는 이루리호가 요람같아서 잘 잤다는 후배... 나도 새벽에 빗소리에 잠시 깬 것을 제외하고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바람이 치는 바다...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예비 풍랑주의보가 내렸다는데... 이러다 발이 묶이는 것은 아닌지?
두끼 식사를 해결한 서고지 마을의 한 식당. 음식이 깔금하고 맛있었다. 미리 주문하면 가두리에서 싱싱한 회를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안도 풍경
비는 멈추었으나 바람은 아직 거세다. 여수해경에서는 약 1시간 간격으로 핸드폰으로 연락이 온다. 물론 거문도 이후엔 전화가 불통지역...요트의 특성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거문도 부근 해상의 너울이 높으니 될 수 있으면 거문도 근처에서 피항후 다음날 가라고 한다. 우리도 알았다고 ... 정 안되면 피항하겠다고..
사진 중앙 오른쪽 봉우리 아래의 희미하게 하얀 부분이 나로도 우주 발사장이다. 만약 앞으로 우주선 발사 장면을 보고 싶다면 이곳 해역 주변이 가장 좋은 자리가 될듯하다.
바람의 방향과 파도의 방향은 이루리호를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바람이 약하다는 것... 1시간 정도 세일링을 하다가 기주로 바꾸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세일링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래도 2~3m의 파도가 뒤에서 밀어주니 잘 간다.
거문도 근해를 지날때 쯤 어디선가 날아온 잠자리 들.... 내내 따라오다 지쳤는지 돛에 내려 앉아 쉬고 있다.
일본 해상에 해파리가 많아 난리라고 하는데 우리 해상에도 해파리가 많이 보인다. 큰 항아리 크기의 해파리 들이 거의 몇 미터 간격으로 계속 보인다. 이 정도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남을 정도..
남해안의 섬들은 정말 많다. 연안을 벗어나면 수평선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한 섬이 희미해질 때쯤이면 또 점점 또렷해지는 다른 섬들....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잘라서 뿌려놓은 듯 아름답고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섬들의 향연.... 아름다운 남해 바다다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간혹 내렸고... 야간 항해는 시작되고... 피곤에 지친 울 후배님.. 잠시 후 들어갔다...나중에 이야기 한 것이지만 잠시 멀미가 찾아왔다나 ^^
난 혼자서 처음으로 막중한 스키퍼의 역할을 잠시나마 해 본다.
첫 야간 단독항해...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스키퍼의 어려움을 느껴본 시간이었다. 파도가 밀 때는 순간 속도가 10노트를 넘나 든다. 너무 잘 간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엔진을 꺼고 세일링으로만 가고 싶은데 .... 제주도에 너무 빨리 도착하면 날이 밝지 않아서 처음 가는 항구에 입항하기가 어렵다. 시간 조정이 필요 했다.
선장님과 잠시 교대후 1시간 정도 지나서 나오니 저 멀리 제주도가 보인다. 제주공항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엔진을 꺼고 세일링을 하면서 시간조절을 했다. 여명이 밝아올 때까지..연료도 아끼고..
후배랑 서로 말은 안했지만 장거리 항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또한 두려움 같은 것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제주공항 근처의 도두항 전경
도두항에 무사히 안착한 이루리호..
탐라대학교의 교수님 한분이 기다리고 계시다 우리 일행의 접안을 도와 주셨다. 그리고 아침 해장국집 안내... 해수 사우나까지.. 다음날 공항까지 배웅해주시고...
10월 제주-목포 대회 때 다시 한번 항해하고 싶다....
남해의 푸른바다... 바람.... 좋은 사람들
해수사우나를 마치고 용두암 근처에서..
용두암에서 소주 한잔 하며 그 앞바다를 우리가 밤새 왔다는 것을 자축했다.
항해 그것은 젊음의 로망인가?
첫댓글 이글을 읽으니 저두 제주도에 가보고 싶네요. 도두항은 요트가 계류를 하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아니면 자리가 많아서 그냥 가면 되나요? 게류비는 얼마나 받나요? 야간 단독 스키퍼링 축하드립니다.
잘 지내시죠^^ 도두항에는 당시 2개 그룹의 계류장이 있었습니다. 1곳은 모 대학에서 건설, 사용 중이고 다른 1곳은 회원제로 운영할 계류장이었습니다. 정식 계류장 2곳 모두 외지인이 계류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당시 이루리호는 또 다른 모 대학 교수님 안내로 정식계류장이 아닌 유람선 계류장 바지선에 안착했었습니다. 도두항은 수심은 괜찮으나 높은 파도가 치면 항 안까지 백파가 일며 요트에 손상을 줄 수 도 있다고 합니다. 혹시 가실계획있으시면 멜 주세요 자세히 안내 드리겠습니다.
Orion의 고향이 도두항인데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도두항의 계류장은 Orion의 전 주인이신 표연봉씨가 속한 클럽 소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두항에서 표연봉씨를 찾으시면 친절히 안내 하시리라 생각 합니다. 참 좋은 분입니다. 아직도 장거리 항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거대한 파도와 어울려 보지 못한 입장에서 '이루리' 의 항해 기록이 부럽기만 합니다. 물론 젊음까지도...............축하합니다.
그렇군요. 정보 감사드립니다.^^
아 ! Orion의 고향이었군요^^ 선생님의 항해기 잘 읽고 있습니다. 멋진 꿈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